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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Feb 21. 2016

서로 괜찮다, 괜찮다 말 뒤에 감추고 있었다.

하루하루를 시간을 금같이 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목욕탕 옆 인간극장 165 - 이지용(서울)

2016년 2월 19일, 강남역 12번 출구 앞 ‘카페베네’ 


서울 올 날을 셌다. 세면서 하나든 둘이든 만나고 싶은 인연을 적었다. 서울 추운 바람 맞으면서 약속 셋을 잡았다. 처음 약속은 낯설게 받은 연락에서 시작했다. 어떤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재작년 이맘쯤 시작했던 ‘목욕탕’을 이유로 만난 그 사람은 하고픈 이야기가 붐볐다. 주고 싶어도 전할 방법이 없던 쓰지 않았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아닐까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더라, 어떤 기업에서 1년을 근무하다가 퇴직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더라. 어떤 자격으로 도움을 건네거나 흩어지지 말라 조언을 말하는지 스스로에게 웃음이 났다. 찾았다면 찾을 수 있다면 계속 나아가면 했다. 순수하지만 추진력이며 자존감이 떨어진 어느 날을 시기를 달리해 서로 만났다. 저기 저 사람이 이야기를 걸어 기분이 들떴다. 서로 괜찮다, 괜찮다 말 뒤에 감추고 있었다. 몇 시간을 떠들었다.   



“정리가 오래 걸려서 미루지 않고 노트북에 바로 입력을 하고 있어요. 이야기 들으면서 기록을 할게요.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

“요즘 그냥 뭐 특별한 목적 없이 하루하루를 시간을 금같이 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일도 찾아보고요. 쉬고 싶을 때는 쉬고요 .책보고 싶을 때는 책 보고요. 그런데 참 뭐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이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아요. 쉬고 싶을 때는 계속 쉬고 싶고요. 막상 그런 것 같네요.”  



“그럴 수 있죠. 오늘은 뭐했어요?”

“어제 새벽 5시까지 생각도 많아지는 밤이다 보니까 생각도 많이 했어요. 나만의 시크릿북이 있는데요. 그곳에 생각을 끄적이다가 잠 못 들었어요.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이곳으로 왔어요.”   



“어제는 뭐하셨어요?”

“어제는 음, 여자친구가 있거든요. 여자친구가 어제 연차여서 잠깐 바람 쐬러 남양주에 다녀왔어요.”    



“남양주에서는 뭐했어요?”

“남양주 드라이브 코스가 있어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코스인데요. ‘붕주르’라는 카페가 있어요. 저도 처음 가보는 곳인데요. 깊숙이 들어갔는데 완전 화려하게 되어 있더라고요. 이런 데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아, 이런 거예요?”  



“네, 그럼요. 내일은 뭐 할 거예요?”

“내일은 아침에 잠깐 약속이 있어요. 지인 분과 잠깐 식사를 하고 또 저만의 시간을 가지겠죠. 요즘 할 게 없으니까 저만의 동굴에 많이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사실 또 시간이 아깝기도 해요. 그래도 동굴에 자주 들어가는 시간이 있어서 그것도 값진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들어요.”  



“제가 손이 얼어서 잘 안 써지네요. 동굴에서는 뭐하세요?”

“동굴에서는 그냥 무한한 생각을 해요. 생각 속에서 살아요. 사람이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게 생각이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생각을 만들어요. 그런데 참 행동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고민만 하다가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요즘은 보통 무슨 생각하세요?”

“뭐 해먹고 살지에 대해서요.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요. 아까도 시간에 대해 계속 말했잖아요. 어떻게 하면 이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제가 29살이거든요 20대 마지막 끝물이란 말이에요. 마지막 정점을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들어요. 사실 부모님도 걱정을 되게 많이 하시거든요. 뭐 해먹고 살 거니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고 있니 계속 물어보시는데 그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할 수 없어요. 답변이 없어서 애매모호 한 것 같아요. 부모님을 설득하기에도 그렇고요. 의문이 되게 많이 들어요. 과연 이게 날 위한 시간일까 값질까.”  



“요새 뭘 하고 싶은 게 있으세요?”

“요새요? 제가 뭘 하든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12월 말에 퇴사를 했어요. 이제 2달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특히 대한민국 남자로서 어디에 소속되었다는 것이 되게 중요하더라고요. 소속감 더 나아가서 내가 어딘가 쓸모가 있어지고 싶다. 가치 있는 사람일까. 그래서 계속 쓸모 있는 삶을 살고 싶은데요. 그렇다고 섣불리 아르바이트 같은 일을 시작할 수는 없더라고요. 신중하고 싶어요. 쓸모 있는 삶은 많지만요. 무언가 참 그냥 그래요.”      



“퇴사했다고 했잖아요. 퇴사는 왜 했어요?”

“일단은 첫 직장이에요. 하루하루가 사실 너무 괴로웠어요. 물론 좋은 연봉이나 좋은 근무여건 다 좋았어요. 누군가 부러워할 만큼이요. 그런데 그게 얼마 안 가더라고요. 저는 사실 하루하루가 곤욕이었거든요. 이게 진짜 대한민국 직장인이구나. 직장인은 원래 그런 건가. 톱니바퀴 같은. 그게 너무 싫더라고요. 지루하기도 하고요. 내 20년 30년 그 이후를 봤을 때 과연 이 일이 제 삶에 가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입사하고 한 달 후부터 계속 생각하게 됐어요. 매번 출근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퇴사 이후 계획은 있었어요?”

“그 계획은 거창하죠. 누구나 퇴사하면 거창하겠죠. 그런데 사실 그 계획이 뚜렷한 계획을 가지고 나온 건 아니라서요. 사실 제가 3가지 목표를 가지고 나왔거든요. 첫 번째는 20대의 마지막 가장 멋진 1년을 만들어보자. 두 번째는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은 뭘까. 그 다음에 세 번째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저처럼 잘못된 길을 걷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주변에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얘기하거든요. 잘 선택해라, 무조건 대기업만이 행복은 아니다. 막상 들어가면 힘들어질 거다.”  



“그런데 조금 전에 잘못된 길이라고 말했잖아요. 그게 왜 잘못된 길이에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미디어 쪽이었거든요. 제가 경력을 쌓아온 것도 봐오면 미디어 쪽이거든요. 그만큼 계속 좋아하던 일이라서 그런 쪽으로 나아가려고 했던 것 아닐까요. 그런데 제대하고 나서 주변에서 하도 다 취업하다 보니까 조급함을 가지고 인생의 목표나 계획 없이 생각 없이 모든 기업에 지원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것 있잖아요. 나는 이 기업에 들어가고 싶다 이런 직무를 꼭 하고 싶다 이런 의식조차 없었어요. 전공에 맞춰서 날 뽑아주는 기업이 있을까 싶어서 지원을 하고 뽑아주니까 그럼 거기서 열심히 지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게 안 좋은 것 같아요. 목적 없이 지낸다는 게요. 지금도 물론 삶의 목적을 찾아 헤매고 있지만요.”   



“음, 좋아하는 일들 들어볼 수 있을까요? 나열해 볼까요?”

“노는 것 좋아하고요. 자는 것 좋아하고요. 저는 사람들 만나는 거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 하고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직장 생활 하면서 좋아한다고 생각한 게 뭐냐면요. 남들과 무언가 계속 이야기 하면서 하나씩 발전해 간다는 느낌, 무언가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가는 성취감 그게 없었어요. 저는 경영기획 부서였는데요 어떤 수치를 가지고 경영진을 위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고서 만드는 데 급급했어요. 저는 다음 직장을 구한다고 해도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 같이 회의도 진짜 많이 하고 하나하나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 그런 걸 느껴보고 싶어요.”  



“필요해요. 쉽지도 않지만 또 그런 길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 해볼게요. 옛날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초등학생 이지용은 어땠어요?”

“그때도 지금이랑 똑같았어요. 항상 부모님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발악하는 아이였어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이지용 부럽다’ 그런 말을 듣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었어요.”    



“좋아요. 중학생 이지용은요?”

“중학생 이지용은 음, 어땠을까요. 너무 과거라서. 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냥 마냥 놀았던 것 같아요. 의미도 없고요.”    



“고등학생 이지용은요?”

“항상 공부만 했죠. 남고였거든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열정이란 걸 한 번 느껴봤어요. 그 열정이 뭐냐면요. 방송반에 너무 들어가고 싶은 거예요. 제가 고등학교 때 ‘학교’라는 드라마 시리즈가 유명했거든요. 그래선지 방송반은 선생님 신뢰를 받고 엘리트가 모여 있는 집단이라는 생각을 하고 이틀 밤 세면서 지원서를 작성하고 면접도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만큼 열심히 한 만큼 보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1등으로 합격했거든요. 참 웃기죠. 그때 정말 열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계속 학교 도서관 학교 도서관 누구나 모든 고등학생이 고민하는 것처럼 어느 대학을 갈까. 그런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과거 떠올려보면 가끔 재미있어요. 이제 대학생이 됐어요. 대학생 이지용은요?”

“가만히 있질 못 했죠. 진짜 그 스무 살이라는 젊은 특권을 누려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진짜 다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요. 술도 많이 마시고요. 그때 제가 07학번이거든요. 그때 항상 대외활동이라는 어떤 뿌리가 생겨날 때예요. 그때 대외활동도 많이 했는데요. 그 활동도 주로 미디어 쪽이었어요. 동영상 만들고 편집하고 그런 활동을 했어요. 대학교 때도 참 얍삽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왜냐면요. 제가 술에 취해본 적이 없거든요. 저도 술 취하고 싶고 길거리에서 자보고 싶고 그런 추억 만들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뭔가 해보고 싶은 건 많았는데 해보지 못 한 게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서 그냥 하루하루를 살았던 것 같아요. 그때도 참 생각 없이 놀았던 것 같아요. 목적 없이요.”     



“나쁜 건 아니에요. 왜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생각해봤는데요. 초등학생 때부터 어느 대학 어느 학과 이게 목적이 아니라요. 삶의 방향을 정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있었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초등학생 그때부터 그런 마음을 가지긴 힘들지만요. 뒤늦게 헤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전 뒤늦게 헤매고 있는 거잖아요. 너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요.”    



“대학 졸업하고는 바로 취직했어요?”

“저 ROTC 과정을 밟아서요. 12년에 졸업하고 그리고 2년 4개월 군 생활 하고요. 제대하고 나서 3-4개월 취업 준비 하다가 한미약품에 입사하게 됐어요.”

“아, 저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제가 대학교 때 제 좌우명이 ‘될 아이’거든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가지고 다녔던 닉네임인데요. 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만약 길바닥에서 넘어지게 됐어요. 아, 제가 넘어진 이유는 내가 그 앞에서 사고가 안 나게 하려고 신이 그 앞에서 넘어지게 한 거구나 같이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거든요. 그런데 2009년도에 코엑스에서 어떤 유학 박람회가 열렸어요. 전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 당시에 친구랑 뭐 재밌는 게 있을까 하다가 가보게 됐는데요. 거기서 경품 행사에서 1등 당첨이 된 거예요. 1등 당첨 내용이 호주 어학연수 왕복 항공권 하고 비즈니스 어학연수 수업료 20주 지원 받게 되는 거였어요. 그때 ROTC가 휴학이 안 됐어요. 어쩌면 거저 들어온 복이잖아요. 가보기로 했죠. 휴학이 안 된다고 했는데 담당하는 훈육관에게 빌었죠. 가보고 싶다 안 되겠냐 했어요. 그때 때마침 10년도에 휴학이 가능하다는 지침 같은 게 나왔어요. 그래서 가게 된 거예요. 아쉬운 건 ROTC가 기수제예요. 제가 호주 다녀와서 다음에 복학하면 후배 기수랑 다니게 돼서 그 문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뭐 그래도 호주에 갔는데 재밌었어요. 다만 여행이랑 사는 건 다르더라고요. 호주 오페라하우스가 유명하잖아요. 제가 그 주변에 살았는데요. 학교 끝나면 알바를 했어요. 돌아오는 길에 오페라하우스를 항상 지나왔거든요. 계속 다니니까 감흥이 없더라고요. 서울 같더라고요. 그래서 느꼈죠. 특별한 건 없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구나 평범하구나 느끼게 됐어요. 그때가 가장 후회가 되기도 해요.”  



“왜요?”

“어떻게 보면 큰 운이 들어온 거잖아요. 당첨이 돼서요. 뒤돌아보면 호주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려고 노력하기보다 그때도 학교 다니고 알바하고 한국 생활하고 다르게 지내지 않았거든요. 단지 공간의 차이라고 할까요. 많이 즐기지 못 하고 온 것을 후회하고 있어요. 과연 그 시간을 값지게 보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호주 여행은 못 했어요 정작. 정작 뉴질랜드 한 바퀴를 돌고 귀국을 했죠. 그렇게 ROTC 생활을 하고 여기까지 왔어요. 조금 두서가 없죠."  



“말투 다 그대로 기록할 거예요. 읽어보면 재밌을 거예요. 앞으로는 어떨 것 같아요?”

“사실 기대되기도 하는데요. 기대된다는 말은 사실 남들에게 위안을 받기 위한 말이고요. 솔직히 말하면 불안해요. 제가 요즘 시간이 너무 많아서 책을 항상 많이 읽고 있거든요.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그 책이 정말 제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책에 보면 평범해질 용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퇴사한 이유도 어떻게 보면 남들과 다르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서 나온 건데요. 굳이 특별함을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사실 남들처럼 사는 것도 무능력한 건 아니거든요. 열심히 살아가는 최선의 모습이 평범함 아닐까 생각을 해요. 특별한 건 뭘까요?”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조금씩 다른 것 아닐까요. 혹시 버킷리스트 같은 거 있어요?”

“저요? 버킷리스트 작성은 안 했어요. 저는 그냥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루하루를 즐기면서요. 제가 걱정이 너무 많거든요. 행복하게 사는 것. 농사도 짓고 싶어요. 농사 하면서 자급자족 하면서 지내고도 싶고요.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라서 이런 생각도 하는 것 같아요.”    



“여자친구 있다고 했지만 이상형은 어떻게 돼요?”

“저랑 같이 살아줄 여자요. 그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요.”  



“결혼은 하고 싶어요?”

“결혼이요? 하고 싶어요. 직장 다닐 때만큼은 서른 셋 넷에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막상 퇴사하고 나니까 무언가 수입이 조금 있으면 내년이라도 당장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 수 있죠. 어떤 결혼을 하고 싶어요?”

“그냥 소박한 결혼이요. 제가 과연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여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과연 아빠로서 자격이 있을까 생각해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거든요. 주변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친구들이 많은데요. 가끔 웃겨요. 경찰이 있기도 한데요. 경찰이 있으면 대단한 것 같은데 제 친구가 경찰이라고 생각하면 그 친구가 하나의 사회적 질서를 만들어간다는 게 신기한 것 같아요. 참 두서 없네요. 말을 잘 못 하나 봐요.”  

“지금 잘하고 있어요. 이런 말 들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어요. 혹시 죽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생각 많이 해봤죠. 전 어렸을 때는 정말 무서웠거든요. 죽으면 어떻게 하고요.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혼자 자고 있는데 죽는 걸 생각하니까 잠이 안 오는 거예요. 기도도 했어요. 저 오래 살게 해주세요 하고요. 요새는 죽음에 대해 담담해졌어요. 그런데 아직 죽기는 싫어요. 제가 아직 이룬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죽으면 어떻게 돼요?”

“그러게요.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죽고 싶으세요?”

“아주 편하게 죽고 싶죠 당연히. 자다가.”  



“문득 고마운 사람 떠오르는 분 있어요?”

“고마운 사람이요? 저는 무엇보다도 부모님과 제 누나가 가장 고마운 사람인 것 같아요.”  



“왜요?”

“절 이렇게 키워주고 낳아주셨잖아요. 그리고 누나 같은 경우에는요. 엄청 친한 친구한테도 말 못 하는 고민들을 많이 늘어놓거든요. 뭔가 솔루션을 제시하기보다 항상 응원해준 것 같아요. 가장 고마운 것 하나는요. 제가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응원해주신 거요. 그래, 한 번 살아봐라 하고요. 물론 뼈있는 소리셨을 수도 있지만요. 무조건 반대를 안 하셨거든요. 그게 참 고마웠어요.”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 옛날에는 ‘될 아이’라는 닉네임이 있었잖아요. 항상 잘한다 잘하고 있어 그랬거든요. 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무언가 다 이유가 있을 거야 그랬거든요. 요즘은 그런데 조금 몰아세우고 싶어요. 너무 나태해진 것 같아요. 무언가 너무 잘한다 잘한다에 너무 익숙한 것 같아요. 제가 사실 퇴사하고 나서 직장에 들어가지 말아야지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지 하고 나왔는데요. 어느 날 다시 채용공고를 찾고 있더라고요. 자기소개서를 써야겠고 이력서를 써야겠고. 그때 제가 하고 싶은 업무가 하나 떴거든요. 미디어기획 쪽이요. 썼죠. 우연찮게 최종 면접까지 갔어요. 처음 1차 면접에서는 제가 제일 연장자더라고요. 그래서 위화감이 들었어요.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연찮게 갔던 최종 면접에서는 모두 제 나이와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안도감을 가지고 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나왔거든요. 될 줄 알았어요. 떨어졌어요. 여섯 명이 보고 두 명이 붙는 건데 전 될 줄 알았는데 왜냐면 전 될 아이니까요. 그런데 떨어졌어요. 어쩌면 그 아픔 때문에 또 헤매고 있는 줄 모르겠어요. 또 웃긴 게 제가 무한 긍정이라고 했잖아요.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하잖아요. 또 제가 너무 잘 되면 안 되니까 신이 조정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사실 그렇게 지내는 건 퇴사 목적과 다르잖아요. 또 그곳에서 떨어진 것도 신이 제 방향은 이 길이야 라고 자신감을 주면서 방향을 정해준 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혹시 해주고 싶은 이야기 있어요?”

“힘들 때 고민하지 마. 고민은 결국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더 힘들어. 힘들 때는 그냥 자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그것도 또 하나의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평범해지는 것도 어쩌면 용기니까요. 특별한 건 없으니까. 평범한 사람도 하나의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방향이나 목표를 꼭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것을 이루고 싶다.”  



“혹시 누군가에게 잘 지내고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하고 싶은 이야기 있었어요?”

“잘 못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한테도 제 자신에게 만족 못 하고 있거든요. 어쩌면 과감한 결정을 하고 나온 거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해요. 뭔가 큰 비전이나 꿈이 있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 기대가 많다보니까 전 항상 잘 지낸다고 이야기 하거든요. 그런데 힘든 것 같아요.”  



“조금 전에 보여준 이야기 있잖아요. 간단하게 설명해줄 수 있어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민망한데요. 실험을 하나 준비하고 있는데요. 계속 평범, 특별이란 단어를 주변에서 많이 듣게 되잖아요. 과연 특별한 사람들, TED나 세바시 이런 곳에 보면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위안이 될까요. 사실 힘들 땐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보게 되잖아요. 팟케스트 같은 거 보면 마음심리 연구소 그런 게 있어요. 그런 곳에서 전문가들이 충고를 하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찾고 위안을 받는데 사실 위안이 안 돼요. 왜 주변 사람들이나 친구들에게 이런 고민을 못 털고 나 혼자 이걸 해결하려고 할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경험 많은 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분들이 유명한 분들이 아니더라도 더 좋은 솔루션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명한 분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어요. 평범도 특별한 능력이란 걸 증명하고 싶어요. 그런데 너무 많아요. 그런 거 들어보고 하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전 이런 걸 시도하는 게 특별한 걸 줄 알았거든요. 아, 이런 아이디어가! 이건 너무 흔한 소재더라고요. 비슷한 소재를 발견하고 나서 절망했어요. 그래서 다시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최근 뉴스를 보니까요. 페이스북을 제가 자주 하는데요. 페이스북에서 12주년 친구의 날을 맞아서 조사를 하나 발표했더라고요. 4명 정도만 걸치면 유명한 사람들을 다 알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란 걸 들면서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과연 4단계 거치면 과연 그럴까. 신기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실 지금 처음에 말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와 이 법칙 실험을 같이 해보고 싶어요. 과연 6단계 넘으면 유명한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 있을까요?”



“가능할 것 같아요. 친해지지 못 하더라도 알게 되겠죠.”

“만날 수도 있을까요?”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멋진 사람들이야 너무 멀리서 대단한 걸 찾지 마, 없어.

일상 속 대단한 만남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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