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모두 읽고, 수현 선배님의 근무 연대를 다시 확인했다. 내가 움직였던 동선과 겹쳤던 적이 있었을까? 군의관으로 입대하기 전에 병원에서 근무했을 시점과 내가 안암병원 홍보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시점과 맞아떨어졌으면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었다.
'아냐, 난 유다 같은 사람이야. ... 요셉을 애굽에 팔아버렸던 형이지. ...
그의 인간성은 죄악 덩어리지만 단지 예수님의 계보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점점 더 주님을 닮아갔거든, 나도 그렇게 되길 바라'
그 청년 바보의사, 아름다운사람들, p.172
책을 읽으며 닭살이 돋는 순간을 여러 번 경험한다. 함께 터지는 감탄사는 '세상에..!'다. 짧은 생을 살다 간 젊은 의사의 삶의 결은 우리가 기대하는 사람의 인생과 전혀 다르다. 그 결은 제9장에서 간략히 소개되는 '흔적들' 부분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분이 남겨 놓고 간 흔적들에는 눈을 씻고 보아도 예수 그리스도 밖에 없다. 세상에..!
무엇이 수현 선배님의 삶을 이토록 아름답게 만들었을까... 나는 책의 한 귀퉁이에서 약간의 힌트를 찾았다.
스플랑크니조마이. 최근 몇 주전에 우리 교회 목사님이 오병이어 부분을 설교하실 때 헬라어 원어를 설명해 주셨던 적이 있다. 긍휼한 마음을 설명하시기 위해 잠깐 언급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단어 때문에 설교 내용이 마음 깊숙이 남았었다. 그런데, 책에서 그 단어를 발견했다. 그의 내면 깊숙이 장기를 찢는 듯한 강렬한 긍휼의 마음이, 그리스도께서 주셨던 그 마음이 그의 삶을 휘감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주변의 인생들을 돌보는 그런 마음이 어디서 나올까.
그 목자 없는 양 같음으로 인하여 불쌍히 여기사,
...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하시니
마가복음 6장 34절, 37절
경희대 뒤쪽, 교회에서 제공해 준 허름한 학사에서 살던 시절, 경희의대에 다니던 형이 늦은 시간 교회에서 함께 다녀오는 길에, 골목 끝 집, 불 켜진 방을 가리키면서 이런 말을 했다. '저 집에 내 동기가 하숙해. 저 방의 불이 꺼져있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시험 때마다 내가 교회를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야. 저 아이를 이길 수가 없거든.' 책을 읽으며 계속 그 선배가 생각났다. 그 선배도 지금쯤 수현 선배와 같은 삶을 살고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그 청년은 점점 더 좋은 의사가 되어갔습니다.
의사란 환자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 진정한 만남의 번쩍임flash을 경험해야 하고,
그 신성한 빛 가운데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임재하심이 있다는
폴 투르니에 Paul Tournier의 말을 그는 행동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 청년 바보의사, 아름다운사람들, p.69
우리의 삶이 최소한 어떠해야 하는지,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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