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을 많이 하면 나이가 든 거라던데

by 바삭

혼잣말의 마법

재택근무의 장점 중 하나는 "일하기 싫다” 라거나 “얘는 또 왜 이래?”라고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머릿속에 든 생각은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훨씬 구체적이고 강력해지기 때문에 말하기 전에 약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나 한 명뿐인 혼잣말이라고 해도 일단 내뱉는 순간 정말로 일하기가 싫어지므로, 순도 100%의 진심일 때만 “일하기 싫다”라고 중얼거리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 이미 싫은 마음 100%라면 더 나빠질 것도 없으니까.


혼자 있을 때 하는 혼잣말은 혼자가 아닌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목마르다 물 마셔야지” 라든가 “진짜 맛있겠다” 같은 말에 멜로디를 붙여 흥얼거리다 보면 실제로 누군가와 함께 있는 기분이 든다. 흔히 나이가 들거나 홀로 산지 오래되었을 때 혼잣말이 늘어난다고들 하는데, 두 가지 경우 모두 외로움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내뱉은 말로써 그 외로움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다는 건 혼잣말이 가진 신비로운 능력이다.



혼잣말은 혼자서만 하는 것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는 혼잣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이게 무슨 당연하고 이상한 소리인가 싶지만 실제로 대화를 하다 보면 이 사람이 나를 상대로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경우가 많다. 귀를 닫고 입만 여는 사람도 있고, 누구에게 말을 거는 건지 알 수 없게 공중에 대고 단어를 흩뿌리는 사람도 있다. 앞뒤 맥락이 전혀 없이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말, 듣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 불분명한 발음, 정확히 끝맺지 않는 문장 등도 내가 생각하는 ‘혼잣말처럼 말하기’에 해당한다. 이런 화법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몹시 피곤해진다. 안타깝게도 직장에서 높은 직급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걸 많이 목격했는데,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그다음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는 점이) 화가 났고, 이제는 나도 저렇게 배려 없이 말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렵다.


되는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고 싶다면 혼자 있을 때 얼마든지 하면 된다. 특히 아침에 막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할 때, 혹은 바보 같은 실수를 해서 상사에게 혼났을 때는 화장실 거울을 보고 “넌 정말 멋져”라고 한 마디 던져 주자. 그게 무엇이든 말로 내뱉는 순간 더욱 강력해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혹시라도 듣는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잘 살피는 것도 잊지 말자. 자신감 고취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체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30분간 글을 쓰고 출근합니다.

과음한 다음날에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TMI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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