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었는데 아무것도 안 날 때도 있지만 안 심는 것보다 낫다
봄은 모종의 계절이다.
갑자기 봄이 닥쳐오면 하루가 다르게 식물들이 쑥쑥 크고,
꽃집 앞에는 모종이 넘쳐 난다.
씨앗도 심어봤지만, 기다림은 힘드니깐
봄이 오면 모종을 심는다.
올해도 나는 도시 계획에 실패해 우후죽순 생긴 신도시처럼
아무 생각 없이 모종을 사들였다.
고추, 오이, 토마토, 로즈마리 모종을 샀다.
고추와 토마토, 로즈마리는 작년에 유용하게 키웠으며, 벌레도 비교적 없어서 샀고,
오이는 벌레가 생길까봐 망설였지만 새로운 도전으로 샀다.
휑하게 빈 가지만 있던 화단에 다시 가능성을 심어볼 시간!
사무실에 둘 스킨답서스도 분갈이 해서 가져가기로 했다.
깔망과 흙, 가위와 목장갑만 있다면 무엇이든 심을 수 있어!
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작년 겨울 야심차게 심은 튤립 구근 6개는 모두 아무 것도 나지 않았다.
꽃 대신 옆에 이름 모를 잡초만 야속하게 자랐다.
만이천원을 땅에 묻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기다리면서 겨울을 보냈으니 아쉽지는 않다.
구근도 파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어쩌면 혹시 내년에 꽃피지 않을까 싶어 차마 파지 못했다.
대신 그 옆에 오이인지 토마토인지 모종을 심었다. 모종 사오면서 뭐가 뭔지 모르지만 일단 심고 보는 나..
괜찮을까.
토마토인지 오이인지 고추인지 모를 모종 심기.
그래도 이젠 3년차라고 한 화분에 가득 모종을 심진 않는다.
자라면서 커가는 공간도 필요하다는 걸 아니깐.
높이 높이 자라줘. 비료도 뿌려주고 물도 주고, 사랑도 줄께
바람 한 점 햇빛 한 조각 없는 지하 사무실에도 분갈이한 스킨답서스를 갖다 두었다.
집에서 가져온, 회사에서 받은 식물들 하나하나 모아 식물존을 만들고 있다.
식물등까지 갖추면 지하에서도 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광합성도 시켜주었다.
햇빛과 환기와 물과 영양제. 식물에게 필요한 건 언제나 사람한테도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애써서 심어도,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해도
아무것도 안 심는 것보다는 심는 게 낫다.
다시 들이닥친 봄에
정신 차리고 키워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