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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남순 Mar 28. 2024

그녀는 예뻤다.

게스트가 주인이 되는 시간

    

예약 손님들이 하나둘씩 입실을 시작하면서 조용했던 배꽃집에 새로운 활기로 채워진다. 손님이 많은 날은 주말이다. 주중에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이 새로운 추억을 기대하며 또는 휴식을 하기 위해, 혹은 각자의  목적으로  배꽃집에 들어온다. 

펜션이나 모텔 호텔만이 선택지였던 여행자들에게 게스트하우스는 여러 의미에서 새로운 여행자들의 숙소가 되었다. 기존 숙박지와 달리 게스트하우스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일인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지방의 소도시가 관광지로 활성화되면서 게스트하우스는 빠르게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숙박지가 되었다. 

다른 숙박지와 달리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숙박하는 사람들끼리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성세대에게는 모르는 타인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낯설고 불편한 것일 될 수도 있겠으나 SNS에서 익명의 사람들과 교류의 경험을 쌓은 요즘 세대들에게 게스트하우스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숙박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공간이 되었다.     


주말 배꽃집에 온 대부분들은 이곳을 첫 방문한 사람들이다. SNS에 익숙한 그들이지만 오픈 공간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그들에게도 처음에는 쑥스럽다. 방황하던 그들의 눈이 고양이 가을이를 발견한다. 그들에게 고양이는 친숙하고 안전하고 생물이다. 가을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도 않을뿐더러 턱과 등을 만지는 낯선 손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손님들은 가을이와 교감을 나누면서 점차 안정되어 간다. 호스트인 내가 해야 할 역할을 가을이가 대신해 주기 때문에 나는 안심하고 다른 일들을 할 수가 있다. 가을이는 배꽃집의 또 한 명의 호스트인 셈이다. 

    

손님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어색함을 풀어내고 있을 때 한 명의 여자 손님이 입실을 했다. 모든 게스트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을 만큼 예뻤다. 우리나라 모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이라고 했다. 그녀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낯가림도 없었다. 금 새 남자 손님들을 오빠라 부르며 친숙하게 대했다. 

그 사이 바비큐 준비가 되었고 사람들은 테이블이 준비된 앞마당에 모였다.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것을 알아채는 것 같지는 않았다.  

   

고기를 굽고 술잔이 돌았다. 모두들 흥겨운 분위기로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 주변에서 유독 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유학생인 그녀는 한국말이 유창하지는 않았다. 아직 우리말이 능숙하지 않아 아이처럼 발음이 부정확했고 하는 말도 단문이었다. 정확하지 않은 발음과 단문의 문장들 때문에 그녀가 더 귀여워 보였다. 그녀는 여러 사람들을 챙기며 분위기를 끌어낼 줄 아는 재능이 있었다. 

    

게스트들이 함께 모이는 저녁시간은 호스트의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게스트들의 시간이다.  게스트로 어떤 사람이 참여했느냐에 따라서 매번 분위기가 달라진다. 배꽃집 단골 중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버스킹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앨범을 낸 사람도 있었다. 버스킹 하는 게스트의 멤버는 세 명이다. 기타를 치는 사람과 젬베를 치는 사람, 그리고 보컬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이 오는 날이면 나는 게스트들에게 “오늘 계 탄 날 이라며 기대하라”는 예고를 한다. 노래 잘하는 그들이 있는 날은 확실히 자리가 흥겹다. 술자리가 무리 익고 목소리가 높아질 때에 이르면 이미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대부분의 게스트들은 흥이 올라있다. 동쪽 하늘에서 솟아오른 별이 배꽃집 지붕에 다다를 시각이면 그들은 차에서 악기를 꺼내고 노래를 시작한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로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흥이 오른 그들은 버스킹 팀들이 연주하는 악기에 맞춰 떼창을 한다. 떼창으로 즐겨 부르는 정해져 있다. 김광석의 노래다.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와 같은 노래들이다. 

앨범을 냈던 사람은 3일을 배꽃집에서 묵었을 때도 그랬다. 비가 내리는 이틀 동안 배꽃집에서는 빗소리와 함께 작은 콘서트가 열렸고, 마지막 3일째 되던 주말에는 테이블을 꽉 채운 게스트들과 함께 그날 밤은 ‘한여름밤의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할 만큼 열기로 가득했다.

게스트들은 ‘제대로 귀 호강 한 날’이라며 거의 밤을 새웠다.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기부해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게스트하우스는 많은 사람들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갖는 공간이 된다.   

  

그날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중국여학생을 중심으로 남녀 모든 게스트들의 술잔이 자주 허공에서 춤을 추었고 흥이 오른 목소리들이 교차했고 웃음소리가 높았다. 

그날 왔던 손님 중에는 1년 전 배꽃집을 촬영했던 유투버도 있었는데, 직업적 목적으로 방문했던 그는 스스로를 자제하려 했다. 그날 참석자들 중에서는 나이가 조금 많은 형님이기도 했고 또 프로로서의 이미지를 견지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잘 유지하던 그를 막판에 취하게 만든 사람이 중국유학생이었다.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그도 마침내 그녀의 애교에 굴복당한 것이다.  

   

박진영의 노래에서 튀어나온 것 같던 ‘그녀’    

 

그녀는 너무 예뻤어 하늘에서 온 천사였어

그녀를 난 사랑 했어 우리들은 행복했어~~   

  

남녀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 즐거운 시간을 이끌던 그녀는,

그날의 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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