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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성 Jun 27. 2022

장기민,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장기민,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디자인경제. 저자가 어디엔가 디자인경제의 개념에 대해서는 명확히 ‘이거다!’라는 설명을 해주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을 통해서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원래 설계, 구성, 그림, 구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떻게 경제를 그리고, 구성하고, 설계하고, 체계를 잡을지에 대한 감을 전달하고 싶어 한다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칼럼 모음집의 특성답게 서너 페이지에 농축된 내용은 간결하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확실하다. 확실히 해당 장에서는 그 내용이 한방에 쏙쏙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그런 면에서 젊은 저자의 능력은 탁월하다.


제목에서도 그 의도가 확실히 드러나는데, 제목 한 줄로 이미 독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책을 펼치고 있을 것 같다.



역 이름 어디에도 연세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음에도 연대생들은 신촌 거리를 누비고 있고, 홍대입구역 이름에 홍대가 분명히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대 앞은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이미 가득 차 있다.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리드리드출판, 장기민, p.18




디자인을 전공하고 경영을 하고 있는 저자는 디자인경제학이라는 개념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이는 목차를 보자마자 놀라게 하는데, 47개의 세부 장에 모두 ‘00경제학’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디자인경제라는 개념을 확고히 하고 디자인경제라는 개념에서 주는 놀라운 힘을 경험하게 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한전 부지 입찰에 대한 이슈에서부터 삼성의 하만 인수, 아이폰, BTS, 기생충, 서브웨이, 유튜브, 구글, 스타벅스, 블루보틀, 알라딘, 수소전기차, 에어비앤비, 호캉스, 드라이브스루, 언택트, 아마존고, 이케아, 한일관계, 람보르기니, 백종원, IBM, 네플릭스, 카카오, 배민, 마켓컬리, 비스포크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현대 문화를 잘 녹여내는 데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요즘의 이슈와 요즘의 트렌드에 대한 뛰어난 감각으로 모든 이슈를 감싸고 도는데다가 그것을 디자인경제라는 개념으로 하나의 주머니로 묶어낸다. 심지어 최근 발간된 책답게 코로나19 상황까지 언급되고 있다.



숲은 보되 나무를 보지 못하면 해답을 얻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나무만 바라보고 있으면 편협된 사고에 갇히기 쉽다. 숲이 어떤 나무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파악한다면 어떤 문제든 해답을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자신을 둘러싼 배경을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분석해보자.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 자기 위치에서 발휘해야 할 능력이나 변화해야 할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조화롭게 어울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리드리드출판, 장기민, p.168




독서 후에 저자가 언급하는 각 장의 주제에 대한 명칭은 비록 기억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이미 우리는 그 경제가 내포하는 움직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현실인 듯하다.


결국은 그 경제 속에서 (생산자로서 혹은 소비자로서) 어찌 보면 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에 대한 고민,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들게 한다.


아울러 전통적이고, 근시안적 자세는 이제 설 자리도 없을뿐더러 시시각각 바뀌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음을 설명해 주고 있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사이먼교수는 디자인의 의미에 대해 ‘기존의 조건이 더 나은 것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라고 정의 내린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그저 표면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디자인은 본질적인 부분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질이 바뀌면 표면도 점차 달라진다. 복잡한 경제 현상에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디자인경제학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상적 기반의 경제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제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리드리드출판, 장기민, p.103




저자의 서문처럼 소비자 관점에서 이 책이 쓰였다. 나 자신, 나 스스로가 나의 모든 경제활동의 주체인데, 내가 만들어 내는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나 자신이 정형화된 경제인으로 만들어져 간다는데 동감한다. 디자인경제 관점에서 볼 때는 소비자도 디자인되어 간다는 의미이고, 그 소비자가 다시금 생산자를 디자인해가는 정반합의 원리이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삶에서 모든 경제활동의 주체는 자신이다. 순간순간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을 통해 자신이 조금씩 디자인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리드리드출판, 장기민, p.38



그러고 보니 결국은 소비자인 나의 선택!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에 대한 몫을 받게 되고, 소비자는 선택의 결과를 생산자로부터 받는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소비자는 나에게 맞는 생산자를 선택하기 위해 노력한다. 소비자인 나는 그 결과를 잘 예측해야 경제인으로 살아남는다!



자신의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선택은 자유’이지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좋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뜻밖의 문제를 만나 일이 꼬이게 되었을 경우, 내가 내렸던 선택 때문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리드리드출판, 장기민, p.114


경험은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자신을 구성한다. 지나간 좋은 기억과 나빴던 기억은 자신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 때문에 UX(경험) 분야에서는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하여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디자인 씽킹이 기업경영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인간의 모든 경제활동은 그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 보다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한 개인의 선택은 매우 본질적인 것이며 누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리드리드출판, 장기민,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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