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다이나믹 듀오-고백)
*'밤을 새우면'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노래 가사를 인용하였기에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일상은 연속적이다. 모든 순간들이 앞뒤로 연결되어 있다. 게임을 할 때처럼 한 스테이지와 다음 스테이지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그나마 오늘과 내일을 구분할 수 있는 건 잠 덕분이다. 깊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갔다가 아침 해를 맞이하는 바로 그 순간 ‘내일'이 ‘오늘'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밤을 새우는 것은 오늘과 내일의 경계를 없애버리는 행위다. 새벽 2시까지도 하루를 끝내지 못했다면 그것은 오늘일까 내일일까? 자정이 넘었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내일'이겠지만 마음은 아직 ‘오늘'에 붙들려 있다.
새벽 시간에 깨어 있으면 마치 두 날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기분이 든다. 이승과 저승 사이의 어딘가, 이 나라와 저 나라를 오가기 위해 스쳐가는 공항, 이 섬과 저 섬 사이의 망망대해 같다. 이와 같은 장소들의 공통점은 기존에 나를 설명해주던 모든 것들 (관계, 지위, 물건 등)이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중간 상태’에 있는 동안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로부터 별안간 새로움을 발견하기도 하고, 가식을 벗어던진 상태의 솔직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그렇게 휘몰아치는 감정을 공개적인 SNS나 장문의 메시지로 털어놓고 싶은 충동이 들더라도 아침 해가 밝을 때까지 잠시 참아보는 것이 좋겠다.
솔직히 직장인이 된 이후로는 새벽의 그 ‘중간 상태’를 온전히 느껴본 일이 드물다. 평일에는 생체 리듬을 출근에 맞추고 12시 전에 잠자리에 들기 때문이다. 그날 할당된 에너지는 이미 밤 11시쯤이면 고갈되므로 할 수 있는 거라곤 유튜브 세상 탐험뿐이다. 조금이라도 늦게 잠든 다음날에는 이마에 ‘어제 늦게 잔 사람’이라고 쓰여 있는 것처럼 피곤하다. 간혹 금요일에 음주를 즐기느라 귀가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오늘 재밌었다’보다는 ‘당장 침대에 눕지 않으면 죽음뿐’이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나 같은 저질 체력의 소유자에게는 ‘새벽 감성’도 20대 초반까지만 허용되는 사치였던 듯하다.
*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30분간 글을 쓰고 출근합니다.
과음한 다음날에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TMI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