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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성 Jun 23. 2022

황명환, '인생 잠언'


책을 읽기 위해, 그리고 읽다만 책을 다시 읽기 위해서 항상 책 표지를 보게 되는데, 책 표지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이번 책은 어떤 힌트가 표지에 있을까 곰곰이 살펴보다가 정말 다양한 색으로 채워진 화폭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정 가운데 흰 손 글씨의 The Proverbs가 눈에 들어왔다. 의도한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The Proverbs의 양 끝 손글씨는 좌에서 우까지 쭈욱 뻗어 있다. 다양한 색으로 채워진 인생들은 정말 갖가지 형태이겠지만, 잠언의 교훈이 이들 인생을 감싼다는 의미일까? 혼자서 이렇게 의미를 부여해 본다.


이 책은 분명 잠언의 '강해' 책임에도 불구하고 부제가 '성공편'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사람들은 단 한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며 '이망생' 보다는 '성공'을 꿈꾼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으면 믿을수록 그 성공을 향한 갈망은 조금 그 결을 달리하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부제가 붙어 있는 것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 실망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해는 서문에서 풀린다. 잠언의 대 주제인 '지혜', '성공', '행복' 가운데 성공에 대한 주제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와 있는 많고 많은 자기 개발서들은 한결 같이 성공을 추구하고, 그 성공을 위한 실질적인 가르침을 주려고 하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000하기 위한 00법, 000를 위한 0가지 방법, 이대로만 하면 000한다' 하지만, 내용은 우리가 많은 자기개발서들에서 기대하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 그런 내용을 기대한다면 오히려 오산이다.



세상은 놀랍게 변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려니 자꾸 기준이 흔들립니다.
하나님은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 그것이 확인되고 인정되고 고백되지 않으면
우리 삶은 불안합니다.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인생 잠언, 황명환, 두란노, p.108





이 책은 잠언의 12~21장을 다룬다. 성공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다시 네 갈래의 내용을 이 책은 쓰였다. 인격의 성숙, 행복이 오는 길, 더불어 사는 삶, 품격 있는 삶. 잠언을 읽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잠언 각 장의 주제가 항상 명확하게 딱 떨어진 주제 아래 쓰여 있지는 않다. 몇 가지 주제가 섞여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저자는 너른 범위의 말씀을 네 가지의 큰 갈래로 묶는데 좋은 능력이 있다. 모든 말씀이 하나의 주제로 모여진다.


예를 들어 3부는 더불어 사는 삶이다. 그 갈래 아래, 스스로 외톨이가 되지 말라는 제안, 말 때문에 산다는 조언, 성실함이 삶의 key라는 힌트, 질서의 자세를 설명한다. 특히 질서의 자세는 잠언 19:12-17의 말씀이 배경이다. '왕의 노함 & 그의 은택'은 지도자와의 관계에서의 질서, '미련한 아들, 다투는 아내'는 가정에서의 질서, '계명을 지키는 자, 자기의 행실'은 일터에서의 질서를 이야기한다.


느낄 수 있겠지만, 이 책은 강해서이지만 풀어주는 강해서라기보다는 적용하기 위한 강해서에 가깝다. 잠언의 특징은 그 말씀 그대로 이해될 정도로 난해하거나 어렵지 않음에도 이렇게 하나의 주제로 묶이니 더 잘 이해되고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의 중요한 요소가 관계입니다.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만큼 행복해집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21세기의 핵심 용어 중 하나가 '공동체'입니다. 외톨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내게 주신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고, 함께 살아가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인생잠언, 황명환, 두란노, p.120



알다시피 잠언의 특징은 대구(對句) 혹은 대조(對照)에 있다. 거만한 자 vs 지혜 있는 자, 마음의 즐거움 vs 마음의 근심, 명철한 자 vs 미련한 자, 마음의 고통 vs 마음의 즐거움, 악인 vs 선인, 악한 사자 vs 충성된 사신, 젊은 자의 영화 vs 늙은 자의 아름다움. 정말 여러 가지의 대구절로 채워진 잠언은 비슷비슷해 보여도 그 한 절, 한 절이 매우 아름답고 금언에 가깝다.


이 잠언의 특징이 이로운 점은 독자로 하여금 기억하기 쉽게 하는 것도 장점이지만, 그 교훈을 명확히 하고, 이해하기 쉽게 한다는 데에 있다. 이 점이 잘 드러나는 곳은 바로 제2부의 행복편의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부분이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나의 행복,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것, 이렇게 저자의 풀이 조차도 대구, 대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쉽게 다가오고 마음에 자리 잡힌다.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처럼 보일 뿐입니다.
진정한 사실은 하나님이 보시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변명합니다.
그러나 변명은 사람에게나 통하는 것이지,
하나님 앞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더 깊은 것을 다 아시기 때문입니다.
인생잠언, 황명환, 두란노, p.58





확실히 수서교회의 목사님이신 저자의 글쓰기는 거의 설교문에 가깝다. 저자는 목회자의 관점에서 수서교회 성도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한국교회의 성도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먹기 좋게, 씹기 좋게, 소화하기 쉽게 전해주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책을 읽고 나니, 표지로 다시 돌아간다. 인생 잠언의 성공편, 성공은 '하나님과 얼마나 가까이 지내는가'가 그 척도이고, 하나님과의 삶은 나의 목적, 마음, 행동, 인격, 언어 등 삶을 바꾸어 놓는 주체라는 사실이며, 그것은 나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나와 가까이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는 것이라는 나만의 결론에 이른다.


이 짧은 문장의 모음집인 잠언은, 이렇게 우리의 성공 가도에 가이드가 되어 준다.



우리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모호한 세상을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그 모호한 세상의 겉모습만 보고, 현재의 모습만 봅니다.
그러나 겉이 아닌 깊은 곳, 현재를 넘어 더 멀리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선은 반드시 승리합니다.
선을 따라갈 때, 하나님은 우리 양심에 위로와 평강을 주십니다.
그 길을 바로 걸어갈 때 승리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인생잠언, 황명환, 두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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