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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Jan 18. 2016

여행을 좋아하니까 일단 여행 왔어요.

목욕탕 옆 인간극장 160 - 최인준(치앙마이)

2016년 1월 9일(토), CHINDA HOUSE 102호 

나는 스스로 잘 지내고 있는지 나날이 궁금했다. 그래서 누군가 묻길 바랐는데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길에서 만난 사람을 붙잡고 잘 지내고 있는지 물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늘 일상을 이야기 했고 또 웃었다. 어떤 바람이나 목적을 두지 않는 일은 그렇게 벌써 근 2년을 이어오고 있다. 

집을 떠난 지 근 한 달이 됐고 나는 치앙마이에서 어느 스물 아니 열아홉을 만났다. 배낭을 메고 서성였는데 어느 때부터 같이 걷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텄고 버스는 방콕의 밤을 달려 치앙마이의 새벽에 멈췄다. 새벽을 헤매다가 같이 숙소를 얻었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수능을 마쳤다고 했다. 해를 넘겼지만 아직 열아홉이라고 했다. 맥주를 나누지 못 했다. 이야기를 나눈 다음날 아침, 그는 치앙마이 2박 3일 트레킹을 떠났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 
“요즘 태국에 있어요. 태국에서 여행 중이에요.” 


“태국 여행은 어때요?” 
“지금 여행해 본 나라로 치면 중국이랑 태국으로 이번이 해외 여행으로는 두 번째 나라인데요. 더 괜찮아요. 음식도 괜찮고요. 날씨가 조금. 방콕은 덥고 치앙마이는 지금 일교차가 너무 크고 그래서요.” 


“태국 여행에서 어떤 게 기억에 가장 남아요? 지금까지요.” 
“방콕에 ‘왓포’라는 사원이 있는데요. 거기를 야간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사람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 조명이 너무 멋있었어요. 입장료도 무료라서 좋았고요.” 


“여행은 어떠게 오게 된 거예요?” 
“원래 해외 여행은 수능 끝나고 가려고 꽤 오래 전부터 생각했었어요. 가족들이랑 가족여행으로 먼저 태국 들어와서 가족들은 한국 먼저 들어가고 저만 남고 그렇게 됐어요.” 


“수능 끝나고 여행하니까 어때요?” 
“수능이 11월에 끝났는데 지금은 1월이잖아요. 한 달 동안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여기 오니까 확실히 좋아요.” 


“혼자 여행하고 있는데 걱정은 없어요?” 
“걱정은 딱히 없고요. 다닐 때 심심하거나 그럴 수 있어서 그게 걱정이에요.” 


“이번 여행은 어떻게 할 계획이에요?” 
“가능하면 미얀마랑 캄보디아 가는 건 거의 확정이고요. 가능하면 베트남도 가고 싶어요. 그건 시간을 봐야 할 것 같아요 물가가 싸서 돈 걱정은 아직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치앙마이는 어때요?” 
“너무 더운데 있다가 왔더니 날씨가 선선해서 좋아요. 아까 도이수텝을 갔는데요. 거기가 산이거든요. 거기서 치앙마이 시내가 쭉 내려다 보여요. 확실히 좋아요. 방콕보다는요.” 


“여행 말고 그냥 좋아하는 것들 좀 들어볼 수 있어요?” 
“저는 이것저것 배우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프로그래밍도 했고 중국어도 배우고요. 남들이 그 나이대애 잘 안 하는 것들 많이 찾아서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게임도 하고요.” 


“더 있나요?” 
“여행을 좋아하니까 일단 여행 왔어요. 딸기 먹는 것도 좋아해요.” 


“초등학생 최인준은 어땠나요?” 
“한 3년 지나가면 기억을 잘 안 해서요. 작았어요. 5학년 때 서울 쪽으로 전학왔었는데요. 전학오면서 그 전 기억이 잘 안 나요. 6학년 때 만난 친구들은 그대로 중학교, 고등학교로 와서요. 기억이 있어도 그게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구분도 안 되고요.” 


“중학생 최인준은 어땠나요?” 
“중학교 2학년까지는 그냥 조용히 있었어요. 괜히 꼬이기 싫어서요. 3학년 때는요. 1학기 때까지만 내신하고 그래서 2학기 때는 좀 여유가 있어요. 고등학교는 수능 끝나고 그러는데, 중학교 3학년 2학기 때 그래요. 그때는 체험학습 다니고 그러는데요. 남자 애들은 빨리 끝나면 피씨방 가자고 그러는데요. 전 그게 싫어서 여자 애들하고 많이 다녔어요. 같이 놀이동산 문 닫을 때까지 있고요. 중학교 때도 1, 2학년 때 기억은 많이 없어요.” 


“고등학생 최인준은 어땠어요?” 
“1학년 때는 학교 말을 더럽게 안 들었어요. 야자도 다 빼버리고요. 방과후도 하나도 신청 안 하고요. 그런데도 공부는 했어요. 일반고인데요. 과학중점과라고요. 일반고랑 과학고 중간 단계 거였어요. 주변 애들이 공부를 많이 해서 분위기 때문에 공부 많이 하게 됐어요. 1, 2학년 때는 하고 싶은 거 그래도 많이 했어요. 3학년 때는 학교가 주변보다 30분 일찍 등교해서 집에는 11시에 들어가고 그랬어요. 딱히 콕 짚어서 기억 남는 건 없어요. 수능 때 과학탐구영역을 고르는데 영역 선택을 제대로 못 했어요. 소신껏 골랐는데 수능이 결과적으로 너무 쉽게 나와서 잘못 고른 경우가 됐어요. 그걸 제대로 골랐으면 원하는 대학에 수시가 됐을 텐데 그게 안 돼서 아쉬워요. 음, 제 생각보다는 주위에서는 그러죠. 안타까운 게 제 기분인지 남들이 그렇게 얘기해서 저도 그렇게 느끼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아쉽기는 해요.” 


“현재는 어때요” 
“현재는 수능이고 뭐고 다 지난 시간이에요. 대학도 아직 안 나왔고 무소속인 상태예요. 무소속인 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오랜만에 자유롭게 있어요. 학교도 안 나가고 그렇다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발 닿는대로 가고 있어요.” 


“앞으로는 어떨까요?” 
“앞으로는 모르겠어요. 일단은 전공은 그것도 좋아하는대로 소신껏 골라버렸으니까요. 이것저것 많이 건드려 놓을까봐 걱정이에요. 재밌어 보이면 다 한 번씩 건드려 봤거든요. 대학교 가서도 그렇게 하면 대책 없이 될까봐 그건 걱정이에요. 이래저래 다 연관이 된다고 하니까 또 1, 2학년 때까지는 막 건드려보지 않을까 생각해요.” 


“혹시 버킷리스트 같은 거 있어요?” 
“만날 그걸 써볼까 써볼까 하다가 안 만들고 있어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인생 계획이잖아요. 그런 긴 계획은 저랑 안 맞더라고요. 스터디 플랜도 누군가 길게 쓰는 거라고 하는데 저는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그날 것만 계획하게 되더라고요. 길게 잡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요.” 


“지금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 있어요?” 
“한국에 다 내려놓고 와서 잘 모르겠어요. 이쪽으로 오면서 생각을 싹 비워놓고 왔어요. 3년 이래저래 치였더니 이렇게 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지금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그냥 자습실에 있었던 것밖에 생각이 안 나요. 같은 곳에 있었던 것 중에는 집 빼고 제일 오래 있었으니까요. 집은 어떻게 생겼는지 잘 기억도 안 나요 벌써. 바로 떠오르는 게 학교예요. 좋아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오래 붙잡여 있어서요.” 


“학교 생활 동안 힘들기만 했나요?” 
“그럼 자퇴를 했겠죠. 학교에 있는 건 힘들었는데 친구들이 괜찮아서요. 저는 제가 과학중점과 지원했던 게 결과적으로 좋은 친구들 만나게 된 것 같고 계속 학교에 있게 됐어요. 좋았어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싫었는데 그래도 같이 했으니까 한 것 같아요. 혼자 했다면 안 했을 거예요.” 


“죽는 건 어떤 것 같아요?” 
“저는 좀 그냥 아까울 것 같아요. 욕심이 많아서요. 사실 전 죽고 싶진 않아요. 남들은 죽으면 편해질 것 같다고 하는데 아직은 내려놓을 준비가 안 됐어요. 되게 아까울 것 같아요. 진시황이 죽기 싫어서 약 찾아다니는 그런 느낌일 것 같아요.” 


“어떻게 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죽고 싶지 않다니까요. 정말 하고 싶은 건 다 해놓고 가면 좋겠어요.” 


“이상형은 어떻게 돼요?” 
“저는 그런 건 크게 생각하진 않아요. 지내다 보면은 괜찮아지고 그러면 만나게 된다고 생각해요. 눈 자체도 낮아서요. 이상형을 생각해도 필요가 없을 것 같고요.” 


“결혼은 하고 싶어요?” 
“결혼은 해야죠. 어디 정착 안 하면 계속 떠돌지도 모르잖아요.” 


“어떻게 결혼하고 싶어요?” 
“그것까진 아직 생각해봤어요. 신혼여행은 생각해 봤어요. 그것도 사실 여기 가면 좋겠다 저기가면 좋겠다 그 정도고요.” 


“쉰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예요?” 
“저는 원래 책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거 보면서 쉬어요. ” 


“작년을 떠올려 보면 어때요?” 
“작년이면 고3이에요. 자습실에 있었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나요. 뭔가 많이 했는데 그새 까먹었는지, 모르겠어요.” 


“올해는 어떨 것 같아요?” 
“두 가지 일 거예요. 합격을 하면요. 정말 공부를 하면서 이것 저것 많이 손을 대볼 것 같아요. 아니면 재수를 하겠죠. 어떻게 해도 공부를 하게 될 거예요. 대학 안 가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고등학교 때처럼 더 나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이유도 있거든요.”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욕심 좀 줄였으면 좋겠어요. 그게 그런데 말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면 편하겠다 생각만 하고 있어요. 노력도 안 하고 있어요. 그런 걸로 기운 빼고 싶지 않아서요.”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있나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얘기를 잘 안 해요. 그래서 큰 충고는 잘 안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 말은 없어요. 필요해서 물어보면 말해주겠지만 먼저 말해주진 않는 케이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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