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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Mar 02. 2020

스키 국대 출신 창업자, 서핑으로 '룰루레몬' 꿈꾸다

[인터뷰] 김동진 이스트엔드 대표


"옷 장사가 돈이 제일 많이 남아"



사업을 하셨거나, 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얘기입니다. 옷 원단과 디자인 등 원가는 싼 데 비해 판매가가 비싸 마진율이 높다는 것이죠.



손쉽게 돈 버는 일처럼 알려졌기 때문인지, 사업을 했다 하면 의류 도소매업은 통과의례처럼 꼭 한번 거쳐가는 업종이 됐습니다.





그러나 의류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경쟁이 치열하고, 내 의류를 돋보이게 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품목으로 경쟁하기 시작하면 결국 원가 경쟁력이 승부를 좌우합니다.



또 원가를 지나치게 낮게 잡으면 "문제 있는 제품 아냐"란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사기 쉽습니다.



한 모델이 흥했다고 다음 제품이 꼭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저도 대학생 시절이던 2002~03년 옥션 등 오픈마켓을 통해 의류 소매 창업을 했었습니다.



첫 상품으로 내놓은 다운 점퍼가 불티나듯 팔려 금방 부자가 되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후속 상품 판매가 녹록지 않더군요.



당시 계속적으로 제품을 수급할 수 있는 생산풀과 다양한 브랜딩이 있다면 중장기 승부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동대문을 두드렸습니다.



동대문에 품질 좋은 의류를 찾아 나름대로의 브랜딩 작업을 통해 퍼블리싱하자는 전략이었습니다. 유니클로나 자라 같은 SPA가 돼보자는 거였죠.





그러나 원가, 조달, 재고 등 여러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브랜딩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브랜딩은 무엇이냐는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최근 의류 시장은 20년 전과 달라졌습니다.



명품 의류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캐주얼 의류가 대세로 자리 잡았고, 이를 홍보할 온라인 채널이 늘었으며, 소비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트렌드 속에 많은 SPA들이 등장하는 한편, 무신사 같은 유니콘 기업도 탄생했습니다.



'이스트엔드'라는 회사도 이 같은 기류에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https://www.eastend.co.kr/




로즐리 같은 인기 여성 의류 브랜드를 내고 있는 회사로, 문화·사회 트렌드를 쫓아 새로운 브랜드 감성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김동진 대표는 옐로우모바일에서 같은 영역의 비즈니스를 수행하시다가 독립하셔서 새로운 브랜드를 꾸리고 있습니다.



김 대표님은 해외에서 유학, 삼성전자와 글로벌 컨설팅회사 ADL 등을 거친 경험이 풍부한 분입니다.



미국 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기도 하죠.



김 대표님께 의류 사업의 어려움은 무엇이고 어떤 비전을 그리고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Q. 회사 소개를 해 달라.


A. 이커머스 판매 비중이 95%인 의류 회사다. 브랜드 6개 갖고 있고. 5개는 브랜드 퍼블리셔다. 패션 이커머스. 브랜드 퍼블리셔로 활동 중이다. 콘셉트는 브랜드를 여러 개 갖고 여러 개 동시 운영할 수 있는 내부 조직을 갖췄다. 과거 하나의 브랜드를 운영하던 데 비해 하나 회사가 멀티브랜드를 운영할 때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맞는 의류 회사를 만들고 싶다.당초 모토는 벌써 해외에 나가서 90% 하는 게 목표였는데 지금은 국내가 90%다. 국내 회사 3곳 인수, 브랜드 3개를 인큐베이팅 중이다. 넥슨 등 게임 회사처럼 내부 경쟁 인큐베이팅을 통해 캐시카우로 키우듯, 로즐리를 인수해서 캐시카우가 되고 다른 스트리트 브랜드가 영업이익률을 높여주고 있다.



Q. 의류는 브랜드화가 어렵고 대중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 어떻게 브랜드 가치를 올리나.


A. 회사에서 제 비전을 실천하고자 하기보다는 일단은 돈을 빨리 버는 아이템을 골랐다. 최대한 빨리 버는 방법이 의류라고 판단했다. 전 세계로 보낼 수 있는 게 옷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옷을 시작했다. 창업한 지 만 3년 넘었다.



Q. 창업 후 힘든 점은 없었나.


A. 원래 팀그레이프라는 옐로모바일 산하의 스핀오프한 회사를 만들었다. 당시 대표는 현재 무신사 서성한 이사였다. 옐로모바일 약속이 이행이 안 돼서 팀원 전체를 데리고 나와서 서둘러 이스트엔드를 차렸다. 2년 만에 연 매출을 770억원까지 만들었고, 투자를 130억원을 유치했는데 구주를 한 주도 안 줬다. 그래서 겸업 금지만 풀고 나와서 바로 다음 날 만들었다. 당시 회사에 투자가 오버부킹 돼서 캡스톤파트너스가 못 들어왔는데, 결국 캡스톤파트너스와 만나 투자를 받았다. 2016년 9월 1일 창업했고, 투자 납입은 12월이었다. 제가 똑같은 아이디어로 다시 시작하는데 팀그레이프보다 잘할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다. 중간에 힘든 일이 있었다. 강한 비전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팀그레이프 매출이 빨리 오른 것은 당시 인스타가 뜨기 전이였기 때문이다. 쇼핑몰 체제에서 저가 옷으로 컨텐츠를 만들어주면 광고로 성공했다. 그런데 그런 판매 방식이 끝났다. 그 모델이 끝난 게 더 저렴하게 광고로 개인 셀러들이 배수보다 기업보다 싸니 동일 제품을 1만 명의 셀러들이 인기가 있는 쇼핑몰 들어가서 자기를 팔로우하는 사람에게 더 싸게 파는 구조가 생겼다. 이때 팀그레이프는 100억짜리 쇼핑몰을 인수했는데, 반대로 이스트엔드는 설립하고 투자도 50억원 정도 받았는데, 기존 모델이 끝나 버린 것이다. 1년 반 동안 매출이 제일 좋을 때 월 10억원까지 찍었는데, 이게 꺾였다가 다시 올리는 데 2년 걸렸다. 1년 차에 10억 원이었는데 아직 이 수준을 회복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브랜드 세 개가 30% 정도 나온다. 무신사 등에서만 파는 브랜딩 돼 있는 옷이다. 인력이 60명이었는데 지금은 30명 수준이다. 당시에는 손발이 많이 필요했다.



Q. 브랜딩, 디자인 개발은 어떤 식으로 하나.


A. 지금은 정말 점 조직으로 조직장이 대표 역할을 하며 브랜딩을 하는데, 확실하게 돈을 덜 쓰고, 브랜드를 띄울 수 있는 방법을 쉐어하면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작업을 2~3개월에 한 번씩 하고 있다. 각 디자이너 실장이 디자인을 하고 생산 조달은 베트남 미국 중국 등을 돌아다니며 도와주고 있다. 블라우스 하나를 베트남에서 1만 장을 꿰매면 원가가 5000원 정도 나오는데, 거기에서 단추 부자재는 30~50원이 든다. 단가 차이는 봉제를 타임라인에 맞춰서 제일 저렴한 시기에 넣느냐인데, 그에 대한 노하우는 지난 5년간 자회사를 운영하며 커넥티드 돼 있다. 오프라인 1000억~~3000억원 하는 회사만큼 버티컬 공장은 다 끼고 있다. 오히려 우리는 저가기 때문에 판매 수량은 많다. 사실 스타트업 방향은 아니다. 중간에 끼어 있는 게 적자 회사다 보니 은행에서는 돈을 안 대주고, e커머스로는 자산 가치가 될 게 없다. 재고는 자산으로 안 봐준다. 그래서 투자 받는데 힘들었던 게 투자자한테 비전을 보여줘여 하는데, 투자자에게 돈을 잃더라도 뉴트렌드인 걸 보여주거나 스케일업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안 돼서 이스트엔드에서는 많이 더뎠다. 과거처럼 매출을 빠르게 올리는 쇼핑몰 시장은 죽었는데, 브랜드 영업을 갖고 천천히 가려다 보니 투자를 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나서 얼마나 진심으로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여줘야 한다.현재 정규직 30명 중에 어쩌다 보니 대기업 8년 이상 근무자가 5명, 명문대, 외국계 금융가 출신들이 함께 옷을 만들고 있다. 이런 친구들이 항상 자기 분야에서 1등을 해봤는데, 인스타에서 팔로워 10만 명보다 옷을 못 파니 억울해 한다. 이걸 2~3년 팠더니 잘하는 법을 알게 됐다. 이제 오니 만 3년이 넘었다.



Q. 창업 이후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A. 사실 의류업은 팬시하지는 않다. 좋은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좋은 인력이 들어와야 한다.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면 초기 멤버들도 지쳐 밤새워 일하기 힘든데, 계속해서 좋은 인재들이 들어와야 한다. 피벗을 한다면 기존 자원과 직원도 다 바꿔야 한다. 그런데 이 업종에서 좋은 인재를 구하기 힘들다. 동대문에 목매는 이유도 인식을 바꾸자는 차원이다. 사람들은 옷팔이라고 비하하고, 누구나 쉽게 생산해서 팔수 있다고 착각하는데, 진입이 쉬울 뿐이지 운영은 어렵다. 제대로 하는 회사가 1%도 안 된다.






Q. 의류 사업은 마진율이 높지 않나.


A. 누구나 창업할 수 있지만 대개 다 폐업한다. 사업하는 분 5명을 만나면 이중 3명은 의류를 했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고객은 옷을 샀으면 이제 거기를 안 찾고 딴 데를 갈 뿐이다. 이런 과정이 무한정 반복되기 때문에 우리는 그 많은 경쟁사 중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때까지는 스케일업 포인트가 오기 어렵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비즈니스다. 만약 140억 갖고 이스트엔드를 시작했다면 지금 10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10억원 투자를 받아서 이제 100억원 매출이 된 거다. 투자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의류업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디텍스 등 글로벌로 가장 큰 자금을 돌리는 회사나 펀드는 다 의류 회사다. 한국은 의류에 제대로 투자한 적이 없다. 동대문을 만든 뒤 다음 스텝이 없다. 한국은 트렌디하고 개개인 플레이 좋아하기 때문에 옷으로 이탈리아만큼 성장할 수 있다.그러나 어떤 지원도 없다. 어떤 투자설명회를 가도 없다. 그 점이 힘들었다.



Q. 동대문과는 협업관계이자 경쟁관계이기도 하다.


A. 사람과의 싸움이다. 동대문에서 보세업자와 경쟁한다. 자영업자들과 원가로 싸워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자신들만 살면 되니 1만원 사서 1만1000원에 파는데 법인은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기 전까지는 가격 경쟁을 벌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직접 제조하려고 하는데, 제조 공정과 원단에만 30억원이 빨려들어갔다. 그런데 투자사는 돈을 다 썼냐는 반응이다. 원단과 납품, 재고 등을 일일이 설명하기 어렵다.



Q. 최근 글로벌 증시를 보면 나이키나 맥도널드 등 기성 브랜드가 더욱 강해지고 있지 않나.


A. 투자 인더스트리 자체가 유통 소비재 쪽에 다시 눈이 돌아간 거라고 본다. 대장주이기 때문에 룰루레몬·나이키·언더아머 등의 주가가 오르는 거지 그들만 살아남을 거라서 오르는 것 같지 않다. 한국만 해도 수제 햄버거집 엄청 잘 되는데 1년만 잘 되는 게 아니라 블루클린버거의 경우 84년생 유학생 친구인데, 7년 차에 잘 됐다. 2~3년 전부터 터졌는데, 이젠 잘 된다. 다른 브랜드 내고 하는데 1년 안에 식을 것 같지 않다. 다 같이 올라가는 시장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등 유한적 가치보다 젊은 친구들이 더 많이 소비하는 시대가 와서 아닐까 한다.



Q. 해외시장 진출했나.


A. 일본과 맨해튼 등 5~6개 편집샵에 들어갔다. 정확하게는 갖고 있는 브랜드를 해외로 보낼 생각보다는 싱가포르 법인 인수 마무리하고 필리핀에 서바이어라고 서핑할 수 있는 작은 섬이 있는데, 거기 지도 만드는 작업으로 브랜딩 해서 서핑 브랜드를 런칭했다. 무인도 같은 작은 섬인데, 섬에 지도가 없다.이 로케이션을 만들어주는 대신에 웹사이트 운영을 오피셜리 받아왔다. 1년 넘게 진행한 프로젝트인데 현지인 고용해 서핑스쿨 운영 중이다. 포토그래퍼 써서 인스타그램 작업 중이다. 필리핀에 미국인 서퍼들이 만든 브랜드처럼 할 거다. 티셔츠는 나와있다. 서핑 트렌드가 올 거라 봤다. 해외에서 런칭할 수 있는 브랜드 하나 끝난 상태다.



Q. 서핑 트렌드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A. 서핑은 무조건 될 거라고 본다. 한국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올 커넥트 돼 있는데 동계 스포츠는 뜰 수 없다. 건강한 매력을 보여줘야 뜰 수가 있다. 건강한 몸을 보여줘야 뜬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고가의 동계스포츠 장비로 채우면 팔로우나 좋아요 누를 일 없다. 건강하고 몸을 드러낼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 이거는 결국 작은 나비효과 같은 거지만 스포츠의 흐름을 하계 쪽으로 더 몰아올 것이다. 그중에서 남녀노소 모두 할 수 있는 운동이 서핑이라고 본다. 서핑브랜드가 넥스트 룰루레몬이 될 거라고 보고 회사의 미래로 보고 있다.보통 옷을 런칭하는 것은 쉽지만 문화랑 결합해야 한다. LA에서 20년 정도 의류한 재미교포분들이 필리핀에 CS센터를 갖고 있는데, 그분들이랑 조인트해서 섬에 놀러 갔다가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 있고, 동양인들은 모르는 서퍼 천국이다.



Q.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유는.


A. 은인이다. 저희 회사가 창업할 때 기존 사업 구조와 똑같이 한 게 아니다. 당시 에인이란 핫한 쇼핑몰과 M&A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에인 대표가 다른 회사에 가서 더 큰 돈을 부르는 바람에 딜 브레이크가 났다. 인수할 회사가 없어진 것이다. 에인을 첫 번째 자회사로 독립채산채로 운영하면서 바로 해외 시장에 나가려고 했는데 이 구조가 다 무너졌다. 당시 우리 회사가 위워크 강남역 1호 입주사인데, 쇼핑몰을 위워크처럼 하고 싶다고 말하고, 2호점은 그렇게 하자고 당시 한국을 찾은 위워크 창업자와 얘기했다. 그런데 위 딜이 실패하자 연결이 끊어졌다. 3개월 동안 위워크 돈도 못낼때, 송은강 대표님이 바로 지원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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