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종사하는 HRD직무 이야기를 오랜만에 꺼내볼까 합니다. 10년정도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해당 직무에 종사하면서 느낀 HRD직무의 장단점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볼까하는데요, 이 분야를 희망하시는 취준생들이나 이길이 맞나 고민하는 현직자분들께 작게나마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장점부터 적어보겠습니다.
1. 인적 네트워크 많아진다.
HRD 직무를 맡다보면 다른 직무의 회사원들보다 인적 네트워크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직무 특성상 우리 부서 혼자 할 수 있는 업무보다는 사내 다른 부서의, 또 외부와의 협력이 거의 필수적인 직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고객이 회사 내부사람들이기 때문에, 내부의 모든 조직, 모든 부서, 모든 직무, 사원부터 임원까지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하고, 자주 만날 수밖에 없어집니다. 또 교육을 운영하다보면 모든 사람들 잠깐이라도 다 인사라도 하게 되다보니 내 노력에 따라서는 정말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레 갖추어 집니다. 외부적으로도 외부 컨설팅사의 유능한 분들과 협업도 자주 하고, 외부 강사를 모실 때에는 일반 산업강사부터 때로는 인플루언서, 셀럽, 유명인들, 명강사들을 모시게 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많이 알 수 있답니다. 큰 자산이라고 봅니다.
2. 자기개발이 될 확률이 높다.
자기개발에 많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직무입니다. 사내 임직원들의 역량개발, 육성을 위해서 결국 크게는 자기개발의 영역에서 계속 푸쉬를 해주고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일단 담당자부터가 자기개발과 관련된 여러 트렌트나 방법, 종류, 내용 들에 대해서 수시로 파악을 하게 되고 관심을 갖고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자기개발 콘텐츠의 홍수속에서 피곤할 정도로 말입니다. 또, 담당자가 사전에 그런 것들을 찾는 것외에도 직접 선정한 교육을 임직원들에게 제공해주면서 계속 같이 모니터링하고 따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타직무의 사람들에 비해서 트렌드도 빨리 접하고 자기개발에 대한 소스를 많이 얻게 된답니다. 남들은 승진할 때 한번씩, 혹은 돈내고 찾아들어야 하는 질높은 교육들을 나는 업무를 하면서 받을 수 있으니 큰 장점이 될 수 있답니다. 덤으로, 사내 경영층의 비전이나 메시지를 많이 전달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내부성장에도 도움될 수 있는 좋은 팁과 방향성들을 캐치하기에도 매우 좋은 직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지루하지 않은 업무 속성을 갖고 있다.
아무리 좋은 직무라도 너무 일이 단조롭거나 루틴한 업무만을 하다보면 사람이라는게 많이 지치고 집중력도 저하되고 몰입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HRD직무는 업무가 상대적으로 덜 단조롭습니다.크게는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로 나뉘게 될 수 있는데 (기타 나머지 역할도 물론 많지만 크게 2개로만 구분), 이 중 하나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보통의 HRD담당자라면 기획과 운영을 모두 맡습니다. 때문에 기획업무를 할 때에는 사무실에 앉아서 흔히 말하는 페이퍼워크나, 데스크에 앉아서 하는 업무들이나 회의들이 많습니다. 정적인 업무들도 많이 있습니다. 반면에, 운영업무를 하다보면 교육현장으로 직접 나가기 때문에, 사내의 강의장이나 사외의 다른 장소로 나가서 워크샵을 하거나 교육을 할 때도 있어서 사무실 밖에서의 업무 환경 변화도 자주 일어나는 편이고, 직접 사회를 보거나 진행을 하거나 강의를 맡거나 퍼실리테이션을 할 때면 컴퓨터앞에서 정적으로 하는 업무가 아닌 동적인 스타일의 업무를 많이 맡습니다. 때문에 내근 업무, 외근 업무 적절히 병행이 가능하고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즉, 너무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업무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덜 지루한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짤려도 할일이 있다.(많다. 아님)
모든 직장인의, 특히 문과 직렬의 경영지원/스탭 직무의 직장인들이 많이들 걱정하는 것이 은퇴이후의 혹은 회사에서 짤리면 무얼하지 라는 부분들에 대해 많이들 고민을 하십니다. HRD직무 담당자도 역시 마찬가지일텐데요 다른 전문직이나 기술직만큼은 아니라서 '많다'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문과 직렬의 직무들에 비해서는 외부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직업들이 있는 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노력여부에 대한 차이는 당연히 전제로!) 앞서 말한 자기개발이 저절로 될 확률이 높다라는 것의 연장선상일텐데요, 여러 산업 강사들을 만나고 배우는 영향을 받다보니 HRD담당자들 중에서는 직접 자기만의 콘텐츠나 전문 분야를 잡아서 프리랜서 산업강사로 진출하시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잘만 자리잡으면 수익도 꽤 많은 인기 직종이죠. 또, 코칭 자격증을 취득하여 전문 코치로 활동을 하며 비즈니스 영역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나가시는 분들도 많고, IT나 기술쪽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은 에듀테크 분야로 IT와 교육을 접목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 외에도 보고 듣는 것이 많다보니 여러 분야를 장기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에, 지식노동자로서의 커리어를 연장할 수 있는 점들이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고 봅니다.
5. 동료들의 성비가 균형적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남초회사, 여초회사 또는 남초부서, 여초부서 등이 있기 마련인데요 너무 한 성별만 모여있는 조직에서는 꼭 특유의 단점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조직문화를 봐도 균형적인 성비를 갖고 있는 조직이나 집단들이 조금 더 좋은 분위기인 경향이 나오곤 하는데요, 제가 맡고있는 HRD 직무가 그런편에 속합니다. 따라서 꼭 남자에게, 여자에게 유리한 직무도 아닐 뿐더러 채용할 때 특정 성별이 암암리에 불이익을 받거나 하는 그런 직무도 아닙니다. 그래서 조직 분위기도 좋은 편이고, 딱히 나쁜 사람이나 꼰대나 빌런들이 많지 않은 부서이기도 하여 이 또한 하나의 장점일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세상 어떤 직무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HRD직무에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안입니다. 단점도 당연히 있기 마련인데요, 이번에는 아래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1.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다.
회사 내부에서의 성과라는 것은 최근에는 그 측정도구나 방법이 다변화되고 있지만 어찌됐건 가장 표준적인 방법과 근간은 결국 KPI로 대변되며, 대부분 수치화한 성과로 이를 증빙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HRD직무라는 것이 성과 결과라는 것을 딱 정확하게 수치화할 수 있는 점이 조금 모호합니다. 단편적으로 나오는 만족도 조사 정도, 출석률이나 참여율, 신규프로그램 개발 건수 등이 제일 직관적인데 매번 이것만으로만 성과를 표현하기에는 또 어렵습니다. 만족도가 무조건 높다고 꼭 좋은 과정이냐 라고 불 수도 없을 것이고, 교육에 나온 의견들도 정성적인 부분들에서 오히려 더 좋은 결과치나 성과물, 영향력을 뽑아낼 수 있는데 수치화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인력이 좀 많고 연구 능력도 있는 좋은 회사에서는 현업 적용도를 기간을 두고 자체적인 진단 도구를 만들어서 측정하기도 하고, ROI의 개념을 교육에도 적용하여 따져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확하게 수치화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해당분야의 석,박사 님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들 말을 합니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잘 업무한 것에 비해 이를 사내에서 증명해낼 때 어려움이 조금 있다는 점은 HRD직무의 대표적인 단점 중 하나입니다.
2. 유리천장(?) 어느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최근에는 직장인들이 승진이나 직책자 자리에 관심이 많이 없어지고 있다지만, 그럼에도 직장내에서 결국 오래 인정받고 살아남으려면 직급의 승진뿐아니라 직책의 자리로도 높이 올라가야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HRD직무는 이점에서 약점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여러 회사를 겪으며 HRD담당자 업무를 해왔지만, HRD 직무를 베이스로 임원자리에 오른 사람은 없거나 손에 뽑았습니다. 어느 회사든지 우리는 임직원들의 교육과 인재육성에 신경쓰고 있다고 그 중요성을 말하지만 그 직무 자체의 깊이나 무게감은 사내 타직무에 비해서는 조금 낮게 보는 현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사실 경영지원이나 HR쪽 직무가 그렇긴 합니다. 임원까지 오르는 직무는 보통 핵심직무인 경영전략, 경영관리, 재무, 마케팅, 영업 부서들이 대부분 차지를 하죠. HR중에서도 HRM쪽이 좀 더 대우(?)를 받는 편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교육만 하는 연수원 같은 조직에서도 TOP이라고 할 수 있는 연수원장, 혹은 임원분들도 타 직무를 하다가 온 케이스를 더 많이 봤습니다. 그래도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HRD직무'만'을 했을 때의 약점이 있을 수 있지만, HRD를 경험한 뒤에 내가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사내에서의 성장이 목표라면 HRD직무를 찍고, 다른 부서로 직무 이동을 하면서 성장을 해나간다면 이 약점은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답니다.
3. 교육도 서비스직이다.(감정노동)
앞서 장점 쪽에서도 서술했지만, 교육담당자는 아무래도 사내에 직접 얼굴을 내놓고 현장에서 사람들과 마주하며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즉, '사람'을 대하는 업무다 보니 어찌보면 감정노동 성격의 서비스직 속성이 있다고 봅니다. 늘 웃고있어야 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하고, 교육현장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안좋은 이야기, 때로는 회사에 대한 HR에 던지는 불만까지도 현장에서 직접, 대면으로 듣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런 부분들을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사내의 임직원들의 기분이 나쁘지 않게 잘 대응하고 대처해야하며, 그와중에 또 HR부서의 입을 통해서 나가는 메시지에는 항상 신중해야하기에 말도 가려서 적절하게 해야하는 그런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실제 감정노동을 하시는 고생하시는 다른 분들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내 일반적인 타부서에 비해서는 종종 (좋게 말하면) 건의사항의 수렴, 민원창구의 역할을 대변하기도 하기에 이런 부분들이 힘들 수도 있답니다.
4. 평가의 연속
일반적인 회사원이라면 평가를 1년에 1~2회, 빠르게 변화하는 조직에서는 약간 더 많은 횟수도 있지만 보통은 이 정도의 텀을 두고 받게 됩니다. 보통은 인사평가라고 하죠. 그런데 HRD담당자는 자신이 속한 그 회사의 평가시스템 외에도 수시로 평가를 받는 횟수도 노출 빈도도 많습니다. 평가를 받는 다는 것은 좋게 포장하면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개선 포인트를 달게 들으면서 성장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누구에게 자주 평가받는걸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HRD담당자는 매 교육이 끝날 때마다! 결과보고를 드리면서 정식으로 피드백을 매번 듣고, 점수로도 교육생들로부터 평가도 받고 코멘트를 받습니다. 즉, 경영자에게 또 학습자(사내직원들)에게 교육 횟수와 비례해서 계속 평가를 받는다는 거죠. 이게 상당히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을 때도 있고, 늘 좋은 점만 피드백으로 나오리란 법은 없기에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런 단점이 있기에 정신건강에 대한 관리, 흔히 말하는 멘탈을 꽉 붙잡고 있어야만 하는 직무라고 생각을 합니다.
5. 워라밸의 한계
모든 직장인의 꿈중 하나가 바로 워라밸일 것입니다. 최근에는 4.5일제, 유연근무제, 선택근무제, 재택근무, 연차독려, PC-Off, 야근 지양 등 워라밸을 위해 여러 회사들에서 많이들 신경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담당자는 늘 이 워라밸을 지킬 수만은 없습니다. 교육을 운영하다보면 교육을 셋팅하기 위해 사전 준비 시간이 필요하고 교육이 끝나고 나서 뒷정리를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교육시간은 보통 일반 직원들의 근무시간에 맞추어져있기에 교육담당자는 남들보다 더 일찍 나오고 더 늦게 가면서 교육 전/후를 챙겨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교육 특성상 저녁시간에 네트워크차원에서 석식(만찬)행사 등을 편성해줄 때가 많은데 남들은 한달에 1번 하는 회식을 교육담당자는 교육 때마다 하게 되는 불상사도 일어날 수 있어 감수를 해야합니다. 월요일에 시작하는 교육은 때로는 금요일 저녁에 아무리 셋팅을 다 하고 퇴근해도 돌발변수가 생겨서 일요일에 잠깐 출근하거나 교육장소가 타지에 있다면 미리 출장으로 이동을 해야할 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워라밸이 썩 좋은 직무는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이 부분도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제가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수행한 HRD직무에 대해서 장점과 단점을 진솔하게 적어보았는데요, 다시 말하지만 어차피 모든 회사원들의 직무가 다 장점만, 다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내가 미리 알고 대비할 부분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나 나의 가치관, 업무 스타일에 잘 맞는지 등을 꼼꼼히 분석하면서 취준생이라면 직무 목표를, 현직자라면 장기적인 커리어 플랜에 참고를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P.S 전, 그래도 HRD 직무가 좋습니다^^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