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두 단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질 Aug 30. 2023

1호선과 장례식

장례식 자리가 어색할 정도로 드문 게 좋다.

지구에 먼저 온 순서대로 먼저 간다. 직장 동료의 조부상으로 검은 바지, 검은 양말, 네이비 셔츠에 네이비 우산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장례식장과 집과의 거리는 꽤 가까웠다.


조부상은 잘 가지도 않고 부조를 하지도 않는단다. 죽은 이의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슬픈 것은 마찬가지다 생각하지만, 실상은 내 나이가 어려 주변의 죽음이 익숙하지 않아 더듬더듬 상대방은 이런 마음이리라, 그러니 조문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 하고 지레짐작에 방문을 했던 듯하다.


30분 거리로 도착한 장례식장에는 술판이 벌어졌다. 친척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다. 슬픔을 잊기 위해 그러는지, 오랜만에 만나서 즐거워 그러는지. 혹은 둘 다인지.


혹은 내가 두 번째 날의 저녁 10시, 그러니까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한 것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미 다들 술에 잔뜩 취한 시간이라 손님이 도리어 불청객이 되는 시간이었을지도.


그러나 직장인 대 직장인으로 만난 관계, 직장 업무를 끝내고 집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도착하는 시간이 그즈음이니 서로 어쩔 도리가 없다. 직장이 아니었다면 스치지 않았을 관계이니 이 정도의 무례는 이해해 줄 것이라 믿는다.


조문을 하러 가는 길, 몇 번이고 장례 예의에 대한 유튜브를 돌려봤다. 낯선 문화라서 혹시나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할까. 다행히 서투를지라도 실수는 없이 조문을 마쳤고, 역시 어설펐던 탓일까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귀여운 조문객이 욌구나 하는 눈초리였다.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도...


방문한 직장 동료는 친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방문한 성의가 있어서인지 이런저런 말을 걸어왔다. 먼 길 와주었다, 회사 사람들 바쁜 시기 아니냐. 인사만 하고 조용히 나올 예정이었는데 변수가 생겨 조금 당황했고, 혹시나 말실수를 할까 몇 마디 대꾸를 하고 회사에서 뵙자는 말로 대화를 끝냈다.


조금 더 친한 관계였다면 잠시 조문 식사라도 하면서 상제가 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겠지만, 상성이 좋지 않은 것인지 얼굴만 보면 싸우기 바쁜 관계라 최대한 적게 대화하고 조의금만 내고 나왔다. 그래도 들어오는 손님마다 인사를 하고, 어르신들 술자리 옆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1. 부의록 작성하기

2. 부의금 부의함에 넣기

3. 상주, 상제와 목례하기

4. 영정 앞에 바른 자세로 서기

5. 헌화하기

- 오른손으로 꽃줄기 하단을 잡고 왼손으로 오른손 받치기

- 공손히 제단 위에 헌화하기, 꽃줄기가 내 쪽으로 오도록

6. 두 번 절하고 한 번 목례하기

7. 상주와 맞절하거나 고개 숙여 예를 표하기

8. 조용히 나오거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한 마디

9. 두 세 걸음 뒤로 물러난 뒤, 몸을 돌려 나오기


혹여나 까먹을 것을 대비해 기록해놓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게임과 1호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