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얼마나 무게가 빠지셨나요? 2

나도 달리고 싶다

by 오와나


snpe(바른자세운동; Self Nature Posture Exercise)를 일대일 수업으로 들었다.

남편이 있어야만 나갈 수 있었기에 시간 또한 제약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 시간만큼은 꼭 사수하고 싶었다.

3, 4 회차쯤 들었을 때 아팠던 허리가 조금씩 회복되는 느낌이 들어 더더욱 기분이 좋았다.

자, 이쯤 했으니 슬슬 유산소도 강도를 높여 땀을 내볼까. 실내자전거의 속도를 좀 더 높였다.


근데 욕심을 부리면 안 됐었나 보다.

강도를 살짝 높인 그다음 날부터 나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수준의 무릎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무릎통증의 발현과 거의 동시에 손목과 손가락 관절까지 아파오기 시작한다.


처음 했던 운동들이 아니다.

처음 했던 강도 역시 아니었다.

이 정도는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원래부터 산후에 예정되어 있던 통증이었던 건지, 나의 조급한 운동이 방아쇠를 당긴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너무나 속상해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본 유튜브에서는 다들 산욕기를 지나 슬슬 몸을 깨워 워밍업운동을 하고, 아기가 있으니 밖에 나가 운동하기 어려우므로 홈트위주로 열심히들 체력관리를 했다.

나 역시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왜 나는 이런 통증에 시달려야 하는지 서럽기까지 했다.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허리, 새롭게 시작된 무릎, 내 손이 내손 같지 않은 손가락과 손목의 통증까지.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하나의 통나무가 된 기분이었다.

손가락은 구부러지지 않았고 굳은 허리와 무릎 탓에 벌떡 일어날 수도 없었다.

겨우겨우 밤새 잠들어있던 허리와 무릎을 깨우고 몸을 일으켜 세워 침대 아래로 발을 내딛는 순간,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이상한 진동과 통증. 너무나 생경했다. 일어서자마자 주저앉을 것 같았다.

새벽수유할 때마다 아기를 침대에서 들어 올리면서 허리는 곡소리를 냈다.

매트를 깔아 둔 거실 한편에서 조용히 모빌을 보며 노는 아기 옆에 잠깐 앉아있을라 치면 무릎은 아우성을 쳤다. 무릎이 자기를 구부리지 말라고 있는 힘껏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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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좌식생활은 할 수 없었다. 잠시라도 아빠다리로 앉는 순간, 무릎, 허리는 바로 신호를 보냈다.

게다가 손목은 그렇다 치고, 손가락통증은 또 왜일까.

손가락마디마디 안쪽에 빳빳하고 두꺼운 종이를 심어놓은 것처럼 움직임은 둔했고 한참을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해야만 손을 쓸 수 있었다.


무릎통증이 발현된 순간부터 바로 실내자전거운동은 멈췄다.

사실 탈 수도 없었다. 페달을 돌리는 순간 무릎안쪽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이 날 괴롭혔기 때문이다.

무서워서 일단 요가도 스탑.

재활운동인 snpe만 유지하면서 일단 몸이 더 회복되기를 버텨보기로 했다.



임신, 출산은 산모의 몸을 완전히 희생해서 이루어지는 거라고 누가 그랬는데.

그 말은 백 프로 진실이었다.

사실 나는 임신기간 입덧 그리고 환도통으로 괴로운 순간이 있었지만, 그 밖에는 막달까지도 동네를 잘 돌아다닐 만큼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었다.

입방정을 떨지는 않았으나 속으로 '음, 임신이 체질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임신기간이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임신, 출산의 고통은 누구에게나 100으로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임신의 고통이 10이었으니 출산 후에 90에 고통이 몰아오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낳고 나서 발생된 일련의 원인 모를 통증, 산후소양증, 그리고 이런 관절통까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남편은 최근에 러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5km 뛰고서도 다음날 죽어가는 소리를 하더니, 이제는 10km도 거뜬히 뛰곤 한다.

새벽에 한강까지 가서 꽤 긴 거리를 달리고 온다. 아주 일취월장이다.

근데 나는?

사랑으로 함께 만든 소중한 아기를 낳고 나는 러닝은커녕 자리에 앉는 것조차 힘든 신세가 됐다.

내가 아픈 것이 남편 탓은 아니다.

아기 탓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럼 누구 탓일까. 누구의 잘못으로 나는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일까.


아기를 돌보기 위해 바삐 움직이며 낮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나절이 가버리지만

8시 이후 아기를 재우고 고요한 시간이 찾아오면 방 한 켠에 펼쳐둔 실내자전거를 멍하니 바라보며

나는 북받치는 감정을 달랠 길이 없었다.


이 통증이 행여나 평생 나와 함께 하는 것은 아닐까, 한편으론 불안했다.

아기를 낳고 응급실까지 다녀오면서 나를 괴롭혔던 일련의 통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약화된 것처럼, 이 통증 또한 산후의 산모들에게는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약화되는 것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도 한강을 자유롭게 뛰고 싶다.

새벽공기를 맞으며 땀을 흠뻑 흘리며 함께 뛰는 이들의 에너지를 함께 느끼며

나도 그렇게 제약 없이 내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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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것은 오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는 6주 만에도 살을 다 뺄 수 있을 만큼 산후 컨디션이 좋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실내자전거, 스텝퍼 팍팍 돌려도 무릎통증 따윈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나와 다르며 각자의 고통은 다 각자만이 아는 법이다.

아직 내 몸은 좀 더 회복의 시간,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구나라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유튜브에 '무릎통증 없는 유산소'를 검색했다.

제법 많은 양의 컨텐츠들이 나온다.

아무거나 하나 골라잡아 30분 좀 깨작거려 봤는데 생각보다 땀이 나고 크게 무리 없이 운동을 개운하게 한 느낌이 들었다.


꼭 실내자전거만이 운동이랴! 당분간 실내자전거는 옷걸이로 좀 써야겠다.

나는 이렇게 차근차근 체력을 기르면서 이 통증 또한 이겨낼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불안함은 고이 봉인했다가 한강러닝을 시도할 수 있을 정도가 될 때, 한강에 힘껏 던져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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