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못할 말 - 시, 달아오르기만 하는 인생의 한숨 돌리기
창문을 뒤흔드는 소리에 고개를 들다
눈앞이 아찔할 정도로 내리는 비
바닥에 튀긴 비가 안개가 되고
길 한쪽의 가로수도 비 사이로 숨어들었다
모두가 사라진 그 길 위로 누군가 뛰는 듯 서두르는 발소리만 가득
나른한 오후가 그 발소리를 따라 사라지고
출근도, 퇴근도, 내 걱정들도 따라가 버렸다
피리 부는 사내인 양 시선을 끄는 그 비
금방 떠날 것을 알기에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처마 밑에 모인 사람들 모두 그 안개 속만 바라본다
시원하게 부는 그 피리 소리를 따라 하나 둘,
오늘을, 내일을, 그리고 어제를 향해 걷는다
바쁘게 달아오른 하루를 식히는
세상이 주는 시원한 휴식,
모두에게서 나를 가려주는 잠깐의 공백
이 순간,
세상에 드리워진 거대한 무대막에 숨어
나 대신 거친 호흡을 내뱉는 빗소리를 따라
홀린 듯 꿈을 향해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