20. 첫 추석 연휴

언니의 시선

by 웰시코기 바람이

바람이와 함께 맞이하는 첫 추석 연휴다. 서두에 언급했듯, 우리 엄마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아직도 말씀을 못 드렸다. 이번에는 서프라이즈로 바람이를 데려가 정면으로 보여드리기로 했다. 엄마에게 예쁨받게 하기 위해, 바람이를 애견 미용실에 데려가 거금을 들여 목욕시키고 꽃단장을 했다. 사실 미용이 필요 없는 웰시코기지만, 십만 원가량의 지출은 내 기준에서 큰 마음을 먹은 셈이었다.


추석 연휴라 차가 많이 막혀 6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중간중간 휴게소에도 들르고 산책도 했다. 군말 없이, 투정 하나 없이 함께해주는 바람이가 너무 고마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엄마가 깜짝 놀랐다. 토끼눈을 하고 바라보며 ‘강아지 키우니?’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있었다. 바람이가 자기 예뻐해 달라며, 작은 소리로 엄마를 향해 짖는 것이었다. 간식을 달라고 짖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애교 섞인 짖음이었다.


엄마가 바람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바람이는 바로 몸을 뒤집으며 배를 보였다. 그런 바람이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엄마. 다 큰 딸이 독립해서 강아지를 기른다는 사실에,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 없지 않나. 다행히 엄마는 바람이가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며, 고구마도 삶아 주시고 예뻐해 주셨다.


이윽고 언니가 도착했고, 바람이는 신이 나서 집을 뛰어다니다가 그만 발코니 방충망을 뚫어버렸다. 사고뭉치 바람이... 급하게 형부가 조치를 해주셨다. 우리 가족 중 그 누구도 방충망을 뚫었다고 바람이를 혼내지 않았다.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아빠는 바람이 줄거라며 리드줄과 옷, 장난감을 사오셨는데, 옷과 리드줄은 바람이에게 맞지 않았다. 그래도 마트에서 바람이를 위해 이것저것 골랐을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울컥했다. 고맙고 따뜻하면서도 조금 짠했다.


바람이를 데리고 막바지 계곡에도 놀러 가고, 웃음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오히려 바람이 덕분에 가족 모두가 더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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