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백조

by 허용호

새 차를 구입했다. 분명 즐거운 일인데 왜 그렇게 번뇌스러웠을까? 선택이 신중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급한 결정은 선택 후에 비교분석을 하는 꼴이 되었다.


돌아가지 못할 강을 건넌 후에 두고 온 보물에 미련을 갖는 일이다. 결혼하고 옛 애인을 그리워하는 일이다.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머리에 내장된 CPU는 멈추는 일이 없다. 끊임없이 돌아가다 문득 그 일을 들추고는 비교분석을 한다.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애써 선택의 당위성을 찾아내 위안을 삼는다. 어떻게든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찾아내야 한다.


번뇌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차가 나왔다. 차 넘버가 49머로 시작된다. "사구머, 사고 나라는 말이네. 헐~ 꺼림칙한걸" 그래서 사십구머로 발음하기로 한다.


차를 운전해 보고 이것저것 기능을 살펴보면서도 문득 다른 차와 비교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마음 언저리에 돌 하나 얹는다.


행복한 일이 순식간에 고통스러운 일이 되었다. 선택이 신중하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집착이 더 큰 문제였다. 더 좋은 물건을 가지고 싶은 욕망이 번뇌가 되었다. 번뇌는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 것은 슬프게도 선물 같은 백조였다.


모처럼 호수에 파문을 만들어 준 백조를 있는 그대로 품어 주어야겠다. 하늘을 나는 수백 마리의 공작새보다 내 품 안에 있는 백조가 더 소중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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