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물건을 고급지게 관리하는 사람들
2021년 정호연이 모델로 활동한 에피그램에서 초록색 패딩을 샀다. 가격이 45만 원이라 몇 개월 할부로 샀고 겨울 내내 따뜻하게 잘 입고 다녔다. 비록 사람들에게 추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지만, 가볍고 따뜻해서 교복처럼 입고 다니고 있다.
직장인이 된 지도 꽤 시간이 지나서 구매하는 물건들의 가격대가 서서히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물가는 오르고 내 월급은 오르지 않지만, 오래 일한 나에게 조금 더 고급진 것들을 입혀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보상심리에 비싼 물건들을 구매하는 듯하다. 그래도 아직 제대로 된 명품은 사지 않았다.
언제 명품을 사면 좋을까. 21년도에 함께 일하던 대리님은 30대로 넘어가는 본인의 나이를 고려하면 가방은 하나 사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200만 원대의 가방이 뭐가 있을지 찾아보던 대리님을 생각하면 그래도 명품 중에서 나름대로 가성비 있는 것들을 찾고 있었던 거구나, 싶었다.
나는 언제쯤 명품을 구매할까. 비싼 옷을 구매해도,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놓거나 자주 세탁하지 않는다면 처음 붙어있던 프라이스 택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내 물건을 잘 챙기고 보다 깔끔하게 주변을 정돈할 정신머리(?) 혹은 센스가 생길 때 즈음으로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얼마 전에는 주관적인 취향을 고집하는 한 분을 알게 되었다. 그분이 사는 코트, 그분이 사는 모자, 그분이 쓰는 스마트폰 케이스까지 다 스토리가 있어서 웃겼다. 함께 밥을 먹을 때 족발과 막걸리와 동동주를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 처음에는 찐따인가 싶다가, 너드인가 싶다가, 멋진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취향을 깊게 파는 사람은 멋져 보인다.
바닐라 향이 진한 메종 마르지엘라 향수를 알게 되었다. 그분 모르게 네이버에서 구매해, 출근할 때마다 가슴이나 다리 안쪽에 뿌린다. 빽빽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 맡을 수 있는 은근한 즐거움을 누리다 보면, 출근하기 싫었던 마음도 조금은 사라진다. 일단 집이 아닌 어디든 가게 되니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