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길을 묻자, 스페인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했다.
비행기가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 착륙했다. 스페인에 대한 첫 느낌은 당혹스러움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스페인어를 배운 적이 없다.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에 나오는 교수가 간간이 말하는 '아우라(당장)' 정도만 알아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서툰 영어로 길을 물어도 사람들은 도리질을 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나는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미아가 된 듯했다.
어떻게든 오늘밤 예약해 둔 숙소로 가야 했다. 공항 택시를 잡는 곳이 어디인가요, 영어로 지나가는 커플에게 물었다. 그들은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그들은 친절했고, 환하게 웃으며 손짓과 발짓을 하며 어떻게든 소통하려 했지만, 나는 그저 낯선 언어에 겁먹은 웃음을 보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다시 공항으로 발길을 돌렸다. 분명 공항에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보안요원에게 택시 정류장이 어딘지 묻자, 그는 영어로 방향을 알려준다. 안도감이 들면서도, 동시에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샘솟았다. 이후 택시 기사와도 영어로 소통이 되지 않았고, 스마트폰 지도와 구글 번역앱 덕분에 겨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게스트하우스 직원들은 모두 영어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체크인을 하고 침대에 몸을 누이니 그제야 여행을 온 실감이 났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의 안도감, 미지의 것이 눈앞에 있다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나를 감쌌다. 앞으로의 여행은 어떻게 될까?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누군가를 만날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