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콜럼버스 Nov 22. 2019

"AI가 만국공용어" 라인-야후재팬 도전 성공할까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



7월 한국을 찾았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이 말이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손 회장은 2016년 비전펀드 출범과 동시에 AI 전도사가 된 듯합니다. 그리고 펀드 자금을 통해 세계적으로 기술력 있는 인공지능(AI) 기업을 쇼핑하듯 사들이고 있습니다.



높은 값을 치르더라도 소프트뱅크는 물론 비전펀드를 동원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무지막지하게 투자를 펼치며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한국의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도 AI 기업 투자에 열을 올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시리즈 B~C 단계에 접어든 AI 기업은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런 가운데 라인과 야후재팬이 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영통합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기업 비전이 다소 생뚱맞습니다.



'일본, 아시아로부터 세계를 리드하는 AI 테크 기업'



일본과 아시아를 넘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AI 테크 기업일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라인과 야후재팬은 메신저, 웹 서비스 회사지 AI 회사가 아닙니다. 데이터도 많이 쌓아두지 못한 상태일 테고, 연구 인력이나 팀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손정의 회장의 AI 병이 옮은 걸까요. 라인-야후재팬의 도전은 일견 무모해 보입니다.






              


      

라인과 야후재팬의 비전을 조금 바꿔 말하면 세계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AI테크 기업이 돼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다만 AI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거나 산업전환에 성공시키거나, 효율성을 확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데이터를 모아도 활용법은 아직 미지수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과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지만, 아직은 어디에 쓸지 모를 반쪽짜리 기술이죠.



AI든 로봇이든 실험실 밖을 나오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와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손정의 회장의 주장은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합니다. 


 


실험실 밖은 위험하다.






        



                            

라인과 야후재팬, 나아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길 강력히 원하고 있습니다.



과거 이해진 네이버 GIO도 "네이버를 구글과 같은 기업으로 봐 달라"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네이버와 구글은 창업한 시점도 크게 차이나지 않고, 제공하는 서비스도 검색·쇼핑·광고·동영상·클라우드 등 비슷합니다. 창업 초창기에는 기술력이나 기획력에서도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구글이 급성장하기 시작하며 이제 네이버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존재는 알지만 닿을 수 없는, 일종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느낌마저 듭니다.

                   



                               

네이버의 기업가치는 248억 달러, 구글의 기업가치는 9205억 달러로 37배나 차이 납니다. 



이 차이는 왜 발생한 걸까요.





          




모든 온라인 서비스는 언어의 지배를 받습니다. 카카오가 한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미미합니다. 온라인 세상의 국경은 없지만 사용자들의 언어·문화적 장벽은 분명 존재합니다.



이 때문에 많이 쓰이는 언어를 가진 국가에서 태어난 서비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 잠재력을 갖게 됩니다. 이에 비해 한국어처럼 단일민족, 단일국가만 쓰는 언어는 해외로 뻗어나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장벽을 가장 손쉽게 넘나들 수 있는 언어는 영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은 3억7200만명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영어는 유럽과 중남미를 비롯해 세계 공용어로 널리 쓰입니다.



모국어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는 중국어입니다. 12억8400만명이나 됩니다. 일본의 전체 페이 서비스 가입자 수가 1억명에 못 미치는 데 비해 알리페이 단일 서비스 가입자가 12억명에 달합니다.



알리바바의 경우 최초 구글의 오픈 API를 활용해 다소 엉성한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막대한 사용자 수를 바탕으로 금세 성장했습니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4851억 달러로 페이스북에 육박합니다. 



중국에서 성공하면 어떤 기업이든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IT 플랫폼은 이런 언어의 장벽을 기준으로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미주권,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가 기둥을 세운 중화권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이 공룡들 간에 진영 대결에는 세계 어느 기업이 덤빌 수 있을까요. 어느 한 진영에 붙든가 중간에서 줄타기를 하든가.









            

그런데 이번 라인·야후재팬의 통합 기자간담회에서 가와베 켄타로 야후재팬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의 제3극(極) 이 되겠다.” 


                    


실제 두 회사가 합하면 사용자나 실적 면에서 상당히 큰 플랫폼이 됩니다.




사용자: 약 2억3143만명(월간 기준),


연 매출: 1조1618억엔(약 12조5000억원)


시가총액: 3조엔(약 32조원)


일본 모바일 메신저 분야의 야후재팬은 검색·쇼핑 분야에 경쟁력이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중국의 IT 공룡들에 비하면 규모가 턱없이 작습니다. 결정적으로 시장을 더욱 넓히기 어려운 상황이죠.



글로벌 제3극이 되겠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포부 아닐까요.








                                     

여기서 라인과 야후재팬이 꺼내든 것이 바로 AI입니다.



이번 통합을 설명한 16쪽짜리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투자자 상대의 41쪽짜리 경영통합 설명자료에 AI란 말이 총 26번이나 등장합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라틴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언어가 있습니다.



AI 역시 언어입니다. 사람의 입과 손끝에서 시작해 의사소통을 하는 언어는 아닙니다. 사람의 성향과 생각, 판단, 기분 등을 읽을 수 있고, 이에 맞는 피드백을 주는 가상의, 보완적 언어입니다. AI 스피커의 비서 기능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겁니다. 물론 C++이나 자바스크립트 같은 프로그램들도 언어이고요. 









                                 

온라인상에서의 플랫폼 환경은 크게 바뀌고 사용자들의 언어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초 온라인상에서는 정보와 감정을 실은 글이 주되다가, 텍스트가 짧아지고 내용보다는 감정적 표출을 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ㅋㅋ, ㅎㅎ, ㅇㅇ 등 타이핑이 간소화됐죠. 특수문자 등을 활용한 외계어도 한때 유행했습니다.




2000년대 초 유행하던 외계어.


                    

그러나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여러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재미도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환경이 모바일로 넘어갔습니다. PC를 주머니 안에 넣고 다니는 것은 편하지만 타이핑은 불편합니다.




    

사람들은 단축키나 이모티콘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상황이나 기분을 비유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움짤'을 활용해 감정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언어가 말과 문자에서 그림·사진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열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움짤이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하죠.









                                    

AI 기술이 발전하면 온라인 환경에서 사용자가 특별히 조작을 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하거나 원하는 것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AI는 어디까지나 보완적 언어지만, PC나 모바일 앞에선 우리들에게는 만국 공용어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 온라인 서비스들의 경쟁력을 확연히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며, 만국 공용어를 개발한 기업이 다음 세대 위대한 기업이 될 것입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지난 4~5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AI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섰습니다. 특히 네이버는 데이터 센터를 추가로 짓겠다고 합니다. 그만큼 AI와 빅데이터에 욕심이 있으며, 구글·아마존 등의 질주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라인과 야후재팬의 성공적 통합 여부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두 회사는 앞으로 더욱 깊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는 2000년대 세계 최고의 AI 연구기관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현 네이버랩스)을 2017년 인수했죠. 현재 한국에서 가장 앞선 AI 개발 역량과 데이터를 가진 기업은 네이버입니다. 클라우드 서버의 운영, 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분야는 그간 소프트뱅크가 방치하고 있던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소프트뱅크는 대신 미국 우버,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 인도 올라 등 글로벌 승차공유 회사에 집중 투자했습니다. 플랫폼을 장악한 것이죠.

         



                                                 

이에 두 회사가 힘을 합하면 현재 빅데이터의 3대 축으로 꼽히는 검색·결제·GPS 분야 모두를 섭렵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특히 GPS를 비롯한 모빌리티 분야는 아직 경쟁이 덜 치열하고 검색의 구글, 결제의 아마존처럼 압도적으로 치고 나간 회사도 없기 때문에 승부를 내볼만합니다.



다만 구글도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방대한 GPS 정보를 확대한 상태입니다. 어느 분야 하나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쉽게 영역을 넓히기는 어려울 거란 얘기죠.



그래도 라인·야후재팬, 나아가 네이버·소프트뱅크가 힘을 합해 미국과 중국이 독주하는 온라인 플랫폼 환경에 변화를 줬으면 합니다. 그래야 국내 기업들에게도 활로가 생길 테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라인·야후재팬 통합, 유럽·중동에서 깃발 세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