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 뜨거운 햇빛 쬐기
츄러스를 맛있게 먹은 뒤, 태양의 문 광장으로 갔다. 4월 중순이라 공기는 아직 차가웠지만 햇볕이 따뜻했다. 온도차가 주는 기분 좋은 상쾌함을 즐겼다. 비둘기와 함께 돌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의자가 길게 이어져 있어 앉아있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 광장이 어떤 길목이 되고 있는 것인지 걸어 다니는 사람들 역시 많았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사이에서, 내가 한국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스페인에 왔구나.
광장에는 사람들도 많았고, 단체 관관객 또한 많았다. 보통은 가이드가 긴 깃발을 들고 사람들을 인솔하거나 무언가를 설명해주고 있었고, 가이드 주변에 옹기종기 둘러선 사람들이 그 말을 듣거나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면서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광장에는 여러 동상이 우뚝 서 있었고, 분수의 바닥에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윤슬이 물결에 찰랑거렸다. 무척 아름다웠다. 두 다리를 들고 나무의 열매를 따먹는 검은 곰은 마드리드 지역의 상징이었다. 사람들이 동상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그 앞에 서서 사람들의 웃는 모습을 구경했다.
모든 것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늘은 푸르렀고 햇빛은 따뜻했다. 관광객과 시민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홀로 길을 지나는 사람은 선글라스를 끼고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여러 지역,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이 광장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통일되지 않은 다양한 패션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한국에서는 무채색 계열의 비슷한 옷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사람들의 패션은 자유롭고 제멋대로라서 보는 눈이 즐거웠다.
한참을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광장이라는 곳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득 차 있다. 나는 눈부시게 흐르는 분수와 햇빛에 반짝거리는 검은 동상들, 길을 종종 대는 비둘기들과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거나 가이드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을 봤다. 내 안에 밝은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고,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이 낯선 공간이 좋았다. 나는 완벽한 이방인이 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찾아냈다. 이곳,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