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은 왜 이리 답답할까요?
나는 원래 자타공인 집순이 었다.
결혼 전 엄마가 주말만 되면 '오늘도 집에 있니?'라는 말을 달고 살 정도로.
취미는 독서. 집에서 조용히 책 읽는 그 따뜻함과 온화한 기분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또한 가끔 감성 돋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이런 취미들은 얼마든지 집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집에 있는 것 자체를 참 좋아했다.
출산 후 아기와 함께 온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기와 함께 집에 있는 그 시간이 크게 답답하거나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타공인 집순이니까!
누군가는 '막상 육아해 봐라, 일하고 싶을걸! 출근하고 싶을걸!'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 지금까지 아기를 100일 정도 키워오면서 단 1초도 회사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처음과 달리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회사가 다시 나가고 싶어 졌다고 바뀐 것은 아니다...^^)
내 생각은 현재 두 가지 방향으로 고민 중에 있다.
1.
첫 번째는 여전히 집에서 책을 있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나는 카페 가서 라테 한 잔 마시면서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만 100일짜리 아기를 두고 카페를 갈 수는 없는 노릇.
그리고 사실 아기를 돌보면서 집에서 조차 책 읽을 시간을 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게 나를 꽤나 슬프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꾸역꾸역 책을 읽는다. 짬을 내어 다만 한, 두 페이지라도 읽고 잔다.
왠지 그것이 나를 잃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있는 일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2.
두 번째는 나는 나의 일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 회사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정말 1초도 하지 않았지만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그 말인즉슨 나는 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내 자아 효능감을 느끼기 위한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지금 다니는 회사는 다니고 싶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최근에 어떤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
그 작가님께선 일요일 저녁만 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증상에 대해 글을 쓰셨다.
이건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고, 이 회사가 나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도 비슷한 감정을 회사 다니면서 많이 느꼈다.
나는 일요일 아침 눈을 뜨면 전날 꾼 악몽을 떠올리면서 시작했다.
다음날 출근을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일요일은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하루 종일 바닥에 깔려 있었다.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싫지는 않았다. 일을 하면서 어려운 미션을 수행했을 때 뿌듯함을 느꼈고, 그 일들이 나의 자부심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를 다니기가 싫었다.
이전에 발행했던 글에서도 썼지만 그 회사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이 나는 힘들었던 것 같다.
인수인계가 없었던 업무를 혼자 맨땅에 헤딩하듯이 배우면서 괴로웠고, 어린 후배한테 인수인계를 받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며 때로는 무시받으며 지냈던 그 나날들이 괴로웠다. 매일매일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상사들의 푸념을 들어야 했고 후배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각에 어리둥절했다.
그럼 퇴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내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사실 아기를 키우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리고 이 아기를 어린이집 가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은 키워내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선택과 집중을 할 시기, 말하자면 육아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 뇌발달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느니 소근육 발달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느니 불안한 엄마한테 주어진 그 선택과 집중의 시간은 매우 부담이 크다.
그리고 아기는 금방 커버려 마치 내가 그때 해줘야 될 어떤 일들을 자꾸 놓치고 있는 기분을 들게 했다.
육아는 불안하고 돌아갈 회사는 생각만으로도 소화불량을 불러오는데 나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보통 나는 브런치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답을 스스로 찾기도 한다.
근데 지금은 많이 어렵다.
답은 쉽게 나올 것 같지 않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선배님들이 계시다면 조언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오늘 회사 팀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조기복귀를 하지 않고 당분간은 육아에 전념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돌아올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내가 이 소중한 아기와 앞으로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어떤 걸 해야 하는지 머리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