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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잖은 손님

24년 10월 22일

by 보리남순

가을비가 잦다. 지난주 들깨를 수확한 후 벌써 세 번째 비가 내렸다.

아니, 네 번짼가?

어제는 오후쯤 되어 잠깐 여우비가 내렸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요기수업을 받으러 오던 두 사람이 급히 발길을 돌려 집으로 뛰어갔다. 도토리 가루를 만들어 마당에 펼쳐 두고 나왔던 것이다. 집으로 뛰어가서 보니 벌써 남편이 거두어들인 뒤였단다. 두 번이나 전화를 했어도 받지 않아서 뛴 걸음으로 갔던 것이다. 요가 교실로 돌아오는 도중 여우비가 그쳤다며 두 사람은 허탈하게 웃었다.


가을비는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이다.

봄과 달리 가을은 비가 아니라 강한 햇살이 더 소용이 닿는 때다. 수확한 것들을 거두어 말리는 뒷손질에는 말갛고 뽀송한 날씨가 더 좋다. 지금처럼 가을비가 잦게 되면 습한 기온에 채 뒷손을 다하지 못한 것들이 상할 수 있다. 요즘은 집집마다 건조기다, 냉동기다 해서 갖추어 있지만, 햇볕에 말린 것만 할까.

농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일기와 긴밀하다.

그래서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봄과는 다른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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