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기실이다. 사람 냄새, 소독약 냄새, 무표정한 표정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속에 섞인다. 그 풍경 속에 녹아들어 하나가 된다. 나의 고유한 특성은 사라진다. 좋은지 싫은지 조차 분간하기 어렵다.
그 분위기 속에 섞이지 않으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순간순간 내 코로 들어오는 다른 냄새들, 옆 사람의 무표정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삶의 흔적, 분주히 움직이는 간호사의 피로, 인생의 무게.
동화된다는 것은 일종의 최면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최선이든 아니든, 때로 오염된 하수구 같은 곳에서도 일상인 듯 살아간다.
길거리를 걷다 문득 하수구 속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그 속에도 무수한 생명이 살아가고 있지만, 더럽고 끔찍하다.
어떤 존재가 우리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그런 마음을 품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과연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최선일까?
사실 우리는 많은 현명한 것들을 편의에 젖어, 또는 이기심 때문에 저버리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