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외근을 가기 위해 택시를 호출할 일이 있었다. 택시가 거의 도착했다는 알림이 온 뒤 기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네 기사님, 도착하셨어요? 금방 갈 테니 정문에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하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기 너머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크게 좀 말해요! 짜증 나게!"
전화가 끊긴 뒤 기사님은 콜을 취소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나는 곧바로 다른 택시를 부르면서도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어딜 가도 목소리가 작다는 소리를 듣는 편은 아니다. 특히 연세가 있으신 분들과 이야기할 때는 평소보다 목소리를 크게 내려고 노력한다. 그날따라 목 컨디션이 안 좋았나 싶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아마 통화 상태가 영 안 좋았거나, 기사님이 원래 화가 많은 사람이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그냥 기분이 나빠서 분풀이 상대가 필요했던 것일 수도 있다. 지난 일을 곱씹으며 (그렇게 화를 내서 얻는 게 뭐지?) 원인을 분석하는 건 (성질이 좀 급한 사람인가 봐…) 바보 같은 일이라는 걸 알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훅 들어온 고성은 내 하루를 심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옷깃만 스쳐도 전생의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사람과는 옷깃이 스치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 그의 무례가 나에게 덕지덕지 엉겨 붙은 바람에 떼어내는 일이 꽤나 수고로웠으니까.
이전 직장에서 평판이 매우 안 좋았던 한 상사는 매일 주변 이들에게 폭언을 퍼붓는 사람이었다. 나를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그의 폭격을 받아내며 가슴속에 상처가 늘어갔다. 언제 폭발할지 모를 그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고 납득 안 되는 일을 해내기 위해서 우리는 날이 갈수록 수동적이고 무기력해졌다. 그 상사는 팀원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믿을만한 리더가 될 수 없었고, 가시 돋친 말을 내뱉고 다니니 동료와 후배들로부터 미소 띤 인사를 받을 수가 없었다.
못난 사람은 그렇게 서서히 자기 주변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스스로 불행해지고 싶다면 바로 그 상사처럼, 택시기사님처럼만 행동하면 된다. 무례는 마치 병균 같다. 무례한 사람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그 병균이 옮아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마음에 두꺼운 벽을 세우게 된다. 주위에 자신을 피하려 벽을 세운 이들만 있는 그 인생은 얼마나 외로울 것인가.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더라도 남의 가슴에 멍들게 하며 살지는 말아야 하는 이유다.
*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30분간 글을 쓰고 출근합니다.
과음한 다음날에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TMI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