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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May 06. 2024

나는 또 한 번 이동했다

이동하는 S의 이야기#1

인생의 목표는 뭘까?


다들 한 번씩은 그런 생각들을 한다. 나의 목표(였던 것)을 말해보자면,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마음껏 농구를 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내가 농구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함께 농구를 할 친구도, 목표를 세우고 도전할 동아리나 소속도, 어딘가에 가서 마음껏 농구할 수 있는 실력도 없던 나에게 그건 아주 큰 목표였다. 그 목표 하나를 위해 많은 것을 무시했고 많은 시간 동안 무식하게 버텼다. 언젠가의 나는 공을 맞았다는 아픔을 핑계로 펑펑 울었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내가 버텨서 얻는게 뭘까. 나는 왜 여기에서 눈치를 보며 버티고 있는 걸까. 그래도 버텼다. 내가 바라던 미래를 위해.


지금의 나는 농구를 할 친구가 있다. 함께 대회를 나가 몸과 마음을 불태울 소속도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농구를 할 수도 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연습 시합에서 아무것도 못하지는 않을 실력도 가지게 됐다. 아직 가야할 길은 태산이고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희생하지 않기 시작했다. 방학에 대회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몽골에 1달 동안 머물렀다. 농구할 시간이 줄어들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러 일을 벌이고 학원을 다니며 다른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대학부에서 농구를 더 뛰겠다는 마음으로 휴학을 하고 취업준비를 하기 시작했지만 그 결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농구에 대한 내 열정이 식은 건가?

농구는 내 인생 최고의 목표였는데, 이전의 나는 거짓된 것일까?


내가 몇 년간 바라보고 있던 나의 가치가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농구를 사랑해 머지 않는 나의 정체성이 옅어지고 이제는 농구가 제 1의 목표가 아닌 평범한 나만 덩그러니 남은 것 같았다. 일주일에 4번씩 농구를 하면서도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농구도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더 해야할 것 같은데, 나에게 생겨난 새로운 일들이 그걸 자꾸만 가로막았다. 시간이 부족했다. 내 마음이 부족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나는 변하는 중이라고. 아니, 사실 이미 나는 변했고 지금은 새로운 나에게 적응해가는 중인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한다. 나는 이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리고 이걸 나만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어야 했다. 지금의 나에게 농구는 뭘까, 지금의 나에게 새로운 가치는 무엇일까.


이전의 나는 평범한 직장에 들어가 칼퇴를 하고 매일같이 농구를 하는 나를 꿈꿨다. 그건 그 당시의 내가 열망했던 가치가 만들어낸 나의 미래였다. 농구를 하는 것. 어디서든, 농구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

지금의 나는 다른 것을 꿈꾼다. 내가 흥미를 가지게 된 분야에 뛰어들어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그 분야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이건 내가 새롭게 발견한 나의 가치가 만들어낸 나의 미래였다.


몇 년간의 열망, 그리고 3년 간의 농구. 나는 그 과정에서 '성취경험'을 얻었고 내가 평생동안 사랑할 수 있는 최고의 취미를 얻어냈다. 그럼 이제 나는 무얼 얻기 위해 달리고 있는 걸까?


나는 이걸 '이동했다'고 표현하기로 했다. 길게 늘여진 내 인생의 길 가운데 너무나도 매력적인 물건을 발견한 나는 그걸 꼼꼼히 관찰하고 가지고 가기 위해 끙끙거리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 모든 것을 바쳐 그 물건을 맛보고, 쓰다듬고, 조각한 나는 만족했다. 드디어 내 손 안에 떨어진 작은 조각. 물건으로부터 떨어져나온 그것이 있다면 나는 언제든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 언제든 이것을 추억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만족하고 나서야 눈을 돌려 다시 나의 길을 바라봤고, 저 멀리 아름다운 물건을 향해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이건 그런 이야기인거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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