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인생을 좀 더 간편하게 살 수 있을지 종종 생각하고 괜찮은 아이디어는 실행에 옮긴다. 예를 들어 나는 계절별, 상황별로 신는 신발을 정해두고 굳이 가짓수를 늘리지 않는다. 아침에 고민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신발장도 덜 복잡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또 이왕이면 아무 옷에나 잘 어울리는 검은색 가방, 한여름에도 땀자국 걱정 없는 넉넉한 티셔츠, 절대로 액정이 깨질 일 없는 튼튼한 휴대전화 케이스를 고른다. 일상의 사소한 시간낭비를 상쇄해주는 물건이나 습관은 많을수록 좋다. 말하자면 내게 덜 중요한 것에 신경을 덜 쓰고 더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쏟는 전략이다.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입에 들어오는 결과물이 시원찮은 음식은 즐겨 먹지 않았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였다. 지금 당장 떠오른 예시로는 대게, 생선구이, 한 입 베어 물면 소스와 야채가 후드득 떨어지는 샌드위치 등이 있다. 새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지만 그마저도 껍질 벗기는 게 귀찮아 과감히 양보할 때가 많았다. 매일 해야 하는 식사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일이 왠지 번거롭게 느껴졌던 것이다. 나중에는 먹기 귀찮은 음식을 포기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매번 똑같은 가공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아예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다.
그렇다면 식사에 드는 공을 줄여 인생이 조금 편해졌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음식을 준비하고 먹고 치우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끼면 다른 생산적인 일들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식사를 가장 대충 했던 시기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어 있는 위장만큼 마음도 공허하다. 당연히 건강에도 안 좋다. 그리고 건강보다 다른 일들을 우선시하는 건 '간편하게 살기'라는 목표과 정반대로 가기 딱 좋은 행동이라는 걸 얼마 안 가 깨달았다. 이제는 하루 계획을 짤 때 식사 시간을 넉넉히 비워두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기회만 있으면 새우도 열심히 까먹는다. 대게는 없어서 못 먹는다.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바쁘게 살다 보면 모든 일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포기해도 되는 게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게 무엇인지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얼핏 생각했을 때 시간낭비처럼 보이는 일들이 의외로 삶에 꼭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는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퇴근한다. 대중교통보다 불편하고 시간도 두 배는 오래 걸리지만 아름다운 노을과 한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룸메이트와 저녁 식사 시간을 맞추는 것보다 혼자 대강 챙겨 먹는 쪽이 더 간편하고 빠르지만, 저녁을 함께 먹으며 그날의 일상을 나누면 자기 전 한 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다. 가능하면 가장 간단한 방법을 찾기, 그렇지만 때로는 조금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방식을 고수하기. 두 가지가 적절한 비율로 조화를 이루면 비로소 행복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듯하다.
*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30분간 글을 쓰고 출근합니다.
과음한 다음날에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TMI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