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못할 말 - 시, 퇴사 이후 내 이력은 한 줄로 요약되었다
초록에서 초록으로
이별이 발생한다
이토록 신랄하고 적나라하지 않으면
이별은 이별이 아니다
오늘 여기 입하1)
지금 여기 이렇게 눈부시다
지내 온 날은 내 낯에 스며들었지만
봄이 되고
그 따뜻한 꽃이 피기 전에서야
내가 선 곳은 입하의 볕이 들지 않게 될 것을 알았다
한 발 밖에서 화려한 꽃을 보기 힘들어
툭,
십 년을 놓아버렸다
내게서 떨어진 십 년은 그저 한 줄의 글
입학, 졸업, 입사, 퇴사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행간 사이에 숨은,
내 낯에 스며든 시간들, 그저 내게 남아
나이테로 주름져 있는,
길을 걷는 문장들 사이
아무도 열어보지 않아
옹이 진 나이테를 숨긴 이들 사이
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눈 깜박할 사이 변하는 것,
그것이 입하,
툭,
1)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봄날 입하」. 문학동네. 2014.
내게 남겨진 것은 오래되어 늘어지고 냄새나는 나이테. 그 행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