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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남순 Feb 21. 2024

하나보다 둘이 낫다.

오늘 아침은 몹시 분주하였다. 아침 5시 40분에 일어나서 6시에 시작하는 책 읽기를 하고 바로 이어 7시 책읽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이라고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것 같다. 연이어 2개의 책을 읽는 것이 생각보다는 벅차다. 30분 윤독을 끝내고 기다리고 있던 남편과 운동을 나갔다. 약 3천보 조금 넘게 걷는 약식 운동이다. 곁에서 동행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 정도의 운동이라도 지속하고 있다. 혼자서는 왜 그리 마음 내기가 어려운지. 5월 3번째주 들어 이곳은 모내기를 시작한다. 굳어 있던 논에 물을 담아 땅을 불린 뒤 모내기를 앞 두고  논을 쓸고 가는 기계소리로 들은 소란했다. 소가 끄는 쟁기로 하던 일이었다. 쓰레를 단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마다 새(백로)들이 하얗게 날아들곤 했다. 무슨 연유인지 올 해는 그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나야 논농사가 없어 논일은 하지 않지만 혼자서 밭일을 하다보면 시간이 더딘날이 많다. 바람소리 새소리가 친구삼아 준다고는 해도 사람만한 벗이 없다. 작물을 심을 때 혼자 하는 것보다 옆에서 물이라도 부어 주는 일손이 하나만 더 있어도 일이 한결 수월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덧 일이 끝나 있다. 혼자서 일을 할 때면 자주 무리를 한다. 일이 끝나고는 근육통으로 며칠을 고생을 했다. 일머리도 없고 요령도 없기 때문이다. 옆에서 ' 좀 쉬자' 거나 '물 한잔 하자'며 챙기는 눈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일 할 때 손 잰 사람도 있어야 하고 눈치 빠른 사람도 있어야 한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좀 둔감한 나로서는 눈치 빠른 사람이 더 좋다.


아침부터 트랙터 소리가 요란하다. 잘 쓸어 매끈해진 놓은 논에 모를 심고 있다. 멀리서 걸어오는 우리 부부를 보고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둘째 아이의 동창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보았던 아이는 훌쩍 자라서 청년이 되었다. 바람부는데 왜 나오셨냐며 살갑게 인사를 한다. 아버지를 도와 모를 심는 중이라고 했다.

논둑에 모판이 길게 줄 서 있다. 모는 트랙터가 심지만 기계에 모판을 얹어주는 일은 사람손이 한다. 아버지는 기계를 몰고 아들은 떨어진 모판을 보충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훌쩍 자란 아들이라서 옆에서 돕고 있으니 일 하는 아버지는 고단함을 잊을 것이다.


농촌에서 가장 바쁜 시기는 모를 심는 이즈음과 수확을 하는 가을철이다. 이 시기가 되면 들에 나온 아저씨들의 표정이 밝다. 입꼬리도 씰룩대고 어깨도 한뼘 올라가 있다. 길을 가다 만나도 평소에는 고개짓만 하던 아저씨들도 '박사장' 하고 친근하게 부르며 말을 붙인다. 동네에 이사온 뒤 부터 사람들은 남편을 그렇게 부르고 있다. 딱히 할 말이 있어 부르는 것은 아니다. 일손을 도우러 내려온 아들은 아버지의 눈짓을 받고서야 어색한 표정으로 까딱 고개짓을 했다. 아버지는 아들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 아들이 사회적으로 성공을 든 그렇지 않든 중요치 않이 보였다. 아버지는 옆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지금 이 자식이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좋은 것이다. 무언으로 건네는 아저씨의 아들 자랑이다. 남편은 논둑에 놓은 모판을 들어 아들 손에 옮겨 주었고는 돌아섰다. 구경 하는 사람도 그 풍경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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