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연애는 쿨하고 내 연애는 구질구질

아 그냥 헤어져

by 바삭

아무리 공감해도 결국엔 남 일

대중 매체에서 사랑과 연애는 불변의 인기 주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혹은 가요를 들으면서 그것이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깊은 공감대를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결국엔 다 남 얘기다. 제아무리 기승전결이 완벽한 사랑 이야기가 세상에 존재하더라도, 결국 자기 자신의 이야기만큼 애틋하고 절절할 수는 없다. 직접 겪는 감정은 그 어떤 훌륭한 이야기에 비할 수 없이 크고 깊은 흔적을 남긴다.



남 연애는 쿨하고 내 연애는 구질구질

갓 성인이 되어 대학에 입학했을 때, 나를 포함한 또래의 친구들은 진실된 사랑에 대한 기대치가 하늘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으레 술잔을 기울이며 막 끝난 연애나 막 시작한 연애에 대한 풋풋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나는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주로 들어주는 쪽이었는데, 그때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단 혼자 삭이는 쪽이 좀 더 어른스럽고 쿨한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성격 탓에 특정한 패턴으로 반복되기 마련인 연애 토크가 가끔은 소모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겉으로만) 쿨했던 내가 내놓는 해답은 팔 할이 “그냥 헤어져…”였지만, 어쨌든 결정은 당사자의 몫이므로 그 이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해야 하는 일도 없었다.


사랑과 연애는 한 인간의 가장 사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그곳에서는 다른 모든 성격으로부터 구분되는 새로운 자아가 생겨나기도 한다. 평소 이성적이었던 사람이 연애할 때만큼은 제대로 된 판단을 못 내리기도 하고, 반대로 정 많고 유순한 듯 보이지만 유독 사랑에만 칼 같은 사람도 있다. 그때 내 안에는 남의 연애 고민에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쿨한 자아와 정작 본인 연애는 쿨하게 놓지 못하는 구질구질한 자아가 공존했던 것 같다.



인생이 재미없을 땐 연애를 하라는 조언

인생이 재미없다고 했더니 연애를 해보라는 조언이 돌아왔다. ‘연애를 하지 않는 인생은 재미없다’는 의미는 아닐 테고, 다만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충돌하고 합쳐지는 과정에서 일상이 좀 더 다채로워진다는 점에서는 일리가 있다. 그걸 재미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다. 서운함과 고마움이 공존하고 지겨움과 설렘이 동시에 찾아오는, 무 자르듯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 감정들로 인해 동요하는 게 마냥 유쾌하기만 한 건 아니지만, 확실히 지루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라면 ‘연애’의 대상이 남자 혹은 여자뿐 아니라 최근에 꽂힌 취미활동, 친한 친구들, 반려동물, 혹은 열중하고 있는 사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막대한 관심을 쏟게 만들고 또 그로 인해 나 자신까지 기꺼이 변화하게 만드는 존재. 어쨌든 그런 대상을 끊임없이 찾아 나간다면 인생이 지루하다는 생각 같은 건 들지 않을 것이다.





*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30분간 글을 쓰고 출근합니다.

과음한 다음날에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TMI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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