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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Aug 09. 2023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

5년째 방문한 정동진 독립영화제 후기 

매년 8월을 기다리는 이유. 

낭만이 가득한 정동진 독립영화제 때문이다. 


가장 더운 여름의 한 가운데, 8월 초에 열리는 정동진 독립영화제는 극장이 아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3일동안 펼쳐진다. 매일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단편 영화, 장편 영화가 3번에 섹션에 걸쳐 상영된다. 매년 공모를 받아 모인 영화를 심사를 거쳐 상영하는데,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재밌는 영화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부담없이 볼 수 있다. 상영하는 영화에 대한 사전 탐색없이도 편하게 볼 수 있다. 타임테이블을 살피며 어떤 영화를 볼 지 고민하거나 치열하게 예매할 필요도 없다. 그냥 돗자리에 앉아 맥주마시며 영화를 보면 된다. 



정동진 여행이 즐거운 이유- 기차에 내리자 마자 반겨주는 바다 


정동진은 기차를 타고 가는 즐거움이 있다. ktx안에서 자세를  몇 번 고쳐 앉으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지칠 무렵, 강릉에서부터 정동진으로 이어지는 바다풍경이 펼쳐진다. 기차에서 내려 택시나 버스로 이동해야 바다가 보이는 강릉과 달리, 정동진역은 내리자 마자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내리자 마자 와! 바다다!! 이런 느낌

 

정동진역에 내리자 마자 쨍한 여름 날씨가 나를 반겨줬다. 근처 까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열을 식히고 물놀이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1년 중 이 때만 할 수 있는 바다에서 튜브 타고 둥둥 떠다니기. 이 순간 만을 기다려왔다! 


튜브 대여비는 만원, 파라솔 대여 3만원. 동행까지 총 5만원의 비용을 내고 서야 차지한 파라솔. 바가지 요금이라는 생각은 늘 들지만, 여름 바다에서 튜브 타고 둥둥 떠다니는 기분은 최고다. 해변 파라솔에 앉아 로제와인을 마시며 사치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물은 차갑고 모래는 뜨겁고, 와인도 시원하다. 

물놀이를 마치고, 숙소까지 걸어갔다. 8월 극성수기에 하는 영화제라 바다 근처 숙소는 비싸다. 그래서 좀 거리가 있는 깨끗한 정동진 호텔(이라는 이름의 모텔?)로 예약했다. 저렴한 대신 가는 길이 외져서 무섭다는 단점이 있다.  낮에 걸어다닐 때는 한적하고 좋았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씻고 짧은 낮잠을 자고, 다시 나왔다. 

1박 2일 여행은 은근히 빡세다. 서울-정동진 왕복하고, 물놀이하고 숙소 체크인하고, 밥 먹고, 영화제 가서 영화제도 가야하니 이제 좀 익숙해지면 집에 가야하는 느낌. 그리고 11시 체크아웃 너무 힘들어.



쑥불향 가득한 낭만적인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제천음악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제 몇 군데를 다녀봤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동진 독립영화제를 제일 좋아한다. 바다 물놀이와 함께할 수 있다는 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피크닉처럼 돗자리 깔고 앉아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리고 상업화된 다른 영화제와 달리, 모기 물리지 말라고 피우는 쑥불향부터 간식으로 파는 뻥튀기, 관객들이 직접 동전으로 투표해서 뽑은 땡그랑 동전상까지 정동진만의 소소함이 좋다. 


귀여운 포스터도 내 취향. 

영화를 기다리면서 부스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강릉 로컬맥주인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 맥주도 한 잔 마셔주고, 테라로사 커피도 사마시고,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산 귤을 까먹으며 기다렸다. 예쁜 하늘과 낭만적인 스크린, 관람객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밤이 되면 분위기가 더 좋다. 작은 장면에도 같이 웃고 반응하는 관객들이 귀엽다. 영화 보다가 지치면 누워서 자기도 하고, 상영 후 직접 감독, 배우들한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도 있다. 


이 날 가장 재밌게 본 영화는 마지막에 상영한 '더 납작 업드릴께요' 절에서 일하는 직장인에 애환이 담겨있었다. 원래는 조금만 보고 바다 가서 놀려고 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끝까지 다 봄. ㅎㅎ

땡그랑 동전상도 신중하게 넣고 이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꿈같은 하루가 지나고, 숙소로 복귀 


영화관 컨셉에 충실한 이스트씨네 

꼭 한 번 가보고 싶던 이스트씨네는 영화제 기간이라 사람이 엄청 많았다. 좀 더 한가할 때 한 번 더 와서 커피도 마시고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다. 


사천 물회마을 가서 물회와 우럭 미역국을 마지막 식사로 먹었다. 예전에는 바다에 가면 왠지 회를 먹어야할 것 같은 기분에 회를 꼭 먹었는데 이제는 섭국이나 미역국, 장칼국수 등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물회는 쏘쏘했지만 우럭미역국은 시원해서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으로 택시를 타고 경포대 해변에 가서 비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하염 없이 맥주를 마시다가 강릉역으로 왔다. 이제 서울에 올라간다는 생각에 비가 오던 말던 밀려오는 파도를 봤다. 내년에는 더 길게 와야지.


1박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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