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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남순 Jun 25. 2024

호박꽃과 벌

24년 6월 25일, 화요일 

호박꽃이 피면 텃밭이 환해진다. 샛노랗고 커다란 호박꽃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 호박을 두고 누가 못났다 했을까? 자세히 호박꽃을 본 적 없는 사람이 분명하다.


꽃이 벌에게 꿀을 줄까?


어릴 때 꿀꽃을 따서 빨아먹던 기억이 있다. 꿀꽃은 달콤한 꿀맛이 났다. 샐비어꽃도 꿀맛이 났다. 그래서 벌꿀은 꽃에게 받은 꿀이라고 믿었다. 

이런 동화적 상상력이 와장창 깨지는 현장을 보게 되었다. 활짝 핀 호박꽃 영상을 찍고 있을 때였다. 작은 벌 한 마리가 날아왔다. 벌은 호박꽃 속에서 날개를 접고, 기둥처럼 생긴 수술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긁어서 모았다. 벌이 모은 것이 꿀이 아니라 꽃가루라는 것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벌은 수술에 붙은 꽃가루뿐 아니라 떨어진 꽃가루까지 알뜰하게 모아 배에 척척 붙였다. 벌의 배에는 보이지 않는 주머니 같은 것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오랫동안 쉬지 않고 꽃가루를 모았다. 영상을 5분 가까이 찍었어도 벌의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작은 벌의 끈기에 내가 지고 말았다.


 얼마 전 즐겨보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같은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화면 속 벌은 꽃가루가 아니라 사람들이 먹고 남긴 고기를 가져갔다. 그 벌도 고기를 가루처럼 긁더니 제 배에 잔뜩 붙이고는 힘찬 날갯짓으로 무거운 몸을 들어 올리더니 날아갔다.

벌이 고기를 가져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직관한 화면 속 사람들이 "어머, 벌이 고기를 가져가. 봤어? 봤어? 쟤 무거워서 잘 못날라. 어머, 어머! 호호호호" 웃던 생각이 났다.


도대체 우리는 벌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호박꽃은 어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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