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와 빈대
강풍주의보, 한파주의보에 이어 빈대주의보?
아침 지하철을 타며 뉴스를 생각했다. 창궐하는 빈대가 무서워서 지하철에 자리가 나도 앉지를 않는다지? 다만 여유로운 역에 한정된 이야기인지 내가 타는 열차는 한참 만석이다.
뉴스를 본 이후에 자꾸 다리가 간질간질하다. 빈대인가, 싶어 놀란 마음에 쳐다보면 붉은 반점조차 없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빈대, 꼭 온몸을 돌아다니는 감각을 가지고 출퇴근을 하는 요즘이다.
70년대에나 유행하던 것이 왜 다시 나왔나.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고 천적인 바퀴벌레가 줄어서 그렇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가 종식될 기미가 보이자 너도나도 떠나는 해외여행이 전 세계의 빈대 전파에 한몫을 한다고.
빈대를 죽이기 위한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겠군, 아니나 다를까 경남제약과 동성제약의 주가가 눈에 띄게 높아졌단다. 이미 눈치 빠른 사람들은 유튜브나 기타 SNS 매체로 빈대 증가 추이를 확인해 주식을 사 모았겠다는 생각을 하니 그 발 빠른 모습에 소름이 돋기도 하고 그렇다.
빈대는 한 마리가 90방을 문다고 한다. 모기처럼 특화된 레이다가 없어 피가 나올 때까지 아무 곳이나 물어서 그렇다. 아무 땅이나 파서 석유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미련하지만, 될 때까지 지속하는 행동력과, 단점은 감추고 장점(=번식)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빈대 세상 만들기에 성공했으니 어찌 보면 대단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