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글방(1/3) : 참견
“현무암아 적당히 해라. 누가 들으면 우리 집에 큰일 난 줄 알겠다.”
기억하는 내 모든 생의 순간에서 처음으로 소리 내 엉엉 울고 있던 때, 엄마가 한 말이다. 지금 이게 큰일이 아니란 말인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미 나는 숨죽여 울면서 나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말을 나누지 못해도 누구보다 더 진하게 마음을 나눠주는 존재를 더는 만나지 못하게 된 날, 우리 웅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날이었다.
가족들은 이미 한바탕 울고 난 후 뒤늦게 내가 도착했고, 혼자서 자지러지며 울고 있던 나에게 내 울음소리가 집 밖으로 흘러 나가지 않게 적당히 슬퍼하라 말한 것이다. 내 감정을 자기 마음대로 억누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하는 참견이었다.
나도 알고 있다. 이건 참견이라 가볍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적 지배라는 걸. 찬찬히 떠올려보면 어렵지 않게 비슷한 순간을 기억해 낼 수 있다. 너무 어릴 때부터 끝없이 당하고 있던 일이라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몰랐던 순간들을. 내 마음보다는 엄마의 고통을 먼저 어루만져야 했고, 엄마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에게 아주 다양한 표현으로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엄마가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을 끝내지 못하는 이유가 나라고.
그래서 나는 자주 말을 삼켜야 했고, 많은 마음을 참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쓸모없는 참견이라 표현하고 싶다. 그렇게 가볍게 털어낼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더는 말 한마디에 반사적으로 숨죽여 우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