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가 첫인상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좋은 말투'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내 경우엔 본인에게 어울리는 말투를 가진 이에게 관심의 눈길이 간다. 잘 맞는 말투를 쓰는 것은 잘 맞는 베개를 찾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너무 높거나 낮은 베개를 베고 자면 하루 종일 목과 어깨가 뻐근하듯이, 안 맞는 말투로 말을 하면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그 감정은 틀림없이 내 말을 듣고 있는 상대방에게까지 전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에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말투나 베개처럼 사소한 것들은 삶 전반에 걸쳐 은은하게 영향력을 발휘하곤 한다.
말투는 주변 사람의 것을 닮아갈 수도 있고, 본인의 타고난 성격이나 성장 환경이 반영될 수도 있고, 직업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육아 등 특정한 상황의 영향을 받아 형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게 아니고서야 자기 말투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봤을 때 손발이 오그라들고 낯선 기분이 드는 이유는 스스로 생각했던 것과 실제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내 말투가 상당히 평범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업무상 이유로 내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보니 말투가 민망할 정도로 단호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실제로 나는 주장을 강하게 제시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말투 때문에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분명 "나는 이런 뜻으로 말한 건데 왜 저런 뜻으로 받아들이지?"라며 괜한 남 탓도 종종 했겠지 싶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친절한 말투를 듣다 보면 절로 존경심이 피어오른다. 저런 말투를 가꾸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이 있었을까 싶다. 유독 ‘과한 친절’을 요구하는 몇몇 부류 때문에 ‘과하게 친절한’ 말투가 일상적으로 자리 잡은 건 아닐까 싶어 마음이 슬며시 불편해지기도 한다. 그저 오해 없이 의사 전달만 하는 것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말을 예쁘게 다듬기까지 하려면 신경을 몹시 곤두세우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말투는 거칠지만 얘기를 나눠보면 속마음은 따뜻한 경우도 많다. 그런 사람은 사포로 포장한 부드러운 초콜릿 같다. 반면 말투는 벨벳처럼 부드럽지만 그 안에 날카로운 칼이 숨어있는 사람도 있다. 그 또한 그들이 살아온 인생과 성격을 일부분 대변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딱히 벨벳처럼 되고 싶은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사포처럼 되고 싶은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적어도 본래의 내 모습이 왜곡되지 않는, 딱 그 정도의 투명하고 정직한 말투를 갖고 싶다.
*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30분간 글을 쓰고 출근합니다.
과음한 다음날에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TMI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