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으니 내 집이지 뭐

by 바삭

주거란 게으름과의 끝없는 싸움

침대 매트리스 커버에 곰팡이가 생겼다. 겨울 내내 켜 두었던 전기장판이 이 사태의 원인일까 싶지만 추측일 뿐이다. 어쨌든 눈으로 본 이상 그대로 둘 수는 없으니 커버를 교체하고 매트리스를 청소해 주었다. 이사 오기 전까지는 바닥에 이불 한 채만 두고 생활했기 때문에 전기장판도 침대도 내 것을 소유한 건 처음이다. 그러니까 집안일 목록에 ‘침대 관리’라는 항목이 추가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아직 이 항목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다는 걸 곰팡이를 보며 깨달았다. 역시 가구와도 친해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위험천만한 세상에서 튼튼한 벽과 지붕이 있는 집에 살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주거란 정말이지 게으름과의 끝없는 싸움이다. 나처럼 현실 감각이 다소 떨어지는 인간에게는 일단 괜찮은 집을 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고, 입주 후에도 예상한 적 없는 사고들이 불쑥불쑥 터져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어느 누구도 결로나 하수구 역류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집을 계약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게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조금만 집을 소홀히 대하면 곧바로 곰팡이가 번식하고 다양한 벌레 친구들이 집을 짓기 시작한다. (내 집에 집 지을 거면 월세라도 내줬으면 좋겠다.) 사실은 좀 전에도 부엌에서 물을 마시다가 거미줄을 발견한 것 같긴 한데, 애써 모른 척하며 책상 앞에 앉았다. 아직 그것을 똑바로 쳐다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월셋집 보살피기

집안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현상 유지일 뿐이다. 순전히 지금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만 드는 시간과 노력이 어마어마하다. 가족과 함께 살던 학생 시절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깨끗한 집에 놀러 가면 새삼 그 집주인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창틀에 먼지 한 톨 없다니…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지독한 사람이었군…) 나는 그처럼 완벽히 집안일을 하는 위인은 못 되지만 그래도 쓸고 닦는 일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잠들기 전에 귀찮음을 무릅쓰고 집을 보살피면 '내가 집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수백 번 쓸고 닦고, 더 좋은 수납 방식을 고민하며 집과 조금씩 친해져 가는 것이다. 그렇게 이 작은 집은 '오래된 빌라/2년 살고 나갈 남의 집'에서 '나의 공간'으로 변해 가고, 그 안에서만큼은 편안한 마음으로 머물 수 있게 된다.




*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30분간 글을 쓰고 출근합니다.

과음한 다음날에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TMI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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