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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Jan 18. 2016

대학 생활이 외롭고 재미가 없어요.

목욕탕 옆 인간극장 158 - 김홍규(서울)

2015년 11월 15일(일), 종로 스타벅스 

스물이라고 했다. 제주에서 왔고 서울에 어느 자리 얻어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서 제주를 찾았다. 종로 지하상가를 지나가면서 제주 칠성통 지하상가를 떠올렸다. 낯설게 서로 닿아서 일상을 들었는데 어쩌면 꼭 듣고 싶었던 말들을 담았는지도 모른다.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했고 스스로 듣고 싶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 
“그냥 생각했던 것보다는 대학 생활이 외롭고 재미가 없어요. 고민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어떻게 고민해요?” 
“솔직히 2학기 들어갔을 때 그냥 휴학하고 싶었는데 어차피 내년에 군대 가야 하거든요. 한 학기 휴학하고 생각 좀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계속 다니고 적응해보라고 하셔서 휴학은 안 했어요. 교수님도 어머니 같고 편하고 좋으신데 마음이 잘 안 열리는 것 같아요.” 


“학교 생활은 어때요?” 
“학교에서는 부과대를 하고 있거든요. 임원 활동도 하고요. 학교 생활이 별로 흥미 있게 다가오진 않아요 학교 에피소드도 별로 없어요.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도 아직 진짜 집에 안 온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학교에서 집까지 지하철 타면 1시간 걸리는데 버스를 자꾸 타요. 서울에서 자꾸 제주도 모습을 찾으려고 해요. 종로 지하상가 보니까 제주도 칠성통 지하상가 같았어요. 도로 보면 제주도랑 비슷한 도로가 좀 보여요. 제주 중앙로 사거리 같은 거리 보면 탑동 보이고 관덕정 보일 것 같아서 계속 그런 곳을 찾으려고 해요. 


“서울에서 얼마나 있었던 거죠?” 
“2월 중순에 왔으니까 9개월 있었어요.” 


“가장 서울에서 기억에 남는 건 어떤 게 있어요?” 
“서울에서 제주도 친구 만난 게 되게 반갑고 정말 힘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원래 제주도에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면 제주도 사투리 쓰면서 툭툭 던지잖아요. 그런데 서울 사람들한테는 그걸 ‘밥 먹었어?’라고 하거나 ‘밥 먹었니?“라고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나와요. 말 잘못하면 예의 없어 보일 것 같아서 걱정해요. 제주도 친구들 만나면 사투리가 막 방언 터지듯이 나오는데 서울에서도 그런 걸 신경 안 쓰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제주도에서 얼마나 지냈던 거예요?” 
“태어나서 20살까지요.” 


“제주도에서 이맘 때 뭐하고 지내요?” 
“뭔래 제주도에서는 학생 때였으니까 제주도에서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3 때까지 영상을 같이 만들던 멤버들이 있거든요. 같이 영상 만들면서 지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서울에서 제주도 모습을 찾잖아요. 제일 제주도 모습이 떠올랐던 곳은 어디예요?” 
“지금 수유에 사는데요. 북한산 가는 쪽에 우이천이고 있는데요. 거기가 내천인데요. 사람들이 운동 다니고 그래요. 그게 제주시에 있는 산지천이랑 비슷해요. 거기 보면서 절로 가면 칠성통 탐탐이 있을 것 같고 절로 가면 극장 있을 것 같고 절로 가면 맥날 있을 것 같고 그랬어요. 건입동이랑 산지천은 코앞이잖아요. 지금 서울 집과 우이천도 코앞이거든요.”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게 어떤 거예요?” 
“포토샵, 일러스트, 에프터이펙트 세 가지를 배우고요. 그걸 이용해서 디자인도 하고요. 영상 디자인 전공인데 그게 꼭 영상만을 배우는 건 아니예요. 1학년이라서 아직 깊게 배우진 않고 기본적인 툴만 배우고 있어요.” 


“왜 서울로 온 거예요?” 
“제가 배우고 싶었던 과가 제주도에 없어요. 제주도에 있는 학교 중에 이런 과가 없어요. 제주도에 그런 과가 있었으면 계속 제주도에서 학교 다녔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들은 뭐가 있어요?” 
“가수 음, 되게 좋아하는 가수가 있어요. 전람회랑 김동률이요. 원래 김동률을 되게 좋아했었는데요. 제주에서 서울로 콘서트도 가고 그랬어요. 전람회가 냈던 노래들이 이십대를 위로하는 노래도 많고요.” 


“또 좋아하는 것은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요. 아버지께서 양식 주방장이셨거든요. 만날 아버지 일하는 데 놀러가보면 양쪽 싱크대가 있는데 아버지가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아빠라는 사람이 애들을 위해서 요리해줄 때 너무 멋있구나 생각했어요. 남한테 요리해주는 것도 좋아해요.” 


“되고 싶은 거라든지 꿈이라던지 그런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까요?” 
“원래는 초등학교 때 그냥 웃겼어요. 반에 없던 동아리도 만들고요. ‘재미부’라는 이름으로 만들고요. 몇 안 되는 애들 모아서 장기자랑도 하고요. 개그맨도 되고 싶었는데 꿈이 계속 바뀌었어요. 미스터초밥왕 보고 초밥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가 또 영상 전문가 되고 싶었다가 이러다 보니까 딱 지금은 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요. 그걸 빨리 찾고는 싶은데 제가 아직 뭘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쉰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일가요? 쉬고 있다 생각들 때요.” 
“그냥 집에서 전형적으로 누워서 당구 채널 보면서 있을 때 그때 되게 쉬는 것 같거든요. 소리도 크게 안 틀고 조용히 들으면서 영상만 보면 되니까요. 아니면 그냥 집에 오는 길에 버스에서 김동률 노래 들으면서 한 시간 반동안 집에 오는 것도 쉬는 것 같고요.” 


“초등학생 김홍규는 어땠나요?” 
“진짜 그냥 너무 재밌었어요.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또 그때 애들도 절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제가 웃기려고 많이 노렸했어요. 웃겼던 기억도 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 때 부모님께 그때 효자손으로 많이 맞았어요. 효자손이 없으면 못 때릴 거라고 생각해서 하수구에 효자손을 버렸는데 아빠가 그걸 본 거예요. 그때 뭘로 맞았는지 모르지만 효자손 말고 다른 걸로 맞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도 했어요. 많이 혼났던 기억이 있어요. 구몬도 안 풀어서 혼났었고요.” 


“중학생 김홍규는요?” 
“그냥 정형돈 씨가 요즘 불안증세로 아프잖아요. 정형돈과 제가 뭔가 있거든요. 아는 건 아닌데요. 되게 느낀 건데요. 중학교 올라가서 초등학생 때와는 좀 달랐어요. 중학교 때는 애들 괴롭히는 무리가 생기잖아요. 전 덩치도 컸으면서 당하는 무리였어요. 초등학생 때처럼 기를 못 펴고 다녔어요. 맞아도 보고 그랬어요. 그러고 학교 가는 게 너무 싫었어요. 학교 안 가는 주말을 만날 기다렸어요. 주말에 무한도전을 했는데 정형돈이 그때 당시에 웃기지도 못 하고 그래서 제가 무시하듯 얘기하곤 했어요. 사실 그 무시를 생각해보면 정형돈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절 무시한 것 같아요. 예능에서는 웃기기도 하고 말도 잘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하는 걸 보면서 기본적인 학교 생활도 잘 못 하는 절 보면서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정형돈이 미존개오라고 조금 잘될 때는 제가 영상을 시작해서 웃긴 역할을 했었을 때였어요. 극중 이름이 김탐구였는데요. 나중에는 복도에서 친구들이 알아보고 그랬어요. 그때 이후로 중학교 생활도 잘 하고 그랬거든요.” 


“고등학생 김홍규는요?” 
“되게 제 인생 기간 중에 가장 많은 영상을 만들었던 시기였어요 고등학교 방송반에 처음 들어갔어요 이름은 OBS인데요. 거길 들어갔어요. 되게 열악햇어요. 어느 정도냐면요. 방송반이 카메라가 없어요. 어학실과 과학실에는 카메라가 있는데 방송반에는 없어서 억울했어요. 이민규 형이라고 있는데 되게 대단한 형이었어요. 그 형이 2학년 부장이었고 제가 1학년이었는데요. 주변 친구 중에 DSLR 가진 친구도 없었고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영상 찍고 그랬는데 결과가 좋았어요. 음, 제주도 고등학교 방송반 애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방송제를 했는데요. 그게 반응이 좋았어요. 열악한 환경이고 누가 안 밀어줘도 주위에 같이할 몇 명만 있으면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걸 그때 느꼈어요. 학교에서 방송제도 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다른 학교는 방송제 하면 교장 선생님 오셔서 축제처럼 하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되게 뿌듯한 게 있는데요. 2년 동안 열심히 하니까 3학년 때는 방송반 예산이 늘었어요. 5백 만 원인가 주면서 장비를 사라고 해서 너무 뿌듯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노력해서 장비를 샀는데 후배들에게 사용법을 잘 안 알려줘서 나중에 방송제 할 때 마이크를 잘 못 쓰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럼 대학생은 요즘 어떤 거 같아요?” 
“벗어나야 하는지 않아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자꾸 제주도를 계속 가고 싶어요. 거기서 살고 싶어요. 그냥 모르겠어요. 왜 제가 제주도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제주도를 갈구하고 있어요. 벗어나서 여기서 적응을 해야 맞는 건지, 계속 제주도를 그리워해도 괜찮은지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는 어떨 것 같아요?” 
“뭐가 될지 잘 모르겠어요. 꿈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꿈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요. 지금 하고 있는 전공이 안 맞는다고 생각했을 때 목표를 잃고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에요. 푸드 트럭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요. 용기도 없고 도전 의식도 없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직 제대로 알아 보지도 못 했어요. 지금은 그냥 푸드 트럭 하고 싶어요.” 


“버킷리스트가 있으세요?” 
“버킷리스트인지 모르겠지만요. 영상 전문가의 길을 갈지 모르겠지만 김동률 씨의 새로운 노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어요. 제 돈으로 부모님 해외 여행 보내드리는 것도 하고 싶고요, 전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사실 전 평범한 일상이 좋아요 부모님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상형은 어때요?” 
“되게 구체적이에요. 평소에는 렌즈를 끼고 안경을 안 쓰는데 가끔 렌즈를 벗고 안경을 썼을 때 그게 되게 이쁜 사람이요. 되게 작았으면 좋겠어요. 아담한 여자요. 되게 착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 사람 행동을 보면서 ‘와 정말 배려심이 있구나’ 느낄 정도로요.”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연애를 해본 적이 아직 없어요. 그래서 아직 연애도 잘 생각해 본 적 없어서 결혼에 대해선 생각이 아직 없어요. 그냥 생각은 결혼하는 배우자도 되게 낭만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소박하지만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 


“지금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이 있으세요?” 
“제일 먼저는 부모님이요.” 


“왜요?” 
“되게 부모님이 거짓말 제가 많이 했었는데 그럴 때도 혼은 내시지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셨고요. 아빠는 되게 친구 같거든요. 아빠랑 피씨방도 가고 그랬어요. 같이 카트라이더도 하고요. 엄마는 아빠한테 혼나면 엄마는 절 위로해 주셨고요. 지금도 소포로 반찬 많이 만들어서 보내주시고요. 제주도 돼지고기도 보내 주시고요. 그런 물질적인 것 아니더라도 제가 제주에서는 가게 일을 도와드리는데요. 삼계탕 집을 하시거든요. 힘들게 일하시는 게 눈에 보여요. 제가 부모가 아니어서 모르지만 그런 희생들이 너무 고마워요.” 


“죽는 건 어떤 것 같아요?” 
“죽는 거요? 일단 부모님은 안 말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제 기준으로 효도라는 걸 하고 죽어야 할 것 같아요. 어떤 방법을 써도 못 갚고 죽겠지만 그래도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걸 보여주고 죽고 싶어요. 제가 살면서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삶을 살고 죽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죽으면 좋겠어요? 그 순간이요.” 
“그러게요. 슬프게 죽고 싶진 않아요. 그래도 죽는 게 아쉬웠어도 좋겠고 안 아쉬워도 좋겠는데요. 덜 아쉬운 거면 열심히 살다가 죽어서 그런 걸 테고요. 아쉽게 죽어도 좋겠고 덜 아쉽게 죽어도 좋겠어요. 그래도 덜 아쉽게 죽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좀 안 게을렀으면 좋겠어요. 되게 시작은 거창하고 그럴 때가 많거든요. 제가 하는 유튜브도 처음에는 되게 열심히 했는데 15화까지만 내고 요즘은 안 하고 있거든요. 뒷심 부족한 걸 조금 고쳤으면 좋겠고요. 처음 시작한 건 끝을 맺을 때까진 계속 시도해야 하는데 제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있을까요?” 
“이런 말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하는 말이 있어요. 진심은 진실과 같아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게 어떤 말이냐면요. 그냥 흘려 하는 말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그 흘려 말하는 말을 듣고 그 말 때문에 뒤척일 수 있거든요. 사람들이 진심으로 한다는 말을 쉽게 하는데요. 진짜 진심이면 좋겠어요. 헷갈리지 않게요.” 


"질문은 끝났어요. 이제 그냥 사는 이야기 해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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