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 관찰 일지

by 바삭

사무실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그건 바로 책상이 깨끗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전자의 경우 대부분 PC와 업무 자료만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고 개인적인 물건이라고는 텀블러나 볼펜 정도뿐이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사무실 책상에 자신의 취향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지저분한 책상 역시 그 주인의 취향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너무 많은 물건과 자료가 쌓여 있어, 어디까지가 업무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개인 영역인지조차 헷갈리기 때문이다. 가장 순진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건 오히려 나처럼 그 둘 사이 어딘가 애매하게 걸쳐 있는 사람이다. 나는 항상 물건을 제자리에 놓고 설거지도 매일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상 위에 잡동사니가 많은 편이다. 각종 영양제, 탁상용 선풍기, 에어컨 바람이 너무 강할 때 입는 겉옷, 여행 가서 사 온 엽서와 자석, 졸음 방지 껌, 심지어는 작은 화분까지. 나와 친분이 없는 그 누구라도 이 책상을 보면 단번에 그 주인이 ‘다소 감성적인 면이 있고, 건강을 지독하게 챙기지만 식곤증이 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더위와 추위를 번갈아 느끼는 산만한 사람’ 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 잘 되는 책상

사무실 책상을 꾸밀 때는 일이 잘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기준은 사람마다, 직종마다 천차만별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외근이 많지 않고 책상 앞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손 닿는 범위 안에 필요한 모든 것 (예를 들면 영양제나 졸음 방지 껌)이 있어야 일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반면 그 흔한 달력 하나 없는 삭막한 책상의 소유자인 동료 A의 경우, 시야에 잡동사니가 걸리면 주의력을 빼앗긴다고 한다.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책상 위를 혼돈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하는 동료 B는? 이 역시 의도적으로 조성된 업무 환경인 걸까? 기회가 닿으면 반드시 물어보리라.



노트북과 커피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며 부서별 지정석을 당연시했던 문화도 흐릿해져 가는 듯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변화에 보수적인 편인데도 자율 좌석제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주 5일 출근을 실시하고 있긴 하지만, 언젠가는 모두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날이 온다면 사무실 책상 위에 각자 나름대로의 개성을 담아내던 풍경은 먼 옛날의 추억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실내에서 담배 피우며 일하던 80년대의 사무실 풍경이 지금에서야 새삼스러운 충격으로 다가오듯이.




*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30분간 글을 쓰고 출근합니다.

과음한 다음날에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TMI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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