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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Feb 28. 2020

화이트칼러 지고, 뉴칼러 창업자의 시대 온다

[인터뷰]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1980~90년대 한국은 정말 돈이 귀했습니다.



지금처럼 금리가 낮거나 자금이 풍족한 나라도 아녔고, 정책적으로 자금이 생기면 대기업에 집중함으로써 낙수효과를 겨냥하기도 했죠.



기획재정부 안에서 금융 관련 국실이 재정·세무 쪽보다 파워가 강한 것도 이 때문이죠.



지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조리 금융정책·국제금융 분야 출신들이 독식해왔습니다.







그러다 한국에 벤처투자 문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입니다.



1990년대 초중부터 인터넷 비즈니스란 게 등장하기 시작했죠.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통신망을 구리선에서 광케이블로 바꾸기 시작하며 정책 입안자들은 미래를 위해 투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은 물론 대다수 증권가 사람들은 기술과 아이디어밖에 없는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투기'로 받아들였습니다.



은행 대출은 고사하고 2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받기도 어려웠죠.



이에 정부는 자금 출자를 통해 민간 벤처캐피탈(VC)을 양성하기 시작했죠.



1981년 정부가 출자한 한국기술개발을 모태로 출발한 KTB가 대표적입니다.





한국에서는 사금융들이 '캐피탈'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벤처캐피탈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있기도 했습니다.



검찰과 경찰도 VC를 조사할 일이 생기면 조직폭력배나 사기꾼 취급을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런 엄혹한 시절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하던 여러 프런티어들 덕에 현재 VC 생태계도 조성됐습니다.



한국에서는 대개 이때 활동한 분들을 선사시대 취급합니다. 90년대 후반 이후 활동을 개시한 분들을 1세대로 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만큼 업계가 빨리 바뀌고 성공, 혹은 낙오한 분들이 많기 때문이겠죠.








1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하시던 분들 중 많은 수가 학계 등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캡스톤파트너스의 송은강 대표님처럼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내년 상장을 추진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 중입니다.



스타트업 발굴부터 조언, 육성까지 30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후배 창업자들을 위해 쏟고 있습니다.



이에 송 대표님을 만나 그의 투자철학과 최근 VC 동향 등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https://cspartners.co.kr/ko/







Q. 캡스톤파트너스를 만든 배경은.


A. MVP창업투자 떠나서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로 캡스톤파트너스를 만들었다. 모태펀드로부터 240억원, 중국 텐센트 100억원, 지인에게서 60억원을 투자 받아 400억원 규모로 시작했다. 설립 당시 게임 산업이 각광을 받아 중국 션다그룹 등과 폭넓게 네트워크를 넓혔다. 텐센트의 경우 우리가 만든 두 번째 펀드에 200억원, 세 번째 펀드에 175억원, 네 번째 펀드에 300억원 등 총 800억원을 투자했다.



Q. 투자의 원칙과 철학이 있다면.


A. 뉴 칼러 창업자를 찾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화이트칼러가 생존의 위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계가 할 수 없는 역량을 가진 인재를 뉴 칼러로 보고 있다. 뉴 칼러 창업자는 디지털 활용능력은 물론 기술의 변화를 내다보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 세상을 바꿀 의욕, 남과의 협업 능력 등이 있어야 한다. AI가 많은 인력과 일자리를 대체하겠지만, 창업은 절대로 못할 것이다. 창업은 영원할 거라 보고 있으며 계속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로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를 갖고 있으며, 주주와 손잡고 함께 나아가려는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Q. 경쟁 VC와의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A. 대형 VC들에 비해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한다. 한국은 인구환경과 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고, 이 가운데 먹고, 놀고, 쇼핑하고, 소통하는 등의 생활 방식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 변화를 포착해 대응하는 회사를 찾고 있다. 2012년부터 모바일 분야에서 AI가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쟁사보다 빨리 움직여 창업자들을 더 빨리 발굴한다. 대개는 AC-VC 수순으로 투자가 이뤄지는데 캡스톤파트너스는 후속 펀드를 통해 한 회사에 2~4회 계속 투자한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해도 의미 있는 성장을 보여주는 회사라면 투자한다.



Q. 스타트업 투자 과잉, 거품 논란은.


A. 모든 투자자들이 미래를 똑같이 보지 않는다. 거품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의 자금이 상당량 유입되며 일부 글로벌 유니콘이 매출·영업이익 부진 속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아마존의 매출이 일순간에 이익으로 바뀌는 것을 많은 투자자들이 봤고, 경험했다. 당장 이윤을 못 내도 사용자 수와 재방문율 등이 중요 성장 지표로 꼽히고 있다. 물론 아마존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분명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위워크가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공유오피스 비즈니스 자체가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VC는 의미 있는 성장을 볼 줄 알아야 하며, 일정대로 제품·서비스를 완성하고 내놓는 회사가 좋은 스타트업이다.



Q. 유동성 과잉은 사실 아닌가.


A.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기가 크게 꺾였지만 VC 업계는 좋았다. 좋은 기업들의 가치가 떨어져 헐값에 매입할 수도 있었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어도 자금 공급이 멎으면 회사는 어려움에 빠진다. 현금을 쥐고 꾸준하게 투자하는 게 포인트다.



Q. 엑시트 사례는.


A. 여태까지 총 16번 엑시트 했다. 지난해 센드버드를 지분을 매각해 25배, 드라마앤컴퍼니 9배, 아이덴티티게임즈 3배, 노바렉스 7배, 퓨처스트림네트웍스 2배의 엑스트 성과를 올렸다. 제1펀드의 수익률은 6%며, 제3펀드는 360억원으로 조성했고 회수 목표는 1000억원이다.



Q. 어떤 창업자를 좋아하나.


A. 뉴칼라 창업자다. 똘끼 있는 창업자도 좋아하지만 이상한 행동보다는 상호 협력과 협업을 끌어내는 사람이 좋다. 박재욱 VCNC 대표 같은 스타일이다. 몰입의 정도가 높고 굿투그레이트 하는 창업자가 좋다. 쇼맨십보다는 높은 수익을 내고 겸손한 곳이 좋다.






Q. 주로 게임과 O2O에만 투자하나.


A. 심사역 4명 중에 3명이 전자과 출신이고, 난 AI를 주로 공부했다. 기술에 관심이 굉장히 많다. 앞으로 기술 창업, 랩창업을 진지하게 보고 있다.



Q. 랩창업은 비즈니스화가 어렵지 않나.


A. 교수들이 학자적 입장을 고집하면 잘 진척하기 어렵다. AI 분야에서 굉장히 정통하고 유명한 한 교수는 고객에게 가서 호통을 치기도 한다.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한다는 마음가짐을 고양해야 한다. 이에 비해 어떤 스타트업 대표는 술자리를 절대 길게 갖지 않으며, 고객이 언제 부르든 찾아가는 서비스 마인드가 돼 있다. 또 기술 창업 중에 대학원생 등이 자신이 다 했는데 성과물은 교수가 모두 가져가는 불합리에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학생들의 창업 열의는 꺾인다. 미국의 경우 교수가 랩 창업의 성과를 5%만 가져간다. 한국은 교수가 50% 가져간다.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이런 문제 해결은 국내 VC 중에선 블루포인트가 잘한다. 그런 문제점을 설득하면서 잘 해나가려 한다.



Q. 스타트업 발굴 노하우는.


A. 유력한 고객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VC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다. 브랜드가 VC가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고 투자한 이후에 밸류에이션을 키워주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단지 돈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유니콘 만들어 준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대표적 회사가 세콰이어다. 세콰이어는 파트너를 만나면 미팅 내내 유니콘 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하며, 자신들은 돈이 너무 많다는 얘기를 한다. 심사역이 발품을 팔 필요 없이 세콰이어를 만나려는 회사들이 줄을 서고 있다.그중에 고르는 식이다. 한국은 전환기에 있다. 한국은 돈 갖고 뭔가 했고 브랜드가 필요 없었다. 벤처들이 VC를 고르는 문화다. 이에 브랜드가 중요해졌다. 캡스톤파트너스를 꾸준히 알리고 진정성을 전해야 한다. 투자사를 포장해서 알리는 일도 한다. 이게 기본적 영업방식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이 지나가는 골목을 잘 안다. 창업하면 디캠프 마루 팁스 서울창조혁신센터에 다 관련이 돼 있다. 프라이머 블루포인트 퓨처플레이, 스파크랩, 서울대기술지주 등을 찾아다니며 어떤 형태로든 발품을 팔고 있다. 심사를 하고 협력을 할 때가 많다. 경쟁사로는 알토스나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우리보다 규모가 크고 카카오벤처스나 컴퍼니K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Q. 최근 글로벌 투자 트렌드는


A. AI 얘기를 많이들 한다. 그러나 AI는 도구일 뿐이다. 도구를 잘 쓰는 놈은 매력이 없고, 도구를 만드는 회사가 중요하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 등 큰 회사들이 도구로서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양손에 한 손에는 AI 다른 한 손에 자기 분야를 쥐고 나아가는 회사가 높은 밸류를 받는다. AI는 기반 기술이 된 셈이다. 요즘 벤처 트렌드는 굉장히 다양해져서 곳곳에 있기 때문에 뭐가 메인스트림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AI 도구를 만드는 회사는 없다. (원천기술보다는 응용하는 회사). 최근에 플랫폼에 도움을 모든 사회 영역에 적용되는 것은 계속되고 있다. 동네 축구를 하려면 알음알음해야 했는데, 조기 축구회도 플랫폼 도움을 받는다. 사람을 만나는 것의 상당 부분을 플랫폼에서 의존한다. 그런 회사들의 밸류가 어떻게 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대체적 흐름이다.당근마켓의 경우도 이 동네에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게 해준다는 게 기본 철학이다. 이런 로컬 정보들을 모아서 모든 로컬 마켓을 꿈꾼다. 이런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과 연결점이 매력 있다. 인간 대부분 영역에 핸드폰이 사소한 도움이 된다. 뭔가 해야 하는 것이 플랫폼 도움받는 시대다.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여기에 AI가 결합되면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기 힘든 시기가 온다. 젊은 사람들의 취향, AI와 미디어가 5G로 가고 광통신으로 간다. 유선은 다들 말 안 하지 않나. 엄청난 하이웨이가 만들어지지 않나 생각한다.



Q. 세계적으로 투자가 주춤할 거란 평가도 나온다.


A. 큰 그림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사이즈가 1조원 넘는 대형 펀드들이나 고민할 토픽이다. 우리는 사이즈를 확장할 생각은 없다. 운용할 때 3000억원 정도가 좋다고 생각한다. 매크로한 것보다는 마이크로하게 본다. 좋은 창업자를 투자한면 후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창업자 및 팀이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 겪으며 수익 올리는 것이다. 창업자를 믿는다. 리세션이 올 때도 투자하 수 있도록 2년 치 펀딩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창업자들에게는 밸류를 낮추더라도 돈을 조금 더 많이 받으라고 한다.



Q. 해외 기업은 어떻게 발굴하나


A. 품이 많이 든다. 초기 투자에서는 저희 규모에서는 펀드 사이즈가 1조원 정도 되면. 국내 기업들만으로도 충분하다. 해외는 최소 3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Q.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캡스톤파트너스는 10년간 실패도 많았고 파트너십에도 변화가 많았다. 우리가 정성이 부족이 많았단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창업자들에게 조언하고 멘토링 하면서 창업스쿨 하면서 말이 너무 앞섰던 적이 있고 창업자들에게 상처 준 적도 있다. 사죄의 마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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