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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Apr 14. 2019

성공하려면 맨 뒤에 서 보라

무작정 나아간다고 앞으로 갈 수는 없어


"군대는 무조건 줄이다. 줄을 잘 서야 한다."

군 입대 전 주변으로부터 꼭 듣는 말입니다.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죠. 줄을 왜 잘 서야 할까요. 

군에서는 대개 업무의 목적을 말하기 전에 줄부터 세웁니다. 많은 인원을 통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전에 목적을 얘기해주면 병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때문입니다. 군이라는 곳은 기강과 통제, 효율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목적을 설명해주기보다는 "선착순 몇 명"을 외치는 편이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그럼 '베스트 포지션'은 어디일까요. 대개는 앞에서 30~40% 정도를 좋은 위치라고들 합니다. 10명이 줄을 섰다면 서너 번째 자리죠. 어떤 일을 시킬지 모르기 때문에 가장 큰 리스크를 지는 사람은 맨 앞에 선 사람이겠죠. 그 바로 뒤쯤에 선다면 앞사람이 어떤 업무지시를 받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볼 수 있고 자신은 어떻게 일을 수행할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맨 뒷사람도 맨 앞사람만큼 리스크가 무겁습니다. 앞에서부터 업무를 나누다 보면 나머지 일을 모두 떠안거나,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눈에 잘 안 띄는 일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제일 뒤로 나왔다며 윗사람으로부터 핀잔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윗사람이 줄을 세우는 이유는 근무, 사역, 훈련, 간식, 혹은 심심해서…. 수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일로 부르는지 알 도리 없는 아랫사람들로서는 확률에 베팅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일이든, 귀찮은 일이든 경험 측으로 따지면 앞에서 30~40% 정도가 베스트 포지션. 군 생활을 겪은 사람들의 대부분 공통된 의견입니다. 군을 예로 들었지만, 이는 직장생활이든 사업이든 마찬가지입니다. 태스크포스팀이 갓 생겼을 때보다는 프로젝트의 성사 여부를 지켜보고 뛰어드는 편이 유리하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측면으로 보면 그간 한국 기업들은 줄을 정말 잘 섰습니다. 프런티어들의 성공 궤적을 그대로 쫓아 강력한 후발주자가 될 수 있었죠. 현대자동차는 도요타·혼다가 깔아놓은 자동차 시장을 그대로 쫓아 성공했고, 삼성전자는 애플이 만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적인 회사로 부상했습니다. 후발 공업국가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길입니다. 이른바 패스트 팔로워 전략입니다. 물론 따라 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요. 잘 따라 하는 것도 실력입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전부터는 이런 빠른 추격자 전략이 통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맞바람을 견디게 되더라도 가장 앞에 서야 모든 성과를 독식할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어서입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대다수 신기술들이 탄탄한 기초 기술(내지는 경험, 데이터)의 토대 위에 세워지거나 네트워크 효과에 기대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무차별적 사업 확장을 통한 선점 효과 확보와 인수·합병(M&A), 출혈경쟁 등을 통한 추격자 제거 전략이 나날이 힘을 더 발휘하고 있습니다.




자본을 많이 확보했거나 공고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는 승자독식의 비즈니스 환경이 펼쳐진 것이죠. 현재로서는 카셰어링 업체 리프트가 우버를 제치거나 한국에서 카카오톡을 대체할 채팅 앱이 나오기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시장에 독점적인 1위와 다수의 군소 기업만이 남는 상황이 펼쳐질 것입니다. 


우리는 고민에 빠집니다. 줄의 가장 앞에 설 것인가, 계속 서너 번째에 설 것인가. 가장 앞에 섰을 때 맞바람을 견딜 수 있을까. 나보다 더 강한 기업에 자리를 뺏기게 되지 않을까. 


일단 이런 고민은 차치합시다. 기업은 가치를 창출하는 집단입니다. 그 시대와 사회에 맞는 가치를 창출할 때 비즈니스는 성공합니다. 현재 우리가 놓인 환경의 흐름을 읽어야겠지요. 부가가치 창출의 패턴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옛 관성도 더 이상 작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플랫폼화·규격화·자동화…. 우리 생활에 스마트 디바이스가 접목되면서 사회·경제가 소프트웨어화 돼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수많은 오픈마켓이나 공유 차 플랫폼 등이 대표적이죠.




1등만 살아남는 시대라지만 사회 변화에 맞는 비즈니스를 만들면 여전히 성공의 길은 열려 있습니다. 


물론 과거와는 접근법이 다를 것입니다. 온라인 환경은 작은 기업이라도 매시브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 줬습니다. 테슬라 전기차만을 연구하는 이스라엘의 수많은 스타트업처럼 메이저 사업자의 개량 사업을 펼칠 수도 있습니다. 연구·개발(R&D)과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에 목마른 대기업들도 이를 바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본력이나 인맥, 끈기, 근성 같은 것들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였다면 요즘에는 '아이디어'의 가치를 어느 때보다도 중하게 치고 있습니다.


앞에서 줄 경쟁을 하는 기업들은 어렵고 피곤한 상황이지만 멀찌감치 뒤에 서있는 사람들은 여유를 갖고 남들보다 멀리 보며 아이디어 고민을 할 수 있습니다. 뒤에 서 있다고 뒤처진 것은 아닌 셈이죠. 마음 편하게 다른 줄로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사회·경제의 변화 속에 나는 지금 어떤 줄에 서 있는지, 어디쯤인지, 제일 앞에는 누가 서 있고 바람의 강도는 어떤지. 여기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 스타트업의 시작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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