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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Apr 15. 2019

스타트업 로고 한땀한땀 직접 만들어야 하는 이유

무료 이미지·폰트 썼다가 소송당할 수도

◎로고·CI는 왜 만들까


회사의 이름과 로고는 기업의 정체성, 목표, 비전 등을 드러내는 도구입니다. 회사명을 영어로 할지 한글로 할지, 로고를 정사각형에 담을지 직사각형에 담을지부터, 글자체를 정자로 쓸지 필기체로 쓸지, 색상은 파란색으로 할지 빨간색으로 할지 등.


자칫 작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회사의 철학과 수많은 고민이 담겨 있죠. 회사를 대표하는 이미지인데 아무렇게나 만들 수는 없는 일이죠. 특히 처음에 스스로 제대로 만들어 두지 않으면 미래에 소송을 불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대개는 사업자 등록을 즈음해 기업명과 로고를 정합니다. 이미 정한 기업명이 있더라도 사업자등록할 때 겹치는 상호가 있어 곤란한 일을 겪을 수도 있죠. 초보 창업자의 경우는 집에서 고민해 기업명을 정하고, CAD나 포토샵, 워드 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해 로고를 직접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지향하는 기업의 이름이나 로고를 참고하는 경우도 많겠죠.





그렇게 정한 이름과 로고는 앞으로 100년 기업이 될지도 모르는 회사의 영원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습니다.









◎정글과도 같은 비즈니스 생태계


그러나 비즈니스는 내 머릿속에서 돌아가지 않습니다. 법적, 사회제도적 틀 안에서 굴러가야 하며 수많은 경쟁 상대가 지켜보고 있음을 주의하고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됩니다. 조금 성공한다 싶으면 주변에서 "우리를 따라 했다"라며 소송이 잇따르기 일쑤죠.


실례를 하나 들겠습니다. 갭이어(Gap year)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기 전 일을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보내는 1년의 시간을 보는 것을 뜻합니다.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보통명사입니다.



그런데 '한국갭이어'라는 중소기업이 있는데, 글로벌 의류 브랜드인 '더 갭 인코포레이티드'로부터 상표 분쟁 소송을 받은 것이죠. 우리가 흔히 아는 그 갭입니다. 보통명사인 갭이어라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소송이라니, 황당한 일이죠. 한국갭이어는 SNS를 통해 법조인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승소하고 '한국갭이어'와 'Korea Gapyear'로 상표를 출원 및 등록을 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이 일이 있은 후 'YHS유학원'이라는 유학원이 '갭이어 프로그램'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자 피소 당사자였던 한국갭이어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내용 증명을 보내고 소송 위협을 한 거죠. 한국갭이어가 '갭이어'라는 단어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려 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5년에 있었던 일인데, 일부 언론이 취재를 시작하며 시끄러워지자 결국 한국갭이어는 문제를 덮었고, YHS유학원이 사업을 접으면서 유야무야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갑의 갑질', '을의 갑질'이 난무하는 정글 같은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는 아무리 조심성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만들까


먼저 사명을 정할 때는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와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같거나 유사한 상호가 있는지부터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나중에 사업이 성공한 뒤에, 명의도용 소송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이름이 비슷한 점을 이용해 당신의 회사 이름을 사칭해 투자를 받으러 다니거나, 여기저기 계약을 하러 다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명은 보통명사보다는 고유명사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명에 나라, 한국, 타이거, 천국, 전진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 향후 문제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차리라 삼성·한화·선경처럼 한자 조어로 만드는 것도 고려하십시오. '우아한 형제들'처럼 형용사와 명사의 조합도 좋습니다. 대표자의 신뢰성이 중요한 컨설팅, 금융, 마케팅업이라면 대표자의 이름을 따서 사명을 짓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글로벌 기업을 꿈꾸지 않더라도 갭과 한국갭이어의 사례처럼 해외에서의 소송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영어로 사명을 지을 때는 반드시 구글 검색을 통해 동일한 이름이 회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사명(유사한 이름까지)과 업종, 소재지 등을 파악하십시오. 영어로 지을 때 역시 보통명사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짜 이미지·폰트 사용해도 될까

로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개는 다른 회사의 로고를 참고하거나 워드 프로그램에 디폴트로 저장된 글자체를 사용하는데 자칫 글씨체를 만든 사람(혹은 기업)과의 실용신안 특허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공짜 폰트 및 이미지라고 절대로 마구 퍼다 써서는 안 됩니다. 회사가 성공하면 언제 내용 증명을 받을지 모릅니다. 무료·공짜 폰트의 하단에는 꼭 경고문이 쓰여있습니다.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이미지(폰트)일 수 있습니다.' 


이미지가 폰트가 비영리 목적으로 배포된 경우 상업적으로 사용하면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무료라고 저작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남이 만든 이미지·폰트를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때는 큰 폭의 변형이 필요합니다. 이는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 때문에 아예 새로운 것을 제작하는 것이 편할지도 모릅니다. 이와 관련된 판례도 있으니 디자인보호법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 99다23246>
컴퓨터 내에서 특정한 모양의 서체의 윤곽선을 크기, 장평, 굵기, 기울기 등을 조절하여 반복적이고 편리하게 출력하도록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인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제작된 표현물이고, (중략)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작성되어 사람에게 이해될 수 있고 그 내용도 좌표값과 좌표값을 연결하는 일련의 지시, 명령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구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의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많은 경우 디자인을 할 줄 아는 지인에게 '재능기부'를 받습니다. 당장 큰돈이 없고 서로 아는 사이니 "나중에 밥 한번 살게"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부탁하죠. 그러나 이런 '재능기부' 때문에 나중에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업이 성공하고, 해당 기업명이나 CI가 알려지면 재능 기부를 한 사람이 소를 거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일 하신 분의 일당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시고 "당신의 노고에 감사하며, 이에 응당한 대가를 지불했다. 그리고 너도 이에 동의했다"는 내용을 채팅 등 증빙할 수 있는 것들을 반드시 준비해 두십시요. 앞서 얘기했지만, 비즈니스는 정글의 법칙이 준용되며, 성공의 길에는 무수한 가시가 놓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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