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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Nov 16. 2019

라인·야후재팬 통합, 유럽·중동에서 깃발 세울까


14일 꽤 큰 뉴스가 나왔죠.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손자회사 야후재팬이 경영 통합을 한다고 합니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도 정보통신(IT) 산업을 꽤나 떠들썩하게 했죠.



그에 비해 이번 건은 더욱 파괴력이 있죠.



단순히 기업 규모뿐만 아니라, 양측이 가진 자원과 시너지 효과, 밑그림 등 여러 측면에서 말입니다.


                        




기업의 지배 구조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한 새 법인 설립하고, 이 법인이 Z홀딩스를 보유하며, 이 아래에 야후재팬과 라인을 두는 통합 모델입니다.



통합은 이르면 다음 달 성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Z홀딩스라는 회사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앞으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경영 결단의 손과 같은 역할을 할 테니까요. 



Z홀딩스는 인간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회사라고 소개합니다.



대표이사는 가와베 켄타로(川邊 健太郎)며, 손 회장은 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사는 총 6명, 사외이사는 3명입니다.



1974년생인 가와베는 야후재팬의 뉴스 에디터 출신으로 야후재팬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https://ja.wikipedia.org/wiki/%E5%B7%9D%E9%82%8A%E5%81%A5%E5%A4%AA%E9%83%8E



                               

주주구성은 소프트뱅크재팬이 35.6%, 소프트뱅크 11.9%, 골드만삭스 3.2% 등입니다.



네이버와 야후는 이제 합작 법인을 만들어 이 회사를 지배할 모 회사를 만들 겁니다.



아직 모회사가 Z홀딩스의 지분을 얼마나 확보할지, 기존 주주들과는 협의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했는지, 통합 법인에는 지분을 어떻게 배정할지 등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밝혀진 바 없습니다.



https://www.z-holdings.co.jp/



             





현재 Z홀딩스가 투자 중인 회사는 야후재팬을 비롯해 매그니맥스캐피탈·재팬넷은행·YJ카드·캐피탈·FX(이상 금융), 페이페이(핀테크), 버즈피드재팬·크리티오재팬·밸류코머스(이상 광고), 스포츠나비·GYAO·일휴·트릴·델리·다이나텍(이상 여행·음식 등 콘텐트) 등등 27개나 됩니다. 



주로 야후재팬의 플랫폼을 통해 확장할 수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라인의 사업 확장에도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한국경제신문


                          




일단 라인이 Z홀딩스의 지붕 밑으로 들어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이번 경영 통합은 손정의 회장 측이 먼저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 회장은 개발자가 아닌 비즈니스 빌더입니다.



사업가로서 자기주도적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사람이며 다양한 네트워크 속에서 자신이 그리는 비전대로 경영을 끌고 갑니다.



소프트뱅크는 도요타와 합병 법인인 모넷테크놀로지를 만들 때도 전체 지분의 50.25%를 확보했습니다.



당시 도요타가 소프트뱅크에 무릎을 꿇었다는 분석도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이 밖에도 수퍼셀이나 우버, 위워크, 디디추싱, 올라, 그랩 등 투자한 회사들을 보면 자신이 바라는 대로 결정할 수 있는 지분 구조를 갖추고 사업을 벌였습니다.



이번 네이버와의 통합 법인의 지분율은 50대 50입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바라는 것이 많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라인과 소프트뱅크 합병은 단기적으로는 일본에서 벌어지는 페이 경쟁 지형을 흔들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일본 내 페이 분야 1위는 일본에서 제일 큰 e커머스 회사인 라쿠텐이 운영하는 라쿠텐페입니다.



2위는 야후재팬의 페이페이, 3위는 라인페입니다.



페이 분야에서 경쟁하는 2~3위 회사 간 통합으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고, 라쿠텐페이와 경쟁을 벌여볼 만한 입장에 섰습니다. 




                                   

일본은 아직 전자상거래가 자리 잡지 못해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고 야후재팬과 라인은 각각 PC·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어 라쿠텐페이와의 1위 경쟁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일본 e커머스 시장에서 라쿠텐의 영향력은 줄고 아마존의 입지는 더욱 강해지고 있기도 합니다. 



단기적으론 실적 등 재무적 부담을 낮추고 중기적으론 동남아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핀테크, 광고 분야의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e커머스, 페이, 광고 등 분야 때문에 양사가 통합하기로 한 걸까요. 분명 그리고 있는 장기 비전이 있을 것입니다.



네이버는 구글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AI와 로보틱스도 열심히 하고 있죠.



네이버는 2017년 프랑스의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현 네이버랩스)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프랑스 현지 자회사에 2589억원을 출자했습니다.



라인을 통해 동남아시장을 확대하고 있죠.



현재 글로벌 AI 플랫폼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체제와 중국의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체제로 양분되고 있습니다.



GAFA는 미주대륙과 남미, BATH는 중국과 동남아로 확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과 중동, 남아시아, 아프리카는 아직은 무주공산입니다.



네이버는 인터넷 다양성을 지향하는 유럽을 세계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꼽은 것으로 보입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최근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AI 연구 벨트’ 구축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이사. 출처=한국경제신문






                                     

앞으로는 클라우드 유무에 따라 플랫폼 서비스의 경쟁력이 차별화될 수도 있습니다.



클라우드를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한편 애플리케이션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서죠.



사용자 개개인에 맞춤형 서비스도 이 클라우드 플랫폼 안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세계 각지의 AI 연구센터는 그대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AI 연구센터로 모든 데이터가 집중되고 여기서 알고리즘이 만들어지며, 이를 통해 바로 서비스가 시작되기 때문이죠.



그러려면 방대한 클라우드 서버를 확보해 데이터를 쌓아야 합니다.


              


구글의 네덜란드 데이터센터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구글·AWS·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이 장악하고 있음에도, 네이버가 꿋꿋이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클라우드 사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손 회장이 모빌리티에만 집중한 나머지 클라우드를 놓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이에 네이버와 연대해 클라우드 플랫폼을 확보했고, AI 플랫폼을 넓힐 수 있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소프트뱅크도 플랫폼과 AI, 로보틱스 기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똑같죠. 



글로벌로의 확대를 꿈꿨던 네이버로서도 손 회장을 통해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회사니 말입니다.



                       





라인의 사용자는 8200만명, 야후재팬은 5000만명입니다.



이로써 일본에서는 경쟁자를 찾기 어려운 플랫폼 회사가 됐으며, 앞으로 글로벌로 더욱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두 회사의 동맹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잘 될지, 실패할지 등의 전망은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의 경쟁이 활발한 가운데 이번 연합은 경쟁의 축을 이동시킬만한 큰 이벤트임은 분명합니다.



더불어 한국 기업, 스타트업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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