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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Feb 28. 2016

지구를 구하는 사람을 만났다.

지금 속해 있는 사회에서 사실 뭐든지 타협할 수 없어요.

목욕탕 옆 인간극장 166 - 이한규(세종)
2016년 2월 22세종특별자치시 말자싸롱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채용을 진행하고 있었다. 백 서른에서 넷으로 숫자를 줄였을 때 그를 만났다. 불편한 자리에 그를 불렀다. 미안한 마음에 긴 편지를 적어 보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마음에 잔상처럼 그가 남았다. 일을 접었고 다시 만나자고 했다. 세종시 한복판으로 갔다. 미안했고 수줍었는데 만나길 잘했다 생각했다. 밀린 이야기를 긴 시간 돌아서 했다. 막걸리와 맥주를 마시면서 묻기는 처음이었는데 오락가락 해도 괜찮았다. 다시는 만나지 못 할 것 같던 인연을 만났고 걷거나 이야기 했다. 자전거를 탔고 그가 이름을 나열하는 어느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다. 지구를 구하는 사람을 만났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
잘 지내요.”


어떻게 잘 지내요?”
타협할 수 없는 것들과 타협할 수 있는 것들 사이에서 고민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타협할 수 없는 건 뭐예요?”
지금 속해 있는 사회에서 사실 뭐든지 타협할 수 없어요그런데 그 속에서 타협해야 해요그렇지 않고선 사람들이 날 정상으로 보지 않으니까요예를 들면 전 이 옷을 입고 싶지 않은데 이런 옷을 입어야 하고요넥타이를 매야 하고 구두를 신어야 하고요닥터마틴을 신고 일을 하러 갔더니 신기한 신발을 신었다고 하더라고요그게 기본적인 거고요또 윗사람의 지시를 아무 말 없이 따르는 거요어떤 일에는 전략이 있는데 사람들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실적을 기록하는 게 주 업무가 되곤 해요어떤 일을 더 제안하고 싶어도 제게 아무런 이득이 없거나 말해도 듣지도 않을 거고 말할 필요도 없어서 말을 안 하게 되죠전 사실 주어진 일만 하고 월급을 받으면 되고 또 유학을 떠나면 되고 여기 사람들은 자식들을 잘 키우면 되니까요타협할 수 없는 것들과 있는 것들 사이에서 계속 있어요.”


혹시 좋아하는 것들이 어떤 게 있는지 들어볼 수 있어요나열할 수 있을까요?”
전 이사카 코타로를 좋아하고요일본 작가예요그 작가가 수많은 소설을 썼는데요그 소설 속에서 작가가 하는 여러 말이 많이 있겠죠제가 그 소설에서 느낀 방향성은 두 가지예요하나는 나의 글이 세상에 가 닿을 수 있다면나의 글이 한 사람의 삶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또 하나는 인생은 직소퍼즐이라는 거예요모든 삶이 이어져 있잖아요내가 하는 행동이 나비효과처럼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고 또 이어져 있고 바꿀 수도 있다는 거죠제가 글을 시작한 이유가 그였어요글을 쓰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었지만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제 생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은 글을 쓸 때였어요세 명이 그랬어요적어도 세 명은 자신의 삶이 구원받았다고 했거든요그게 아직도 글을 제가 쓰는 이유예요그 사람들 또는 그 자식들이 세계를 구하면 결국 제가 세계를 구한 거잖아요저는 세계를 구하고 싶고 적어도 세 명을 구했어요이사카 코타로의 그 점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또 저는 맥주가 좋아요.”


또 있어요?”
저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좋아요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좋고요젊음이 좋아요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이 좋고요개인적으로 사랑 받는 것이 좋지만 세계는 사랑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요 저는 사랑 받고 싶어요저는 소주가 좋은데 단지 삼겹살과 회가 있을 경우에만 소주가 좋아요육회도 괜찮지만요하지만 그 모든 술과 음식은 함께 하는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결국 살아있는 게 제일 중요하고요사랑도 살아있잖아요.”


오늘 뭐했어요?”
일을 빙자해서 딴짓을 했죠.”


어제는요?”
어제는어제가 일요일이죠여자친구를 만났어요.”


여자친구는 잘 지내요?”
잘 지내요다만 타협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면서 지내는 것 같아요타협하면 쉬운데나도 못 하는데요 뭘그런 것 같아요.”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그게 어렵더라고요속상하죠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우리 아들딸은 그런 고민 안 하는 사회에서 지냈으면 좋겠어요을이 되더라도 행복하면 좋겠어요갑이 되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전 갑으로 살기 싫거든요모든 사람들이 갑이 되길 원하고 갑의 소식만 궁금하고 갑을 옹호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자기는 을인데요.”


맞아요 맞아요주제 바꿔볼까요초등학생 이한규는?”
초등학생이요내가 뭐했지이건 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고등학생 이전에는 생각이 없는 나이였어요이 사회 체계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웠어요대한민국 99% 국민들이 살아가듯이 이게 맞는 거다 하면 그게 맞는 걸 줄 알았고요이게 옳은 거다 하면 그게 옳은 건 줄 알고요사회에 순응하며 살았죠달리기 잘했어요여자친구는 없었어요키가 작았죠.”


중학생 이한규는요?”
초등학교에서 레벨은 올랐지만 진화는 못 했어요그냥 피카츄가 피카츄였어요라이츄가 되지 못 했어요똑같이 학교 끝나면 학원을 다녔고요학원이 끝나면 집에 왔어요아빠는 주말부부엄마는 교사집에 오면 아무도 없었고요저는 식물을 키웠어요지금도 식물을 키워요제가 애정을 주면 대답은 안 해도 잘 커요.”


그럼 고등학생 이한규는요?”
중학교에서 진화한 피카츄여전히 몬스터볼에는 들어가지 못 했지만요야간자율학습을 소화했고 괄호 열고 야간타율학습이라고 하죠절대 자율이 아니지만 그때는 자율인 줄 알았어요제 의지가 뭔지 몰랐으니까요유일하게 이 세대와 이 체제에 반항했던 거라면요제 자리는 항상 교실에서 오른쪽 맨 뒤였어요 출구 옆입구 옆이요늘 제 옆에는 100kg 가량 되는 친구들이 있었거든요그 친구들이 완벽한 방어벽이 되어 줬어요몸집이 좋은 그 친구들이 모든 걸 막아줬어요수업을 듣지 않고 PMP로 메가스터디를 들었어요수업이 끝나는 순간 이미 제 엉덩이의 75% 이상은 의자에서 떨어져있었죠종이 치는 순간부터 계단을 세 개에서 다섯 개씩 건너면서 뛰면서 달렸어요맹세컨데 학기 중에 35% 이상은 제가 전교 1등을 했어요급식실에서요급식실에서 전교 1등으로 먹었어요저랑 같이 밥 먹던 친구들이 천천히 와서 제 옆에 쫙 앉고 다 먹고 나면 결국은 제가 꼴지였지만요제가 먹는 속도가 워낙 느려서요먹는 속도가 제가 엄청 늦었어요성적 말고 급식실 전교 1등이었어요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5개씩 뛰었어요안 넘어진 게 용해요.

그리고 엄마가 항상 저한테 하는 말이 있었어요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고 하면서 하는 말이요제가 중학생 때 엄마가 서예를 했거든요엄마가 국사 선생님이에요오랫동안 교직을 하셨는데요방과 후 활동으로 서예를 가르치셨어요 아이들을그런데 제가 어릴 때는 당신이 서예 학원을 가면서 저를 백화점에 있는 서점에 내려놓고 서예 학원에 갔어요백화점에서 파는 천 원짜리 피자를 사주시곤 했어요그게 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라고 주장을 하시는데요그건 아닌 것 같고요제가 생각하기로 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기록에 대한 병이라고 생각해요고등학교 때 삼백 칠십 몇 권의 판타지 소설을 읽었어요그걸 읽으면서 다 기록을 했거든요전 그게 제 문학적 자산이라고 생각해요야자 시간 때 MP3를 들으면서 몰래 소설을 읽는 거요그때 문학관을 형성했어요그랬어요.”


대학생 이한규는 어땠어요?”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강신주를 인터뷰한 책이 하나 있는데요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자기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독후감 경진대회에 나갔는데 그때 담임선생님에게 인정을 받았데요네 글 정말 좋다그래서 강신주가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을 하더라고요 책에서자기 글쓰기의 원천이 애정결핍이었고 그 애정결핍에 대한 보상을 받았고 누군가 자기 글을 좋아하는 게 자기가 글을 쓰는 이유라고 얘기하더라고요그래서 계속 쓰게 됐다고요저도 그래요전 대학에서 4년 내내 영어로 수업을 들었어요전 영어를 정말 못 했거든요카투사를 가서 했는데 가도 똑같이 힘들었고요정말 힘들었어요그 무렵 어느 순간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거예요당신의 글을 보고 구원을 받았다 꿈을 꾸게 됐다 당신의 글을 보고 일상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하더라고요.”


그게 언제예요그런 반응을 접한 때가요?”
“2009년이에요. 2008년에 대학 입학을 하게 됐는데요물론 지금도 제가 깜냥이 안 된다는 걸 아는데요전 좋아요적어도 몇 명이라도 건드렸으면요.”


대학 졸업 이후에는 어땠어요?”
졸업을 한 게 최근이라서요부침이 있었죠콜롬비아에 갔을 때는 대학 졸업하기 전이긴 했는데요그때 사람들이 인정을 해줬어요그게 어떤 인정인지 몰랐는데 되돌아보면 인간에 대한 존중인 것 같아요그래서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그냥 많은 걸 봤어요그냥 너무 힘들었어요콜롬비아쿠바멕시코 알잖아요 그러니까우리가 언론으로 잘 살지 못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산다는 것에 대해 접했을 때 몇 명이 아프리카에서 아사를 하고 몇 명이 살인으로 죽고 몇 명이 마약으로 죽고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거든요그걸 그곳에서 직접 봤을 때 충격이 컸어요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랬거든요그 사람의 형이 마약으로 죽고 그 사람의 아빠가 마약을 팔고 있고요그냥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배운 삶은 하나인데 내가 외국에서 본 삶은 하나가 아니었거든요한 집에 5가구 10가구 살고요그래서 손에 문신을 새겼거든요그 사람들은 이유가 없어요삶이 있으니까 사는 거예요그래서 그때 살기 위해 산다라고 문신을 새겼어요누군가 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배부른 돼지에 대해 얘기하는데요. 전 현대 사람들이 배부른 소크라테스라고 생각해요. 왜 사는지 몰라요. 당장 내일 뭐 먹을지가 당장 내일 살아남을지가.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들은 몰라요. 그걸 소비하지 않거든요. 중요한 건 시리아에서 죽어가는 사람인데 우리는 아무도 보지 않거든요.”


요즘은 어때요?”
아까 말했던 그 사회와 타협하면서 타협하지 않아도 될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지내요그런 것 같아요저는 이 사회에서 솔직히 말하면 살아갈 생각이 없기 때문에요제가 갑이 되지 않으면 이 사회를 바꿀 수 없는데요전 다른 사람들처럼 아등바등 하면서 누군가를 억누르면서 갑이 되고 싶지 않아요을이 되고 싶은데요이 사회에서는 을로서는 갑이 될 수 없어요그래서 돈을 벌고 있어요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치고 더 많은 것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요.”


앞으로는 어떨까요?”
그러게요앞으로는 어떨까요하나 확실한 건 나는 세상을 사랑하면서 살 거고 그걸로 될 것 같아요. ‘이사카 코타로가 말했던 것처럼.”


혹시라도 지금 가장 본인에게 소중한 건 뭐예요?”
(여자친구). 그래요할 말이 없네요그런데 봄을 소중히 생각하는구나몰랐네오늘 깨달았어요봄이에게 전화해야겠어요.”


왜요?”
한 사람을 100% 이해하는 건 힘들거든요이 친구가 100% 이해한다고 보기 힘들지만 이 상황에서는 이 현재에서는 제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제가 살인을 저질러도 그 사람은 비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그럴만한 이유를 떠올릴 거예요그렇기 때문에.”


혹시 그러면 해보고 싶은 일은 있어요?”
“저는 다 해보고 싶어요.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글에 욕심이 많거든요. 글이라는 게 표현을 하는 거고 표현을 하려면 경험을 해야 해요. 제가 이곳에서 찰리 채플린이 된 것도 콜롬비아에서 조르바가 된 것도 제가 뭘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이 세계에서 모든 것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 친구들에게 제 삶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제 친구들이 정말 재미없이 살거든요. 그러려면 모든 걸 해야 해요. 음 성매매 업소들 앞을 지나간 적도 있어요, 전 하진 않았지만 어떤 곳인지 멀리서라도 보고 싶었어요. 그 사람들의 삶이 궁금했거든요. 도덕적으로 혹은 양심적으로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모든 걸 해보고 싶어요.”


이상형은 어때요?”
이상형이요없어요그냥 같이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


혹시 그럼 결혼에 대한 생각은 있어요?”
솔직히 없어요서른 살까진 아직 없어요결혼 생각은 있는데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성적인 것뿐만 아니라요사람에 대해 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사랑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맞는 게 뭔지 그 사람에게 물러나야 할 게 뭐고 제가 주장해야 할 게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그래야 결혼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랑은 이거다 이거다 철학자들이 뭐라고 하는데 그건 다 개인만 아는 거라고 생각해요. ‘롤랑 바르트랑 알랭 드 보통이 똑같이 말했어요내가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널 사랑하는 내 자신을 사랑하는 거다.’라고 이야기 했어요그것도 그런데 그 사람들 이야기예요사랑이라는 주제 자체가 정의는 정말 다양하다고 생각하고 정의 내리지 못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근본적으로 사랑의 정의를 모두 믿지 않아요음 두 가지 믿는 건 있어요하나는 되르테 쉬퍼라는 독일 저자의 내 생의 마지막 저녁식사라는 책에 나온 내용인데요. ‘맞아이런 잡동사니 하나 깨진 것치약이나 샴푸 마개 하나 잘못 닫은 게 뭐 그리 대수람서로 함께 한다는 건 그런 사소한 일들을 초월하는 거야.’라는 문장이에요그게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얘기인데요우리는 그런 걸로 싸우거든요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어가는 할아버지가 하는 말이에요우리 사랑은 그런 사소한 게 아니에요.

라이너 마르아 릴케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에서 한 말인데요내용은 잘 기억 안 나는데 주제는 이랬어요사랑이라는 게 한 사람의 세계와 한 사람의 세계가 만나는 건데요두 세계가 마주섰을 때 상대방의 세계를 필요로 하지 않음에도 필요로 할 때 사랑이라고 생각한대요사랑을 하려면 내 자신이 서야 한다고 생각해요상대방의 세계가 기울어져 있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결핍을 채우려는 거니까요

사람을 쓰다라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5명이 2012년 시작해서 인터뷰를 하고 녹취도 하고 동영상도 찍고 그랬어요각계각층에 있는 직업군을 만나 이야기 듣는 거였어요그걸 하려는 이유가 사람들에게 왜 살아요?’라고 물어볼 수 없잖아요그런데 인터뷰라는 걸 깔면 그 이야기를 물어볼 수 있는 거예요행복했어요그 사람에 대해서 평소였으면 안 물어봤을 주제에 대해서 인터뷰라는 자리를 빌려 물어보고요몇 건은 오마이뉴스에 싣기도 하고요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거요.”


저도 좋더라고요지칠 때 제 대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면서 제가 지친 걸 일으켜 세워줄 때가 있어요제가 잘 지내고 있냐고 물어보면서 제가 회복하는 거죠사람들이 그래요 거지같다.’면서 잘 지내려고 한다.’ 이야기를 하더라고요이유를 모르게 기분이 좋고 기운이 나더라고요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 다음 날에 전날보다 지낼만하더라고요아아그리고 혹시 지금 문득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이 있나요?”
독일어 교수님이 생각나요제가 시민대학 그런 곳에서 하는 독일어 수업을 들었는데요수업 첫 시간에 자신은 사회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이 강의를 이제 맡지 않겠다고 하는 분은 많지 않잖아요. 20대도 아니고 30대도 아니고 40대도 아니고 50대인데도 소신을 저버리기 않는 건 쉽지 않거든요그때 그것도 정치적인 함의가 없지 않거든요자신은 그곳이 교육의 장이 되길 바라는데 그곳에 정치가 개입되는 걸 바라지 않았거든요여긴 민주주의가 아니라면서 강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거든요그리고 그 수업은 폐강됐어요제가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던 말이 교수님의 그 말씀이 하신 말에서 조금은 영향을 받지 았았나 생각해요.”


죽는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원초적인 두려움이죠죽음이라는 것은 종교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고요저 자신은 그냥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그래서 더더욱 반대급부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몸이 너무 허약해서 어릴 때 그런 고비가 조금 있었거든요백혈병이라고 잘못 진단을 하기도 하고 전신 마취를 하기도 하고요죽지 않고 존재하는 것에 감사하기도 하죠.”


어떻게 죽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 손을 잡고 죽고 싶어요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는 제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아무 이유 없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그런 사람이 저를 사랑한다고 생각해요한 마디로 세상 끝까지 제가 밀려나도 제 뒤에 서있을 것 같은 거죠한편으로는 미스터 노바디처럼 제 삶이 끝나면 좋을 것 같아요그 영화에서 주인공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빠빠빠빠 하면서 달려가거든요 웃으면서그렇게 제가 죽으면 좋겠네요.”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전 손에 두 개의 문신이 있는데요그 중 하나가 비비르바라 비비르라는 스페인어. ‘살기 위해 산다는 스페인어예요사람들이 너는 왜 사냐고 하면요저는 그냥 나한테 삶이 주어져서 살기 위해서 산다고 하거든요최근 들어서 하나 더 문신을 새기면 만약 하고 싶은 말이 타협하지 말자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이게 세 번째가 될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요?”
음 충고 같이 들릴지 모르지만요우리가 단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너무 쉽게 사색하지 않고 검색을 하고 그것을 지식인양 믿어버리고 하나하나 단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그냥 어떤 사실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한 번을 더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한 번 서보고 우리 모두 단정하지 말자.’라고 하고 싶네요그리고 서로 사랑합시다.”


우리는 어떤 일상을 살아야 할까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구절이 하나 있는데요. ‘김화영이라는 그 작가의 말을 제가 제일 좋아하거든요그게 뭐냐면요이런 말을 해요살아있다는 그 단순한 놀라움과 존재한다는 그 황홀함에 취하여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제일 힘든 거지만요.


누가 잘 지내고 있어요하고 물어보면 어떻게 말하고 싶어요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저는 누가 어떤 사람을 생각해서 그걸 물어보면 그 사람이 누군지는 저 혼자 생각하지만요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요저는 지구를 구하고 있습니다오글거리지만요.”


더 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요?”
그냥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그냥 음 사랑에 대해서도 삶에 대해서도 저도 활자 중독이라 책을 엄청 열심히 읽으면서 작가들이 어떻게 씨부리고 끄적이든 이게 사랑인가 삶인가 생각해봤는데 그 살아본 삶과 살아본 사랑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어른들도 그들이 해왔던 것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정답은 자기 자신이 만드는 거고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해요우리 모두 자기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그 삶이 무엇이든요지구를 구하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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