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이나 이직준비생들이 궁금해하는 것중 하나가 채용 전형에서 학벌을 보는지 안 보는지의 여부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참으로 어렵습니다. 너무 회사마다 다양하고 본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 안본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 좀 모호한 면도 있기 때문이죠. 이유는 채용에 있어 ~~한 이유로 차별을 하지 말라는 뉘앙스의 문구는 본 적이 있어도 채용 규정에 문구로 '학벌을 보지 말 것' 이런식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고, 이력서에 학교명을 적게끔 되어있는 대부분의 사기업에서 학벌을 포함하여 이력서에 일단 '기입'을 한다는 모든 요소는 눈이 있으면 보긴 보기때문에 그렇습니다. 필요가 없는 요소는 이력서에 아예 적지를 않게하겠죠.
(참고로 공기업은 대부분 학벌을 안 봅니다. 아니 볼 수가 없습니다. 원천적으로 아예 블라인드로 이력서에서부터 학벌을 입력하지 않게끔 하고 있고, 자기소개서에도 학교를 암시하는 문구를 쓰지 못하게 해놓거나 기입을 할 경우 자동으로 결격사유에 해당 되기 때문입니다. 초창기에는 블라인드 전형이라고 하더라도 뭐 증명서 제출이나 면접 등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걸 거를 수 없다더라 등의 카더라등이 있었는데 요즘은 애초에 학력을 처음부터 안 적는 방식을 택한 공기업은 정말 안 본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대기업들은 회사마다 어느 학교를 선호한다더라, 아예 학교마다 등급을 매겨서 소수점단위로 막 가점등을 부해서 엑셀로 돌려서 자른다더라, 어느 학교 이하는 아예 파쇄기에 갈린다더라 온갖 썰들이 많았습니다. 말그대로 썰이고 그 회사의 그 인사담당자 아니면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확실한건 요즘은 그렇게까지 하는 회사는 잘 들어본 적이 없고, 실제로 다녀본 대기업들의 신입사원들 연수를 진행하면서 인적사항을 받아보고 하면 다양한 학교들이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안 본다고 하기엔 서두에 적은 것처럼 모호한 면도 있죠. 그래서 정확하게는 과거에 비해서 '덜 본다' 또는 '유연하게 본다' 가 맞을 것 같습니다.
회사들이 예전처럼 갑의 입장에서 언제까지 사람들을 채용할 수 없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졸자의 숫자가 해가 갈수록 물리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최근에 각광받는 특정 직무들은 역으로 인력난이기 때문에 학벌을 거르면서까지 뽑을만한 입장이 못 됩니다. 전공자 뽑기도 어려운 마당에 말이죠. 일부 초일류대기업을 제외하고는 20~50대 대기업들 특히 더 그럴겁니다.
또, 무조건 고학벌을 뽑아놨더니 자기 눈에 안 맞다고 붙고 나서 1년내에 바로 퇴사를 하고 다른 더 좋은 회사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도 워낙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하이스펙은 부담스러워 하는 회사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경영학 관련 논문들을 뒤져보면 고학벌이 실제로 일을 더 잘하느냐에 대해 조사한 자료들이 있는데 비례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심심지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6개월? 1년 정도는 미세하게 연관이 있다가 1년만 넘어가도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학벌이 예전처럼 빡세게 '본다'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안 본다'도 아닌 이런 애매한 현상이 남아있는 이유를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비유를 해보고 싶습니다.
밖에서 대외적으로는 "에이 학벌이 전부인 세상은 지났죠. 애들이 진짜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지원해주는게 맞죠" 라고 말하면서도 '내 자식은 좋은 학교를 갔으면', '내 자식은 그래도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높은 레벨의 학교를 갔으면' 하면서 학부모들의 사교육이 사라지지 않는 현상에 말입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외적으로 우리 회사는 "학벌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아요", "학벌로 사람을 뽑는 건 옛날 얘기입니다" 라고 말을 하고 신입 TO가 난 부서장들도 "학벌 좋다고 다 일잘하는 것도 아니고 인성이 좋은 사람이 들어와야지" 라고 말을 하면서도 내심 비슷한 면접 점수에 비슷한 전공인 사람이면 '이왕이면 우리팀에는 좀 학벌 좋은 애들이 배치됐으면' 하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하죠.
본질적으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수능 이외의 제도나 수단으로 사람의 지식이나 우수한 정도, 비교 우위/열위를 나타내는 뾰족한 지표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수능제도가 30년이 다되어가면서 거의 문제은행화된게 아닌가 싶어 이제는 응용력보다는 암기력 지표가 되었다고 보지만)으레 그래도 수능 잘 봐서 좋은 대학 간 애들은 조금은 더 똑똑하겠지 하는 기대심리가 작용하는 것 아닐까요?
직장생활 몇 년 해본 입장에서 소위 말하는 '일 머리'는 학벌과는 별개이고, 굳이 스펙적인 요소로 따지자면 학벌보다는 '전공' 과 '직무경험'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안타까운 면이 있는 어려운 지점이라 느낍니다. 지금은 채용 업무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왜 우리나라 채용 문화에서 공기업은 과감하게 학벌을 아예 기입하지 않는 블라인드 전형을 택하고 정착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직도 대기업은 아직까지 온전히 그 벽을 깨지 못하고, 블라인드는 자리잡지 못하고 있을지 고민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