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피곤하니 책 속으로 도망가자

by 바삭

내 휴대폰은 핸들이 고장 난 8톤 트럭

교환학생 신분으로 잠시 외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초반에는 언어가 매우 서툴었기 때문에 사방에 흘러넘치는 정보의 아주 일부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읽을 수 없는 안내판은 그림으로 뜻을 유추했고 시끌벅적한 대화 소리는 배경음악처럼 느껴졌다. 이것은 생존에 있어서는 분명한 약점이겠으나, 어떻게 보면 정신건강에는 최고로 좋은 환경이었다. 말 그대로 읽고 싶은 것만 읽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으니까.


현재의 나는 그러한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모국어를 쓰는 나라에서 각종 트렌드와 이슈를 다루며 돈벌이를 하는 직장인이자 스마트폰 중독자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심신의 평화를 누릴 수가 없는 환경이다. 아침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면 과열된 언어들이 8톤 트럭처럼 빠르게 다가와 충돌한다. 예를 들어 '논란'이라는 단어는 순식간에 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고 또 속았냐는 듯 인터넷 세상 너머로 사라지곤 한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요즘 이 단어가 특히나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 도대체 그 모든 논란들은 다 어디서 벌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여기저기서 파편화된 정보가 넘쳐나고 나는 그것을 지나치게 자극적인 방식으로 전달받는다. 이런 식의 정보 습득은 아주 일방적인 데다, 받아들이는 사람 쪽에서 천천히 생각하고 판단하게끔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금방 피곤해진다.



느리게 꼭꼭 씹어먹는 소통이 필요해

책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작가는 엄청난 인내심으로 빚어낸 언어를 통해 끊임없이 말을 걸고 독자 또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짐작하고 해석한다. 그렇게 긴 호흡의 대화를 한 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면 뭔가 소통이 이루어졌다는 안도감과 평화가 찾아온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니면 3초 만에 묻혀버린다는 21세기에 여전히 느리고 정성스러운 방식의 소통을 고집하는 창작자들이 소중한 이유다. 특히 나처럼 빠르고 자극적인 것들에 도통 면역이 없는 사람에게는 독서를 적극 추천한다. 활자로 받은 스트레스를 활자로 해소한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효과는 좋다. 운동을 많이 하면 근육량이 늘어나 몸이 덜 피곤하듯이, 책을 많이 읽으면 마음에도 근육이 생겨 싫은 것들을 좀 더 잘 버텨낼 수가 있다.



스마트폰 중독자의 취침 준비




*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30분간 글을 쓰고 출근합니다.

과음한 다음날에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TMI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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