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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Dec 24. 2019

남극에서 수박을, 사하라사막에서 토마토 만든다?

[인터뷰] 움직이는 스마트팜 '엔씽' 김혜연 대표


O2O·클라우드·AI·IoT·블록체인…. 스타트업에는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이들 기술은 독단적으로 발전하기보다 한 데 뭉쳐 시너지 효과가 나며 분야별로 융합함으로써 사업적 결과가 나올 겁니다.



스마트팜도 여러 기술이 융합돼 나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AI와 IoT 기술을 사용해 농작물의 생육을 관리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농업 생산을 일구는 분야죠.



특히 사막·통도 등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컨테이너형 수직 농장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도 도심 속 수직농장을 주목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 엔씽이라는 스타트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스마트팜 '개념'과 '기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일조량과 기온 등을 컨트롤할 수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이죠.



https://nthing.net/default/



외부 해충이나 대기 오염 등에서 자유로워 농약을 쓸 일이 적어 깨끗한 농작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정 작물의 경우 1년에 14번 이상 재배할 수 있어 땅에서 키우는 것보다 생산성이 뛰어납니다. 움직이는 비닐하우스인 셈이죠.



전기만 받을 수 있으면 농작물 재배가 가능해 유틸리티 비용이 저렴한 도심지가 적합하며, 컨테이너 박스 형태라 어디서든 아파트처럼 수직증축을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스라엘의 경우 영토 대부분이 사막이라 과일·채소를 대부분 지중해 건너 유럽에서 수입해오는데, 엔씽의 스마트팜을 도입하면 자국에서 생산, 소비할 수 있게 됩니다.




뉴욕의 한 도시농장. 출처=코리아헤럴드




여러 컨테이너에서 농작물의 방대한 데이터를 구할 수도 있고, 날씨에 따라 들쑥날쑥한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농촌소외 등 정치·사회적 이슈만 제거된다면요...) 이런 장점 많은 비즈니스를 만든 김혜연 대표님을 만나 스마트팜의 발전 가능성과 계획 등을 물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회사를 창업하게 됐나.


A. 고등학교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닷컴 열풍이 일었을 때 학교 홈페이지는 물론 동네 가게의 홈페이지도 만들어줬다. 군 제대 후 비닐하우스 등 농자재 회사를 운영하는 삼촌과 일하며 우즈베키스탄과 거래하며 해외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대학 졸업 후 전파연구원에서 IoT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후 농작물과 IoT를 연계한 스마트 화분과 딸기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 기존 온실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컨테이너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Q. TBT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어떤 계기로 만났나.


A. 전 투자자가 소개해 줬다. 해외 비즈니스를 지향하고 있어 투자가 빠르게 성사됐다. 스타트업은 임직원만큼이나 비즈니스 파트너도 중요하다. 해외 사업의 비전과 꿈을 공유하는 VC를 1순위로 골랐다. TBT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생리를 가장 잘 알고, 몸소 체험한 곳이다.



Q. 스마트팜이 시장성이 있나.


A. 과거 중동의 자원 부국들이 기술이 없어 석유를 캐지 못했듯, 작물도 기술이 없어 재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분위기다.일부의 외화가 부족해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운송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발생한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중국까지 배로 운송해 러시아로 이동한 뒤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농작물을 실어 날랐다. 마적을 만난 일화도 있다.



Q. 스마트팜을 설치할 부지를 확보하는 데 문제는 없나.


A. 컨테이너를 수직으로 올릴 수 있어 기존 농장 부지가 아닌, 도심지에도 스마트팜을 설치할 수 있다. 큰 어려움은 없다. 아부다비에서도 호텔 부지에 농장을 지었다. 중동의 유틸리티 비용과 인건비는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도심지에 설치하는 게 더 유리하다. 중동 부호들이 스마트팜에 관심을 갖고 많이 뛰어들고 있다.내년은 중동에서 70억~100억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Q. 개발, 제작에 자금이 많이 들 텐데 경영상 문제는 없나.


A. 하드웨어 비즈니스라 비용이 많이 든다. 연구·개발(R&D)을 시작해 제품개발, 판매처 확보의 단계를 밟는데 매출이 발생하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직 데스밸리를 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중동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3~4년을 돌이켜 보면 자금만큼 조직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3~4년 차 때 18~20명이던 임직원이 8명까지 줄었다. 이를 다시 16명으로 쌓아 올렸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이탈리아의 스마트팜 기업 evja




Q. 정부 자금의 도움은 받았나.


A. 하드웨어 회사라 부품을 계속 구매해야 한다. 자금이 지속적으로 든다. 이 때문에 정부의 R&D 지원 자금을 적절히 쓰고 있다. 다만 정부 지원 자금은 양면성이 있다. 스타트업은 사업 목표가 잘못된 경우 민첩하게 바꿔야 하는데, 정부 과제를 받으면 바꾸기 어렵다. 틀린 길이란 걸 알면서도 강제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Q. 스마트팜은 미국 등 해외에도 많다. 한국 기업으로서 경쟁력이 있다면.


A. 한국만 해도 서울·삼척이 다르듯 해외 시장도 나라별로 시장 규모와 문화가 다르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해외 시장은 추상적 개념이다. 산업별로 각 스타트업에 맞는 시장이 있다. 미국의 팜테크 기업과 대화를 나눠보면, 그들은 되레 한국을 사업하기 최적의 위치라고 평가한다. 전 세계 제조업 기반은 한·중·일 3국에 몰려 있어서다.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한다. 사업을 진행하기 최적의 환경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편견의 벽은 느낀다. 국내 관계자들은 같은 기술이어도 미국 회사를 더 높게 평가한다. 수치로 증명하기 어려운 점이다. 이런 막연한 편견을 깨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Q. 내년 목표는.


A. 컨테이너 농장 100동 판매다. 작물마다 수익률이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5%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중동 현지에서 재배한 작물을 주변에 판매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 이런 경력을 통해 영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참고로 엔씽은 내년 열리는 CES2020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인터뷰 뒤 알게 돼 내용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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