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란을 왜? (2)

석유가 멈추면 중국도 멈춘다

by 고장 난 배터리

러시아가 미국의 다음 타깃일까?

러시아가 사사건건 미국에 위협이 되는 나라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직 러시아를 논하기엔 좀 이르다.

미국은 그전에 중국부터 손봐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중국견제다.

제국의 역사에서 언제나 기존의 강국은 새로운 다크호스에 의해 멸망당했다.

그리고 언제나 기존의 제국은 새로운 다크호스를 견제할 만한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그들을 무시하다가 실기하곤 했다.

대영제국 때까지는 말이다.


지금 제국이라 할 만한 나라는 오직 미국뿐이다.

미국은 이전의 제국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방심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미국은 힘이 셀뿐만 아니라 치밀함과 용의주도함까지 갖춘 빈틈없는 제국이다.


스페인은 영국을 무시하다가 무적함대가 대패하면서 영국에게 패권을 넘겼다.

영국은 미국을 자신의 속국 혹은 아류 정도로 생각하다가 미국에 패권을 빼앗겼다.

근대 이전의 모든 제국들도 같은 길을 걸었다.

자신들은 영원할 거란 착각, 자신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거란 교만, 저 새로운 국가가 자신들을 위협하려면 아직 천 년은 멀었다는 오산.

그래서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제국의 역사는 100년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은 제국이 100년을 넘기지 못한 이유를 분석했고, 과거의 역사를 모두 학습했다.

최근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브리지 워터의 레이 달리오가 제국의 흥망성쇠에 관한 리포트를 발간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을 만큼 미국의 엘리트들은 제국의 수명을 늘리는 일에 진심이다.


이게 미국이 그 이전의 제국들과 다른 점이다.

정부 관계자도 아닌 일개 투자자가-물론 ‘일개’라는 말을 붙이기엔 운용하는 자금이 막대하긴 하다-제국의 역사를 분석하고, 또한 그것이 많은 미국인들의 관심을 받는 것을 보면 확실히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금 제국의 수명을 끝내기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자신들의 패권을 더 연장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그리고 지금 트럼프가 하는 괴상한 행동들은 모두 패권을 연장하기 위해 기울이는 미국의 노력이다.

미국은 중국의 발흥을 눈 감아 줄 생각이 없다.

자칫 중국의 발전을 가만 두었다간 자신이 과거의 영국, 그 이전의 스페인 꼴이 날지도 모른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중국 이전에는 일본이 있었다.

감히 미국의 본토를 공격한 유일무이한 국가.

80년대 말, 그들은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7개를 자신들의 기업으로 채워 넣었다.

무려 7개다.


image.png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에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일본은 이때 처음 ‘우리도 미국 이길 수 있는 거 아니야?’라며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일어서는 일본을 다시 주저앉힌 건 플라자 합의였다.

미국은 2년 만에 일본 엔화의 가치를 2배로 만들며 일본의 수출을 박살내고 말았고, 그 덕분에 틈새를 공략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존에 일본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던 수출 파이를 가져올 수 있었다.

덕분에 삼성, 금성(LG의 전신), 현대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플라자 합의는 미국이 자신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일본을 손봤던 사건이지만 우리나라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이제는 중국이 80년대 일본의 위치에 섰다.

그들은 사사건건 미국을 라이벌로 인식하며 공개적으로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현재의 중국을 설계한 중국 공산당의 정신적 지주인 등소평이 자신의 사후 100년 동안은 절대 미국에 대항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시진핑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이것이 그들에겐 가장 큰 실수였다.

중국의 섣부른 도전은 방심하고 있던 미국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이 언제나 말을 잘 들을 거라 생각했던 미국의 정치인들은 중국의 행동을 보고 비로소 깨달았다.


‘아, 이제 중국을 손 볼 차례구나.’


앞서 말했듯 미국의 단기적인 목표는 2026년 3월 혹은 4월에 있을 미중정상회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아마도 중국의 지속적인 미 국채 매도, 점차 심화되는 AI 경쟁, 저렴한 중국산 제품의 공급, 희토류 자원의 무기화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은 베네수엘리와 이란을 공격하며 한 가지 논제를 더 추가하기로 한다.

바로 에너지 문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다.

공장을 돌리고,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데 에너지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일론 머스크는 말했다.

미래에는 화폐가 사라지고 어떤 형태로든 에너지가 화폐를 대체하게 될 거라고.


비록 상상력에 기반한 픽션이지만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살아있는 배터리가 된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많은 경우에 상상과 현실은 고작 백지장 한 장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렇듯 현실의 천재도, 상상 속 미래도 모두 말하고 있다.

미래의 가치는 오직 에너지에 달려있다고.


중국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식량 또 하나는 에너지다.

어느 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지금 당장 미국이 중국이 수입하는 식량의 무역로를 막는다면 몇 개월 내 중국인 수억 명이 아사할 거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미국도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생각하면 쉽사리 식량을 막는 초강수를 둘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에너지를 막는 것이다.

사실상 에너지를 막는 건 기계들에게 식량을 못 먹게 하는 것과 같지만 인간을 굶어 죽이는 것에 비하면 훨씬 부담 없는 선택이다.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는 중국에게 싼 값에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대표적인 국가들이었다.

그리고 미국은 이들 가운데 두 곳을 전격적으로 공격했다.

미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도 석유매장량 10위권의 국가들은 아직 6개나 남았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미국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설령 친미는 아니더라도 미국이 미친 짓을 하면 알아서 고개를 숙일 나라들이니까.


심지어 그들 중에서도 가장 윗선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미끼로 미국이 이미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이렇듯 미국은 에너지를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를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중에서도 더 주요한 타깃은 당연히 중국이다.


안 그래도 중국 서열 2위인 장유샤 숙청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을 시진핑이 이란의 폭격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 4월에 트럼프 만나서 고개를 숙여야 하나?’


중국의 자존심을 생각했을 때 그럴 일은 없다.

중요한 건 미국이 무엇을 원하고 중국이 무엇을 원하는가다.

미국은 철저히 실리를 원한다.

중국은 제 코가 석 자라 인민들에게 내놓을 명분만 가져도 충분하다.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실리는 내주고 체면을 챙긴 사례들이 넘쳐난다.

황제라는 존재는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절대 내부적으로는 체면을 구겨서는 안 된다.

권위는 황제의 상징이고, 권위 없는 황제는 더 이상 황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공산당 내부 권력이 흔들리는지 아닌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점점 목이 죄어오는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미국과 척을 질 수만은 없을 거란 점이다.


과연 4월의 미중정상회담은 어떻게 진행될까?

거기서 미국과 중국은 서로 어떤 것을 취할까?

미래를 알 수 없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지금 중국에게 있어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피격은 속이 타들어갈 만한 소식이라는 거.




일상 속 짧은 영감들은 https://www.instagram.com/battery_note에서 더 자주 나누고 있습니다.

팔로우하고 소통해요!

매거진의 이전글미국은 이란을 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