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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산티아고에 도착

by 보리남순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다고 했을 때 보였던 지인들의 반응이었다.


굳이 왜 그 먼 산티아고까지...

힘들게 뭐 하려고... 왜..?


그런 말들에 대해서 나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여행 떠나기 하루 전 친정아버지께서 다른 일로 전화를 하셔서 그동안 말 하지 았았던 여행 이야기를 꺼내며 내일 출발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조용히 다녀오자 싶었다가 떠나기 전날 아버지 전화를 받고서는 그냥 떠나기가 좀 그랬다. 혹시나 내 부재중에 집안에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을 것이다.


내일 출발한다는 말에 아버지는 대뜸 벌컥 화를 냈다. 요지는 왜 가족들 두고 혼자 해외여행을 여러 날 가냐는 말씀이었지만 이면에는 엄마에 대한 불안감이 숨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월에 끊었던 돌아오는 비행기 티켓을 20여 일 앞당겨 재구매했던 것도 엄마 때문이었다. 정월 지나 갑자기 엄마 몸 상태가 나빠졌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내 느껴야 했던 불안감을 아버지도 느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했을까?

여행을 가지 말고 내내 대기상태로 살아야 할까? 지인들의 말처럼 우리나라 좋은 길 중 하나를 골라 걸어야 했을까?

그랬다면 시간도, 경비도, 체력도 훨씬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아버지도 화 내실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모두에게 좋았을까?

5월 10일 산티아고 순례길의 최종 종착지인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을 했다.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을 가득 채운 순례객들 사이에서 나도 두 팔을 활짝 펼치고 사진을 찍었고 꼼보스텔라에서 발행하는 완주증도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인 11일에는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열리는 12시 순례자미사에 참석해 거대 향로가 천장에서 뿜어내는 향으로 정화도 하였다.


이게 산티아고야.

순례객들 사이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산티아고에서는 어떤 일도 가능하며 가능하지 않은 일은 없다.


이 말에 수긍을 하지만 그러나 찝찝한 기분이 있다. 왜 그럴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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