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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Jul 23. 2019

'리브라' 청문회 논란과 암호화폐 본질 파헤치기

링 밖에서 중앙은행·거래소 노릇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17일 바이낸스 밋업 행사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바이낸스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2017년 설립 이후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죠.


암호화폐계에서는 바이낸스 CEO인 장펑자오를 스티브잡스로까지 추앙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올 들어 '암호화폐거래소공개'(IEO)와 '런치패드'(Launchpad) 프로젝트가 흥행에 성공하며 바이낸스는 다르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줬습니다.





이날 밋업 행사는 런치패드의 성공을 자축하고, 비트토렌트·셀러·하모니 등 런치패드에 올라간 6개 프로젝트의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런치패드를 통해 이미 투자금을 끌어모은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추가 투자금을 유치해주는 한편,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를 바이낸스에 걸칠 수 있게 만드는 실험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런치패드 프로젝트들이 장기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수익은 언제쯤부터 발생할지 여전히 의문은 가시지 않습니다.








영화감독이 거액의 투자금을 받으면, '자기 예술' 욕심은 일단 접고 제대로 히트할만한 상업 영화를 만들어 자신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래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나오지 않는 마당에 개발자들은 언제까지 '자기 예술'에 빠져 있을까요.


투자금이 바닥난다면 또다시 런치패드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될까요. 의문입니다. 







이번 포스팅의 본론은 바이낸스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장외거래'(OTC) 서비스죠. 


이날 바이낸스는 장외거래 서비스를 본격 오픈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장외거래란 말 그대로 거래소 밖에서 투자 추체 간 벌어지는 거래를 뜻합니다.





자신이 팔고 싶은 비트코인(BTC)나 이더리움(ETH)를 장내에서 '매도'를 올리지 않고 거래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날 밋업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바이낸스의 새로운 도전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현재도 여러 군소 거래소들이 장외거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바이낸스는 세계 최대 거래소기 때문에 얘기가 다릅니다.


암호화폐의 장외거래 도입으로 블록체인의 신뢰를 더욱더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바이낸스 장외거래 서비스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최소 10BTC(약 1억2000만원)의 거래
-개별 오더북이 필요 없어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로 협상 가격 거래 가능
-주요 고객은 헷지펀드·자산운용사의 단타매매, 알고리즘 매매 팀
-고객의 다양한 니즈 대응 가능하며 큰 거래의 경우 거래 시간 절약 가능
-코인 대 코인(비트코인·알트코인·스테이블 코인 등) 거래에 집중
-바이낸스에 상장된 코인 대부분 장외거래 가능
-바이낸스 계좌를 이용해 주로 10분 안에 정산 완료
-추가 비용 없으며, 매매 당사자 간 협상 후 최종 가격 결정
-VIP 서비스를 통해 거래가 많을수록 비용 낮아지도록 설계



장외거래는 암호화폐의 시세와 달리 A와 B가 미리 약속한 금액에 거래소 밖에서 계약이 체결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극단적으로 현재 개당 1200만원 수준인 비트코인을 1억원에 사고팔 수 있습니다. 개당 400원짜리 리플을 10원에도 거래할 수 있죠.


물론 이런 거래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금융과 트러스트 사이드에서 여러 문제를 노출할 것 같습니다.


일감 떠오른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탈세·범죄 자금 활용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익명성 보장입니다.


장외에서 내가 원하는 가격에 사고팔 수 있다면 암호화폐 거래가 상속·증여 등 탈세 용도로 세탁되거나 마약·범죄 등 자금 전달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는 암호화폐의 이동을 지갑주소 간 이동 경로를 포착해 범죄 행위 등을 포착할 수 있지만, 장부가 없다면 이런 거래를 사후에라도 수사 및 관리할 수 없습니다.


특히 바이낸스는 큰돈을 거래하는 기관 및 투자자에게 수수료 등을 낮게 책정함으로써 '검은 돈'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 암호화폐 투기성 조장


암호화폐는 여전히 투기판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개당 5원까지 떨어진 암호화폐를 7원으로 펌핑해 수익을 거두는 작전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죠. 


다만 현재 공매도나 마진거래 등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장외거래가 활성화되면 시세 조종을 통한 선물·옵션 등 투기가 가능해집니다.


거대한 암호화폐 시장을 어떻게 세력이 장난칠 수 있겠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2875억 달러(약 338조원)에 불과합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 281조원보다 50조원가량 많은 수준입니다.


시가총액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애플·아마존 등 기업에 비해만 3분의 1 수준입니다. 특히 단기 시세 조정은 대량매매 주문을 통해 호가창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가능합니다.


바이낸스가 헷지펀드 등의 자금을 끌어와 암호화폐 시장을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암호화폐 종사자들은 어차피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런 거래 방식에 문제를 삼을 수 없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룰이 없기 때문에 자체적 생태계가 형성되는 과정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논리는 자기가 마실 우물에 침을 뱉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성장이 계속되다 현재 금융과 증권, 통화와 관련된 룰과 마딱뜨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해 보죠. 암호화폐는 통화일까요 증권일까요. 규정 혹은 증명되지 않은 것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 중간 어딘가 모호한 위치라면 어떤 위치인지, 그 가치와 쓰임이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증명하지 않으면 존재를 확인 시킬 수 없고, 그렇다면 기득권은 이를 받아들일 리 없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버블은 자산 가치 혹은 담보 가치 혹은 상환 능력이 없는 자에게 무제한 돈을 빌려줬고, 이를 담보로 여러 파생상품을 만들어 발생했습니다.






아무런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수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투자 규모가 더욱 커지거나, 파생상품이 나오게 되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는 것입니다.


엄청난 리스크가 있는 시장으로 기존 금융시스템에 받아들였다가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인증과 거래 방식의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 블록체인 기술이 투기꾼들의 장삿속에 놀아나다가 사라지고 말겠죠.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은 선택해야 합니다. 이전까지 많은 것을 쌓아왔기 때문에 이를 인정해 달라고 조르든가, 모든 것을 무로 돌리든가….











7월 16~17일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가 미 의회 청문회에 올라 비판 세례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브라가 현재 구상한 모델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생각합니다. 토큰이코노미 구현을 위해 생태계와 사업 구조를 촘촘하게 설계했고, 강력한 파트너를 다수 확보했죠.


직접적이고 장기적인 사용자 인센티브도 높은 유인이 있습니다. 일단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얘기했습니다.




1. 디지털 통화 기술은 실존한다.

2. 새로운 아이디어는 막을 수 없다.

3. 송금 수수료 인하 등 혁신은 필요하다.




미 의원들은 암호화폐에 대해 예상보다 깊은 지식과 이해를 갖고 있었고, 리브라를 건설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듯합니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맥신 워터스 위원장이 리브라 청문회를 두고 "지난 대선 이후 가장 중요한 청문회"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용자·투자자 보호'에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페이스북이 데이터 유출로 벌금을 물게 됐고, 사용자 비밀번호를 저장한 일, 해킹 당한 일 등을 지적했습니다. 


이커머스, 금융거래에 있어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치명적이겠죠.


또 페이스북 소셜미디어 정보와 리브라의 금융 정보를 취합해 대출이나 채용에 활용될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됨으로써 범죄자금, 탈세 등 검은 돈을 사용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이에 의원들은 기존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활용해 줄 것을 당부했고, 리브라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마커스도 "진출할 국가의 규제 당국과 협업할 것이고, 승인 없이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마커스



데이비드는 또 "리브라는 익명이 아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여러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페이스북이 날고뛴다 한들 결국 국가와 제도라는 틀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단 얘기죠. 


또 스테이블 코인인 리브라를 어떻게 '스테이블' 하게 지킬 수 있을까요. 달러인덱스처럼 기초지수를 만들고 이를 지키기 위한 자산 매입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까요. 


그리고 블록체인을 근본적으로 해석한다면 바이낸스나 페이스북 리브라는 탈중앙화 플랫폼이 아니죠. 그 어떤 플랫폼보다도 중앙화된 플랫폼입니다. 


이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단지 금융의 서플라이체인을 바꾸기 위한 도구이자 명분에 불과합니다. 


인터넷 지상주의자들도 20여 년 전, 온라인을 통해 세계 민주주의가 올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바이낸스 얘기로 돌아오죠.


바이낸스 장펑자오 최고경영자(CEO)는 저 청문회 자리에 설 수 있을까요.  저 자리에 선다면 굉장히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되려면, 혹은 편입되는 순간 많은 사업 영역과 아이템을 내려놓아야 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그는 더 이상 위대한 사업가 대접을 못 받을 것입니다.





바이낸스의 런치패드, 장외거래는 투자자 보호나 건전한 금융거래와는 거리가 먼 프로젝트입니다. 시작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지만, 돈이 투입된 순간 금융서비스가 됩니다.


투자자들은 바이낸스를 비롯한 제도권과 거리 먼 여러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여태껏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새로운 질서를 만들 어떤 계획과 비전을 가졌는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창업자에게 있어, 비전은 멀고 돈은 가까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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