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er Trays>
사진가 존 시르 (John Cyr).
이미지를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은 그는 먼저 내가 쓴 글이 보고 싶다고 했다.
난 전시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말해 주었다.
그가 만났던 사진가들의 트레이는 하나하나가 추상의 예술품이며 역사의 기록이라고.
샐리 만의 트레이에서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들었고 안셀 아담스의 트레이에서 요세미티의 바람을 느꼈다고 말해 주었다.
이건 존 시르가 아니었다면, 진심으로 아날로그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그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순간이었다.
2018. 04.
Elizabeth Houston Gallery, New York.
Fuji X-Pro 2 / Color Skopar.
"혹시 당신은 조금 더 설레는 마음으로 그때를 기억하려나? 마치 첫사랑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이곳은 키스나 하며 속삭이는 곳이 아니라던 선배의 엄명도 무섭지 않던 두 연인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공간. 붉은 암등 아래서 인화지에 서서히 맺혀가는 상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손을 맞잡은 곳은 다름 아닌 사진부의 암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린 시절 추억도, 또 누군가는 두근거렸을지 모를 시간도 이제는 옛 이야기일 뿐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해 가는 세상에서 사진이라고 혼자 예외일리는 없으니까 말이다. 필름 한 통을 다 찍고 현상하기 전까지는 결과물을 볼 수도 없는 불편한 필름카메라를 요즘 누가 쓰려 하겠는가? 코를 찌르는 약품 냄새 가득한 암실 작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리는 아날로그 사진시대는 사라져 가는 옛 것이 되었다. 동네마다 있던 현상소들은 충무로가 아니면 찾아보기 어렵고 암실의 추억은 영화 속 에피소드로나 회자될 따름이지 않는가. 자고로 이미지의 홍수인 시대라고 하지만 그곳에 아날로그를 위한 자리는 없는 것이다."
"시르가 찍은 사진가들의 트레이는 소설가의 연필과 다르지 않았다. 샐리 만의 황동빛 트레이에선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고 안셀 아담스의 트레이에선 요세미티 계곡의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유년의 풍경을 바라보던 만의 마음이, 서부의 대자연 앞에서 경탄했던 아담스의 감동이 오랜 시간 그들과 함께한 트레이 위로 스며든 것이리라."
일 년 넘게 준비해 온 뉴욕 사진갤러리 기행문이 결실을 맺으려 합니다. 아직 퇴고 작업이 많이 남았지만 늦어
도 몇 달 안에는 소식 들려 드릴 수 있을 듯 합니다. 조만간 좋은 책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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