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고통

by 허용호

아카시아 나무가 만들어 주는 그늘에 앉아서 명상을 한다. 나무가 작아서 그늘도 좁다. 나무에 바짝 붙어 앉았다. 눈앞에 가지 하나가 거슬린다. 나는 나무와 달리 손이라는 비교적 자유로운 도구가 있어 꺾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럴 수는 없다. 불볕더위에 말없이 서서 그늘을 제공해 주는 것도 고마운데 조금이라도 상하고 싶지 않다.

오래전 어떤 계기로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한 후로 존재의 고통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팔에 작은 상처 하나만 나도 큰 고통이 따르는데, 살아있는 다른 존재는 어떨까? 그들과 나의 몸 구성요소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분명 나와 같은 고통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식물도 생명이 있으니 나름의 고통을 느낄 것이다. 아카시아 이파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실핏줄처럼 섬세한 잎맥이 있다. 동물의 그것처럼 붉지는 않아도 그 속으로 피가 흐르고 있을지 모른다.

생명의 고통을 인지하고부터 발에 밟히는 잔디에게 조차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길거리를 가다가도 몸에 부딪는 나뭇잎이 다칠까 돌아보게 되고, 아무리 예쁜 꽃이 있어도 상할까 함부로 만질 수 없고, 하물며 꺾는다는 것은 마치 내 팔에 상처가 나는 것처럼 꺼리게 되었다.

그날은 감상에 젖었었나 보다. 그녀에게 봉선화 물이라도 들이라고 잎을 딴 적이 있었다. 따는 내내 봉선화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봉선화 잎을 건넸을 때 반응이 싸했다. 왜 봉선화 잎을 땄느냐는 핀잔이 화살처럼 날아왔다. 그녀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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