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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성 Jun 15. 2022

안수현, '그 청년 바보의사'


책을 모두 읽고, 수현 선배님의 근무 연대를 다시 확인했다. 내가 움직였던 동선과 겹쳤던 적이 있었을까? 군의관으로 입대하기 전에 병원에서 근무했을 시점과 내가 안암병원 홍보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시점과 맞아떨어졌으면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었다.



'아냐, 난 유다 같은 사람이야. ... 요셉을 애굽에 팔아버렸던 형이지. ...
그의 인간성은 죄악 덩어리지만 단지 예수님의 계보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점점 더 주님을 닮아갔거든, 나도 그렇게 되길 바라'
그 청년 바보의사, 아름다운사람들, p.172



책을 읽으며 닭살이 돋는 순간을 여러 번 경험한다. 함께 터지는 감탄사는 '세상에..!'다. 짧은 생을 살다 간 젊은 의사의 삶의 결은 우리가 기대하는 사람의 인생과 전혀 다르다. 그 결은 제9장에서 간략히 소개되는 '흔적들' 부분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분이 남겨 놓고 간 흔적들에는 눈을 씻고 보아도 예수 그리스도 밖에 없다. 세상에..!


무엇이 수현 선배님의 삶을 이토록 아름답게 만들었을까... 나는 책의 한 귀퉁이에서 약간의 힌트를 찾았다.


스플랑크니조마이. 최근 몇 주전에 우리 교회 목사님이 오병이어 부분을 설교하실 때 헬라어 원어를 설명해 주셨던 적이 있다. 긍휼한 마음을 설명하시기 위해 잠깐 언급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단어 때문에 설교 내용이 마음 깊숙이 남았었다. 그런데, 책에서 그 단어를 발견했다. 그의 내면 깊숙이 장기를 찢는 듯한 강렬한 긍휼의 마음이, 그리스도께서 주셨던 그 마음이 그의 삶을 휘감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주변의 인생들을 돌보는 그런 마음이 어디서 나올까.




그 목자 없는 양 같음으로 인하여 불쌍히 여기사,
...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하시니
마가복음 6장 34절, 37절



경희대 뒤쪽, 교회에서 제공해 준 허름한 학사에서 살던 시절, 경희의대에 다니던 형이 늦은 시간 교회에서 함께 다녀오는 길에, 골목 끝 집, 불 켜진 방을 가리키면서 이런 말을 했다. '저 집에 내 동기가 하숙해. 저 방의 불이 꺼져있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시험 때마다 내가 교회를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야. 저 아이를 이길 수가 없거든.' 책을 읽으며 계속 그 선배가 생각났다. 그 선배도 지금쯤 수현 선배와 같은 삶을 살고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그 청년은 점점 더 좋은 의사가 되어갔습니다.
의사란 환자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 진정한 만남의 번쩍임flash을 경험해야 하고,
그 신성한 빛 가운데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임재하심이 있다는
폴 투르니에 Paul Tournier의 말을 그는 행동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 청년 바보의사, 아름다운사람들, p.69



우리의 삶이 최소한 어떠해야 하는지,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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